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19화: "곰팡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식품안전은 ‘기본’에서 무너진다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19화: "곰팡이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식품안전은 ‘기본’에서 무너진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8.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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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곰팡이 사진 한 장이 보여준 현장의 관리 공백
HACCP보다 먼저 지켜야 할 기본위생관리(GHP)

베이커리 매장의 위생점검을 거의 마치고 돌아가려던 순간, 점주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손님이 보내온 사진인데요. 사흘 전에 판매한 식빵이라고 합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식빵 한쪽에 초록색 곰팡이가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점주는 매일 작업장을 청소하고 직원들의 위생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실제로 다시 둘러본 작업장은 겉으로 보기에 흠잡을 곳이 많지 않았다. 작업대는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고 직원들은 위생복과 위생모를 제대로 착용한 채 작업하고 있었으며, 베이커리 제조설비와 조리도구 역시 비교적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식품안전 점검자의 시선은 눈앞에 보이는 깨끗한 작업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환기구 안쪽이나 조명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지 않은지, 외부와 연결된 출입문은 장시간 열려 있지 않은지, 외부에서 들어온 종이박스는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갓 구운 빵이 식는 동안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 냉각이 끝난 제품은 어떤 상태로 진열되고 있는지까지 하나씩 따라가며 살펴보게 된다.

소비자의 눈에는 쉽게 들어오지 않는 이런 작은 요소들이 오히려 식품안전 현장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빵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 흔히 “언제 곰팡이가 생겼을까”부터 생각하지만, 사실 곰팡이는 어느 특정한 순간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기 중에는 이미 수많은 곰팡이 포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포자들은 환기설비나 열린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기도 하고 작업자의 이동이나 원료·포장재 반입 과정에서 제조공간으로 함께 유입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되는 제조시설이라 하더라도 공기 중에 존재하는 곰팡이 포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위생관리의 목표 역시 포자를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포자가 닿더라도 그것이 발아하고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제조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공기의 흐름을 관리하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생산된 제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냉각과 보관 환경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크림처럼 수분이 많은 원료가 들어간 베이커리 제품은 상대적으로 수분활성도가 높아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여기에 높은 온도와 습도, 불충분한 환기, 부적절한 보관 같은 환경적 요인까지 겹치면 곰팡이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물론 환기구에 먼지가 조금 쌓여 있거나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곰팡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품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장면만 보고 원인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작은 위험요인이 현장 곳곳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식품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관리 공백을 미리 발견하고 하나씩 줄여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관리체계이기 때문이다.

HACCP이 있어도 ‘기본’이 흔들리면 안전도 흔들 

이런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이 강조해 온 기본위생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식품안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HACCP을 떠올리고, 현장에서도 가열이나 냉각처럼 중요관리점(CCP)에 해당하는 공정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병원성 미생물을 제어하기 위한 CCP 관리는 식품안전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그 공정이 놓여 있는 제조환경 자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식품안전을 온전히 확보하기는 어렵다. Codex가 오래전부터 HACCP 이전에 기본위생관리(GHP, Good Hygiene Practices)를 식품안전의 토대로 두고, 최근 개정판에서도 그 역할과 구조를 더욱 명확하게 다듬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기시설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설비를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며, 원료와 완제품 사이의 교차오염을 막고,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일은 얼핏 보면 너무 기본적인 관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해충의 유입을 차단하고 작업자의 개인위생을 관리하며 위생수칙을 반복해서 교육하는 일까지 더해지면, 바로 이런 일상적인 관리들이 모여 GHP라는 식품안전의 토대를 만든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클레임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빵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특정 제조공정 하나만 들여다보기보다 원료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조와 냉각, 포장, 보관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체 흐름을 따라가면서 기본위생관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하나의 결정적인 실수 때문에 발생하기보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작은 관리 공백들이 여러 곳에서 조금씩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사고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빵 한 봉지에는 보이지 않는 관리가 함께 담겨 있다

결국 소비자가 베이커리 매장에서 구매하는 빵 한 봉지에는 원료와 레시피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부터 어떤 환경에서 제조했는지, 설비는 제대로 관리됐는지, 작업자는 위생수칙을 지켰는지, 만들어진 제품은 어떤 환경에서 식고 보관되다가 판매됐는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리 과정이 함께 담겨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안전은 거창한 기술이나 최신 설비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환기구에 쌓인 먼지를 정기적으로 제거하고, 외부와 연결된 출입문을 적절하게 관리하며,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를 살피고, 제조공정 곳곳에서 교차오염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일처럼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기본적인 관리가 오히려 식품안전의 출발점이 된다.

여기에 종사자들이 왜 이런 관리가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같은 기준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교육하는 과정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기본위생관리(GHP)는 매뉴얼 속 문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관리체계가 된다.

처음 점주가 보여준 휴대전화 속 초록색 곰팡이 사진도 결국 이런 기본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신호였다. 눈앞의 작업대가 깨끗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관리 요소가 그 빵이 만들어지고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교한 HACCP 계획을 갖추고 최신 설비를 들여놓더라도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기본위생관리가 느슨해지면 식품안전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 신뢰하는 것은 매장에 붙어 있는 화려한 인증마크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환기구와 설비, 작업환경과 종사자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매일 같은 기준으로 관리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그 기본을 끝까지 지켜내는 현장의 문화가 쌓일 때 비로소 식품에 대한 신뢰도 함께 만들어진다.

식품안전의 진짜 힘은 특별한 것을 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놓치기 쉬운 기본을 매일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있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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