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5화 : 우유를 넣지 않았는데, 왜 우유 알레르기가?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5화 : 우유를 넣지 않았는데, 왜 우유 알레르기가?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9.30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스 속 우유 성분부터 공용 튀김유·조리 도구의 교차 접촉까지
알레르기 관리는 ‘넣은 재료’가 아니라 음식에 닿는 모든 경로를 확인해야

“이 음식에 우유가 들어가나요?”

손님의 질문을 받은 직원은 잠시 레시피를 떠올린 뒤 “우유는 따로 넣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직원의 말을 믿고 음식을 주문한 손님은 식사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이 붓고 목이 답답해지는 우유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도 주방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리 과정에서 우유를 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평소에도 이 메뉴를 만들면서 우유를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유 성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들어온 것일까. 원인을 따라가 보니 문제는 국물을 만드는 데 사용한 농축소스에 있었다. 완제품 포장의 표시사항을 확인해 보니 소스에 우유 유래 성분이 포함돼 있었고, 매장에서는 이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정작 어떤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들어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주방에서 우유를 직접 붓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음식에 우유 성분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스에 탈지분유가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시즈닝이나 복합원재료에 유청분말이나 카제인나트륨과 같은 우유 유래 성분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레르기 정보는 직원이 기억하고 있는 ‘레시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매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소스와 시즈닝을 비롯해 각각의 원재료와 복합원재료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표시사항 등을 근거로 확인해야 한다.

레시피는 그대로인데 원재료가 바뀌었다면?

현장에서 더욱 놓치기 쉬운 상황은 사용하는 제품이 바뀌었을 때 발생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스가 갑자기 품절돼 비슷한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같은 제품이라도 제조업체가 배합이나 원재료를 변경한다면 알레르기 정보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는 제품 이름과 맛, 용도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전에 알고 있던 정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메뉴 이름도 같고 직원이 사용하는 레시피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이미 바뀌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관리는 메뉴를 한 번 조사해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으로 끝날 수 없다. 원재료나 공급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표시사항을 다시 확인하고, 변경된 내용이 있다면 메뉴별 알레르기 정보와 직원 안내자료도 함께 수정돼야 한다.

구매담당자는 제품을 바꿨지만 홀 직원은 그 사실을 모르고, 주방에서는 이전과 똑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잘 만들어 놓은 알레르기 정보도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원재료에 없다고 끝?… ‘교차접촉’이라는 또 다른 경로

그런데 알레르기 관리는 원재료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새우를 튀긴 기름에 감자튀김을 넣고, 땅콩이 들어간 소스를 뜬 국자로 다른 소스를 덜어내거나,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만든 블렌더를 충분히 세척하지 않은 채 다른 음료를 연속해서 제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래 레시피에는 없었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조리기구나 설비, 튀김유 등을 통해 다른 음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

알레르기 관리에서는 이처럼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식품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일반적인 미생물의 ‘교차오염’과 구분해 ‘교차접촉(Cross-contact)’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식품접객업소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종류의 메뉴를 동시에 만들면서 칼과 도마, 튀김기, 국자, 블렌더 같은 조리기구와 설비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차접촉 관리가 쉽지 않다. 여기에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가 되면 평소 지키던 장갑 교체나 기구 세척, 작업대 정리 순서마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직원이 원재료 표시사항을 정확하게 확인해 특정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해당 물질을 사용한 음식과 같은 튀김유나 조리기구를 사용했다면 손님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가열하면 괜찮을까?

“충분히 가열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식중독 예방에 익숙한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착각이 생길 수 있다.

미생물 위해는 적절한 가열을 통해 줄일 수 있지만 식품 알레르기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조리 과정의 가열만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모두 제거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안전한 수준이 된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식품안전관리를 단순히 ‘가열공정의 중심온도를 제대로 지켰는가’만으로 바라봐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식품을 제조하는 영역에서도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원재료 확인과 공급망, 보관, 생산순서, 설비와 기구의 세척 등 여러 단계에 걸쳐 관리해야 할 위해요소로 다뤄진다.

미국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에 따른 예방관리 체계에서도 식품 알레르겐 관리는 위해요소 분석을 바탕으로 필요한 예방관리 조치를 수립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다.

외식업소 역시 기본적인 원리는 다르지 않다. 손님에게 음식이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재료를 구매했고, 어디에 보관했으며, 어떤 도구와 설비로 조리했고, 그 정보가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까지 정확하게 전달됐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봐야 한다.

알레르기 질문에 ‘기억’으로 대답하면 안돼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음식에 우유가 들어가나요?” 이 질문을 받은 직원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기억만으로 손님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평소 레시피를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복합원재료의 세부 성분까지 기억하지 못할 수 있고, 최근 납품 제품이 변경됐을 수도 있으며, 주방에서는 공용 조리도구나 튀김유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보가 확실하지 않다면 “안 들어갑니다”라고 즉시 답하기보다 정확한 원재료와 조리과정을 확인한 뒤 안내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용 튀김기나 조리도구를 사용해 교차접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것 역시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설명해야 한다.

손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무조건 “드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매장에서 확인한 정보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그리고 관리상 한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책임 있는 대응이다.

메뉴 하나에 ‘구매부터 제공까지’를 연결해야 

이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들려면 먼저 메뉴와 원재료,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서로 연결한 관리자료가 필요하다.

각 메뉴에 어떤 원재료와 소스, 시즈닝, 복합원재료가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제품 표시사항 등을 근거로 알레르기 정보를 정리하되, 같은 튀김유나 블렌더·칼·도마·국자 등을 함께 사용하는지도 표시해 두면 직원이 교차접촉 가능성까지 함께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자료가 사무실 서류철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원재료나 공급업체가 바뀌면 즉시 내용을 수정하고, 홀 직원이 손님의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알레르기 관련 요청이 들어오면 그 정보가 주문 과정에서 주방까지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문서나 POS 등에 알레르기 요청을 별도로 표시하고, 조리 담당자가 이를 다시 확인한 뒤 음식을 제공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알레르기 관리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느냐’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와 입고, 보관, 조리, 주문 전달, 제공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야 한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던 매장에서도 직원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직원이 알고 있는 레시피에는 실제로 우유를 따로 넣는 과정이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는 손님에게 맞는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식품안전에서는 ‘몰랐다’는 사실이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되돌려 주지 못한다. 그래서 알레르기 관리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그 재료를 넣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넣지 않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음식에 들어올 수 있는가?”이다.

보이는 재료뿐 아니라 소스 속 성분과 변경된 원재료, 공용 튀김유와 조리도구를 따라 이동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경로까지 찾아 관리하는 것, 바로 그곳에서 알레르기 예방관리가 시작된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