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10화 무순 몇 가닥이 부른 식중독 사고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10화 무순 몇 가닥이 부른 식중독 사고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6.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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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 보이는 주방보다 위험한 것은 보이지 않는 전처리의 허점
식품 안전은 세척이 아니라 ‘과학적 관리’에서 시작돼

초밥이나 김밥 같은 즉석섭취식품 업장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은 생각보다 빠르게 악화된다. 조리 중인 음식은 물론 보관 중인 원재료까지 조사 대상이 되고, 영업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한 초밥 전문점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수거 검사 과정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행정처분이 진행된 사례가 있었다.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주방은 비교적 깔끔했다. 작업대는 정돈돼 있었고 조리기구 관리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만한 문제점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식중독 사고의 원인은 늘 눈에 보이는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확인된 문제는 시설이나 설비의 위생 상태가 아니라 원재료 입고부터 전처리, 조리,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정 흐름(Flow) 속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초밥 위에 올라가는 작은 무순이 있었다.

바실러스 세레우스, 무순에서 시작된 오염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토양과 먼지, 농산물 환경 등에 널리 존재하는 대표적인 포자형성균이다. 곡류나 채소류, 향신료류와 관련된 사례가 많아 식품업계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식중독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초밥이나 김밥처럼 별도의 가열 공정 없이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고명으로 올리는 즉석섭취식품은 이 균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원재료 단계에서 미생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최종 제품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원인 분석 과정에서 실시한 원재료 검사 결과, 최종 단계에서 고명으로 사용되던 무순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검출됐다. 해당 사례에서는 무순이 주요 오염원으로 추정됐고, 전처리 관리 미흡이 중요한 원인으로 확인됐다.

“물로 여러 번 씻었다”는 현장의 착각

해당 업장에도 나름의 세척 지침은 있었다. 작업자들 역시 지침에 따라 성실하게 세척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작업 과정을 살펴보니 미생물학적 오염을 제어하는 위생 관리라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흙과 이물을 제거하는 수준의 물 세척에 머물러 있었다.

무순은 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관리가 쉽지 않은 식재료다. 줄기와 잎 사이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틈이 많고 조직 자체가 매우 연약하다. 그래서 미생물이 한 번 달라붙으면 단순히 물에 헹구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무순은 강하게 문질러 씻을 수도 없다. 자칫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뿌리 주변에 남아 있던 미세한 토양이나 오염원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으면 바실러스 세레우스 포자가 최종 제품까지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식품첨가물로 허용된 식품용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고 흐르는 물로 여러 번 헹구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외식업 현장에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물론 물 세척은 흙이나 이물 제거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미생물을 안정적으로 감소시키는 살균과는 목적도, 효과도 다르다.

세척력을 높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식초나 베이킹소다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세균 감소나 유기물 제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살균 효과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는 미생물 저감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농도로 표준화하기도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과일·채소류 세척 및 살균 가이드라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식품첨가물로 허용된 식품용 살균제를 사용 기준에 맞게 희석해 적용해야 하며,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유효염소농도 약 100ppm 수준에서 일정 시간 침지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식품용 살균제와 기구용 살균제는 다르다

전처리 과정에서 또 하나 자주 발견되는 문제는 살균제의 오용이다.

조리대와 칼, 도마 등을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를 채소 세척에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구용 살균소독제는 식재료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사용 목적과 성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식재료 세척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섭취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식재료 세척에는 반드시 안전성이 검증된 식품첨가물 유형의 식품용 살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은 표시만 보고는 용도를 쉽게 구분하기 어렵고, 제품명만으로는 식품용인지 기구용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결국 식재료 세척에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과일·채소류 살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제품인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식품안전의 승부처는 '전처리 공정'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뉴얼을 만들어 벽에 붙여놓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는 식재료의 특성과 상태에 맞는 전처리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무순처럼 조직이 약한 채소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부드럽게 취급하면서도 살균제 침지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상추와 깻잎처럼 잎이 넓은 채소, 오이처럼 표면이 단단한 채소 역시 각각의 특성에 맞게 세척 과정을 세분화해야 교차오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최근 Codex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 역시 문서의 존재 자체보다 실제 위생관리 절차가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위생 매뉴얼이 있어도 작업자가 원재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물 세척만 반복한다면 그 주방은 여전히 미생물학적 위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식중독 사고는 주방이 얼마나 깨끗해 보이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작업대가 반짝이고 위생복을 깔끔하게 갖춰 입었다고 해서 식품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원재료와 함께 들어온 위험 요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발견하고, 얼마나 과학적으로 제어하느냐다.

특히 가열 공정 없이 소비자에게 바로 제공되는 초밥과 김밥 같은 즉석섭취식품은 전처리 단계가 사실상 마지막 방어선이다.

안전한 원재료를 들여오는 것이 첫 번째 방어선이라면, 원재료의 특성에 맞게 세척하고 살균하는 전처리는 두 번째 방어선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고는 바로 그 방어선이 느슨해지는 순간 시작된다.

소비자는 무순 몇 가닥이 어떻게 세척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무심코 반복되는 작은 관리 습관 하나가 결국 소비자의 안전을 결정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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