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2화 : 음료와 함께 갈린 숟가락… ‘직원 실수’로 끝내면 사고는 반복된다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2화 : 음료와 함께 갈린 숟가락… ‘직원 실수’로 끝내면 사고는 반복된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9.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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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이물 사고 뒤에 숨은 교육·숙련도·인력 배치의 허점
“실수하지 마라”보다 실수하기 어려운 현장을 만들어야

최근 한 카페에서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 쇠 숟가락이 믹서기에 함께 들어가 갈린 채 고객에게 제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음료를 마시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악할 일이었다.

사실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도 플라스틱 숟가락이 음료와 함께 믹서기에 갈려 소비자에게 제공된 사례가 있었다. 쇠 숟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사고가 발생한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현장에서는 흔히 “직원이 실수했다”는 말로 사고 원인을 정리한다. 물론 믹서기를 작동하기 전에 숟가락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직원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식품안전의 관점에서 사고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여기서 한 번 더 질문해야 한다.

그 직원은 왜 숟가락을 확인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비슷한 사고가 몇 년이 지나도 다시 반복되는 것일까.

‘직원이 실수했다’에서 원인 분석 끝나서는 안돼

식품안전사고는 대부분 누군가가 일부러 잘못해서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부주의와 익숙함에서 오는 방심, 부족한 숙련도와 바쁜 업무환경, 누적된 피로, 충분하지 못했던 교육과 점검 절차가 하나둘 겹치면서 어느 순간 사고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믹서기에 숟가락이 들어간 사건 역시 단순히 한 직원의 실수만 확인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신규 직원이었다면 작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교육받았는지, 혼자 작업하기 전에 필요한 숙련도를 갖췄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관리자는 실제 작업이 정해진 절차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있었는지, 사고 당시 주문이 몰리는 피크타임이었다면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업무가 집중되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식품접객업 현장에서는 직원이 자주 바뀌고 신규 인력이 곧바로 작업에 투입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아무리 잘 만든 작업절차가 있더라도 그 절차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사람이 계속 현장에 들어온다면, 교육과 숙련도 관리가 인력 교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사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규 직원에게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한 번 설명하는 것만으로 교육이 끝났다고 봐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작업절차를 반복해서 익히게 하고, 실제 작업을 통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일정 수준의 숙련도를 갖췄을 때 독립적으로 업무를 맡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했다고 사고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교육만 강화하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법정 위생교육은 식품을 다루는 종사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법정교육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식품안전 행동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처음 업무를 시작하는 신규 직원과 수년간 같은 업무를 해온 숙련 직원에게 필요한 교육이 같을 수 없고, 작업자를 지휘하고 현장을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내용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육장에서 배운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과, 주문이 밀려드는 바쁜 시간에도 그 원칙을 실제 행동으로 지켜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신규 직원에게는 작업단계별 숙련도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고, 기존 직원에게는 익숙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방심을 줄이는 반복적인 현장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리자가 작업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피드백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교육이 실제 현장의 행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문제는 피크타임이 되면 평소 잘 지켜지던 원칙도 흔들리기 쉽다는 데 있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고 숙련된 직원마저 부족한 상황에서는 작업자가 자연스럽게 ‘안전하게’보다 ‘빨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평소라면 믹서기를 작동하기 전에 한 번 더 내부를 확인했을 직원도 주문이 쌓이고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다 보면 그 한 번의 확인을 건너뛸 수 있다.

이때 사고가 발생했다고 직원에게 “앞으로 더 주의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피크타임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인력을 배치했는지, 작업 동선은 불필요하게 복잡하지 않은지, 한 사람이 주문 접수와 음료 제조, 정리까지 여러 업무를 동시에 떠안고 있지는 않은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사람에게 실수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전에, 사람이 실수하기 어려운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사고는 개인이 내지만, 예방은 시스템이 한다

여기까지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믹서기에 숟가락이 들어간 것은 분명 한 직원의 실수였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다면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교육과 숙련도 관리가 충분했는지, 관리자가 작업 과정을 확인했는지, 바쁜 시간대에 적정한 인력이 배치됐는지,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작업절차와 동선이 설계돼 있었는지까지 조직 전체의 관리체계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결국 경영자다.

경영자가 매출과 작업속도만 강조하면서 직원에게는 식품안전을 철저히 지키라고 요구한다면 현장에서 두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 직원은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경영자가 분명히 제시하고, 그 원칙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고 작업절차를 만들며 교육과 점검을 지속한다면 직원들도 식품안전을 별도의 업무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일상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식품안전문화(Food Safety Culture)가 필요한 이유다.

Codex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에서도 성공적인 식품위생 시스템을 위해 긍정적인 식품안전문화의 정착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식품안전문화는 거창한 구호나 벽에 붙여놓은 행동수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식품안전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실제 업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도록 만드는 조직의 태도와 환경에 가깝다.

현장에서 음료를 만들고 음식을 조리하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건네는 직원은 식품안전의 가장 마지막 실행자다. 그러나 그 직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하고, 적정한 인력을 배치하며, 잘못된 작업을 발견해 개선하고, 무엇보다 안전을 속도보다 우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조직의 몫이다.

그래서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누가 실수했는가”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 먼저 “왜 그 사람이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는가”를 함께 물어야 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한 명일 수 있지만, 그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한 사람의 주의력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다.

결국 제대로 된 식품안전문화란 직원에게 “실수하지 마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문화가 아니라, 직원이 실수할 가능성 자체를 줄여주는 현장을 만드는 문화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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