[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3화 : “수돗물이니까 괜찮다고요?”… 문제의 얼음 따라가니 ‘물길’이 보였다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3화 : “수돗물이니까 괜찮다고요?”… 문제의 얼음 따라가니 ‘물길’이 보였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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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교체하지 않은 제빙기 필터서 시작된 위생점검
수돗물도 배관·필터·제빙기 거치는 순간 새로운 관리 필요

식약처 수거검사에서 식용얼음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 외식업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얼음에서 문제가 확인된 만큼 가장 먼저 제빙기와 주변 설비를 살피는 과정에서 제빙기에 설치된 정수필터의 교체주기가 이미 수년이나 오래된 사실이 드러났다.

“원래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데요. 비용도 들고 해서 그냥 사용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충분히 나올 법한 말이었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필터 교체를 미뤘다는 사실 자체보다 필터를 단순히 ‘물맛을 좋게 만드는 부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터는 제품마다 사용 목적과 성능이 다르고 그에 따른 적정 교체주기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권장 사용기간을 지나 장기간 사용하면 본래의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관리 상태에 따라서는 내부에 축적된 유기물과 수분이 미생물이 정착하기 좋은 나쁜 환경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제빙기는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내부에 수분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습윤 환경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짝이고 깨끗한 얼음이어도, 제빙기 안쪽에 형성된 물때나 바이오필름, 미생물 오염은 작업자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렇게 관리되지 않은 필터와 제빙기를 거쳐 만들어진 얼음은 별도의 가열공정 없이 그대로 음료에 들어가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식용얼음 검사에서 기준을 초과한 세균이나 대장균 등이 확인됐다면 단순히 얼음을 폐기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제빙기 사용을 중단하고 내부 세척·소독과 필터 교체 등을 통해 오염 가능성이 있는 경로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을 확인하다보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제빙기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해서 과연 제빙기만 깨끗하게 청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원인을 제대로 찾으려면 그보다 한 단계 앞에서, 물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떤 길을 거쳐 이 얼음이 됐는지를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수돗물’이라는 이름만으로 안전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식업소에서 사용하는 물은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취수원에서 정수장과 상수도관을 거쳐 건물 안으로 들어온 물은 급수 방식에 따라 저수조를 지나기도 하고, 건물 내부 배관과 필터, 제빙기 같은 여러 설비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얼음이나 음식의 원료가 된다.

말하자면 하나의 얼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원 → 정수장 → 상수도관 → 저수조(설치된 경우) → 건물 배관 → 필터 → 제빙기 → 얼음’이라는 긴 물길이 존재하는 셈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에서도 식품에 사용하는 물이 그 용도에 적합한지를 관리하도록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음 공급받은 물이 적합하더라도 식품에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여러 시설과 설비를 거친다면,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에 저수조가 설치돼 있다면 단순히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수조가 적정한 주기로 청소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하며, 직결급수 방식이라 저수조를 거치지 않는 건물이라면 상수도관에서 건물 내부 배관으로 이어지는 이후의 관리 상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배관도 마찬가지다. 내부 상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교차 연결 또는 역류 가능성이 있다면 정수장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된 물이라 하더라도 건물 안으로 들어온 이후 또 다른 위해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돗물을 쓰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물이 식품에 닿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고 그 경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이다.

필터 하나 달았다고 물 관리가 끝날까

현장에서 또 하나 쉽게 만나는 오해가 “정수필터가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터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물의 안전성이 계속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 필터인지, 어떤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인지, 제조사가 권장하는 교체주기는 얼마인지,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그 주기에 맞춰 교체하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비로소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방문했던 외식업소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필터는 분명 설치돼 있었지만 적정 교체주기를 수년이나 넘긴 상태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필터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필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제빙기 역시 눈에 보이는 얼음 저장통만 깨끗하게 닦는다고 관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이 들어오는 급수라인부터 필터와 얼음 생성부, 물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내부 부품까지 실제 오염이 축적될 수 있는 곳을 확인하고, 제조사가 제시하는 방법과 주기에 따라 세척·소독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보면 물 관리 역시 다른 식품안전 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설비 하나를 설치해 놓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물이 이동하는 전체 과정에서 관리가 끊어지는 지점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핵심이다.

기후가 달라지면 물 관리도 달라져야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더 고려해야 한다.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여름이 더 더워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집중호우와 홍수, 가뭄 같은 극한기상을 빈번하게 만들면서 물을 둘러싼 관리환경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취수원 주변에서 토사와 유기물,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평소 비교적 안정적이던 원수의 탁도나 미생물학적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수원의 조건과 수질 변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상수도 정수 과정에서 관리되는 영역이지만, 식품을 취급하는 현장에서도 이제는 물을 언제나 동일한 조건의 원료로만 바라보기보다 집중호우나 가뭄 등 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시기에 평소보다 설비와 필터, 급수계통의 관리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하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식품안전에서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문제가 생긴 뒤 원인을 찾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소와 다른 환경 변화가 생겼을 때 우리 사업장의 관리체계에도 달라져야 할 부분이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 역시 예방관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제빙 과정 거꾸로 따라가 보면 원인 보여

처음 이 업소를 방문하게 된 이유는 수거검사에서 확인된 ‘얼음 부적합’이었다.

그러나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을 들여다보니 얼음만 봐서는 충분하지 않았다.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가 있었고, 그 앞에는 수년째 교체하지 않은 필터가 있었으며, 다시 그 앞에는 건물의 배관과 급수시설이 있었다.

결국 얼음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면 그 얼음을 거꾸로 따라가며 물이 어디에서 들어왔고, 어떤 설비를 지나왔으며, 각각의 지점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원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앞으로의 물 관리도 “수돗물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수돗물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건물 안에서 어떤 설비와 배관을 지나 식품에 사용되는지, 필터와 제빙기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러니 현장에서 누군가 “수돗물이니까 괜찮죠?”라고 묻는다면 “그 물이 식품에 닿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나요?”라고 되묻고 싶다. 정말 확인해야 할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은 언제나 거창한 기술이나 값비싼 설비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해서 관리의 대상으로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물 한 잔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투명한 얼음 한 조각이 어떤 길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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