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설비는 관행보다 실제 위해와 검출 효과를 근거로 결정해야
가금육 가공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에서 단단한 돌 형태의 이물 클레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제조 과정에서 이물이 혼입됐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설비와 작업환경, 공정 흐름을 하나씩 점검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과거에 접수된 클레임 데이터를 다시 꺼내 발생 제품과 원료 이력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원인을 추적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제조공정보다 원료였다. 가금류 원료는 사육환경이나 원료 취급 과정에서 토사나 작은 돌 같은 무기성 이물이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데, 원료 상태에서는 비교적 확인하기 쉬운 이물이라 하더라도 이후 절단과 혼합, 성형 같은 가공공정을 거쳐 제품 내부에 섞이고 나면 최종 단계에서 검출하거나 제거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임 발생 이력과 원료 특성을 함께 놓고 보니, 단순히 “공정 중 어디선가 돌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가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이 조금씩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업체는 결국 관리 지점을 나눴다. 원료 입고 단계에서는 원료 자체에서 유래할 수 있는 이물을 먼저 확인하고, 최종 포장 단계에서는 제조 과정 중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물 혼입 가능성을 다시 점검하는 이중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X-ray 설비를 한 대 더 설치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클레임의 원인을 추적한 뒤, 실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찾아 관리 위치를 다시 설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업체가 원료 단계에 X-ray를 설치해야 할까.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 현장에서는 “그럼 우리도 원료 입고 단계에 X-ray를 설치해야 하나요?”라며 곧바로 비슷한 질문이 나온다.
답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식품안전 설비는 다른 업체가 설치했다고 해서 따라 도입할 수 있는 장비도 아니고, 설비가 많아질수록 자동으로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우리 제품과 공정에서 실제로 어떤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관리 방법으로 그 위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위해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점이다. 반복적으로 소비자 클레임이 발생했고, 원인 분석 결과 특정 원료에서 물리적 이물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면 그 위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실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볼 수 있다.
그다음에는 현재의 관리 방법이 그 위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같은 종류의 이물이 원료 상태에서는 잘 검출되지만 최종 제품이 된 뒤에는 제품 구조나 밀도 때문에 검출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면, 원료가 가공공정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 차단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최종 제품 단계에서 이미 충분한 수준으로 검출되고 있고 원료 단계에 설비를 하나 더 추가하더라도 실제 위해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면, 단순히 “한 번 더 검사하면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판단해야 할 것은 “X-ray를 설치할 것인가”라는 장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제품에서 발생 가능한 위해를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법으로 관리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 하는 관리 전략의 문제다.
설비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위해요인 분석'
이러한 판단은 결국 HACCP의 위해요인 분석으로 연결된다. 과거 어떤 클레임이 발생했는지, 특정 원료에서 어떤 이물이 얼마나 반복됐는지, 현재 관리수단으로 어느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추가적인 관리수단을 적용했을 때 실제 위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근거로 관리방법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설비도 단순한 ‘장비 추가’가 아니라 실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예방관리 수단이 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 역시 모든 제품과 공정에 동일한 수준의 관리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제품과 공정의 특성에 따라 발생 가능한 위해요소를 평가하고 그 위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관리방법을 선택하는 위해 기반 예방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식품안전은 “다른 회사도 하니까”, “설비가 많으면 더 안전할 것 같으니까”라는 방식으로 설계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 제품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과거에는 어떤 사고와 클레임이 있었는지, 그 위해가 어느 공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본 뒤 필요한 관리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법에 정해져 있나요?”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현장에서 새로운 관리방법이나 설비를 이야기하면 종종 “그게 법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정해진 설비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물론 법적 기준은 식품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러나 실제 제조현장의 위험은 모든 업체에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용하는 원료가 다르고 제조공정과 제품 형태가 다르며, 과거에 경험했던 사고와 클레임의 유형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업장에서는 법적 기준 이상의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위해요소에 대한 충분한 분석도 없이 “다른 업체도 한다”거나 “혹시 모르니 하나 더 설치하자”는 식으로 설비를 추가하는 것 역시 좋은 식품안전 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비 한 대를 추가하는 데에는 투자비뿐 아니라 유지관리와 검증, 작업자 교육, 검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까지 새로운 관리가 따라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 설비가 실제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의 가금육 업체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돌 형태의 이물이 반복된다는 사실만 보고 최종 제품 검사를 계속 강화했다면 원인을 놓쳤을 수도 있지만, 과거 클레임을 다시 추적해 원료 단계에서의 유입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관리 지점을 앞쪽으로 옮길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좋은 식품안전 관리는 많은 설비를 갖추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위해가 발생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그 위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위치에 필요한 수준의 관리수단을 배치하며,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를 데이터와 위해요소 분석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예방관리가 된다.
식품안전에서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무엇을 더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 단계에서 이 관리수단이 필요한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관리가 가장 합리적이고 강한 식품안전 관리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