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8화: 기록은 있었지만, 관리는 없었다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8화: 기록은 있었지만, 관리는 없었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5.2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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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 설비 전원 차단을 아무도 몰랐던 현장
온도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확인’이다

식품 현장에서 온도 관리는 가장 기본적인 관리 항목 중 하나다. 냉장고 온도를 확인하고, 기록일지에 숫자를 적은 일은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업무다.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서는 이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쉽게 잊히기도 한다.

하지만 식품안전 사고는 대개 특별한 순간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누군가 확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 늘 해오던 방식이라 괜찮다고 여긴 일, 그리고 기록만 남아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은 작은 방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 기타식품판매업 현장에서 냉장 보관 제품이 대량 폐기되고, 영업정지 처분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원인은 거창하지 않았다. 야간 동안 냉장 설비의 전원이 차단됐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제때 인지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해당 사업장은 평소처럼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을 설비 안에 보관하고 있었고, 담당자도 매일 온도 기록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지자체 불시 점검 과정에서 드러났다.

점검 당시 냉장 설비는 정상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내부에 보관 중이던 일부 냉동 제품은 이미 해동이 진행된 상태였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설비 전원이 차단돼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상 냉장식품은 0~10℃, 냉동식품은 -18℃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결국 해당 제품은 전량 폐기됐고, 업체는 영업정지 7일의 행정처분까지 받게 됐다.

기록은 있었지만, 확인은 없었다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 온도 기록은 실제 관리 활동이라기보다 서류 업무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냉장·냉동 설비의 실제 온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비슷한 숫자를 반복해서 적거나, 퇴근 전 하루치 기록을 한 번에 작성하는 일도 현장에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식품위생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s of Food Hygiene) 가이드라인 역시 단순히 기록이 존재하는지보다, 그 기록이 실제 운영과 검증(Verification)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현장의 실질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식품안전문화(Food Safety Culture) 역시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주목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록을 했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관리했는가”이다.

점검은 서류만 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록일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 점검은 훨씬 현실적이다.

점검 담당자는 기록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보관 온도와 설비 상태, 제품 상태, 관리 이력까지 함께 확인한다. 서류가 멀쩡해 보여도 현장이 무너져 있으면 그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영업정지는 눈에 보이는 손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더 크게 체감하는 손실은 따로 있다. 제품 전량 폐기, 재입고 비용, 납품 지연, 거래처 클레임, 브랜드 신뢰 하락까지 피해는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냉동 제품은 한 번 해동되면 다시 얼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재냉동은 해동 과정에서 증가한 세균과 독소를 없애지 못할뿐더러, 식품의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품질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결국 품질 저하와 안전 리스크는 고스란히 현장의 부담으로 남는다.

결국 핵심은 감지 속도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단순히 냉장고가 고장 났다는 데 있지 않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상 상황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관리 시스템의 공백이었다.

일부 사업장은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이나 스마트해썹(Smart HACCP) 시스템을 통해 온도 이탈이 발생하면 즉시 알림을 받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사고를 완전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응 속도는 확실히 달라진다.

식품 안전 사고는 거창한 설비 결함보다 “누군가 확인했겠지”라는 안일함에서 더 자주 시작된다. 온도 기록은 단순히 칸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현장이 실제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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