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0화: “계란은 익혔는데 왜?”… 살모넬라는 ‘손'을 타고 옮겨간다
[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제20화: “계란은 익혔는데 왜?”… 살모넬라는 ‘손'을 타고 옮겨간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8.1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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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가열해도 끝이 아니다
난각·난좌에서 작업대와 손으로 이어지는 교차오염
식품안전은 계란을 다루는 전 과정에서 완성돼

최근 살모넬라 식중독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식품을 취급하는 영업장에서도 계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위생점검을 하다 보면 점주나 작업자들로부터 “계란은 어차피 익혀서 사용하는데 괜찮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계란을 충분히 가열하면 살모넬라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식품안전 현장에서 문제는 가열공정 하나만 잘 지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계란이 냉장고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깨뜨리고 조리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한 손과 도구가 다음 식품을 만나는 순간까지 전체 흐름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베이커리 매장을 점검하던 날이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이 종이 난좌째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고, 작업자는 계란을 하나씩 깨뜨려 반죽에 넣은 뒤 같은 장갑을 낀 채 반죽을 만지고 조리기구를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작업장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직원들은 위생모와 위생복을 제대로 착용하고 있었으며, 눈에 띄는 오염이나 불결한 설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식품안전 점검에서는 바로 이런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살모넬라라고 하면 계란 내부만 떠올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난각 표면이나 계란을 담아 운반하는 난좌를 통해 오염원이 작업환경으로 옮겨질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계란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손이나 장갑, 조리도구와 작업대가 오염되고, 그 상태로 다른 식재료나 이미 조리가 끝난 제품을 만지게 되면 미생물이 그대로 이동하는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계란을 충분히 익혔느냐는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앞서 계란을 만진 손과 도구가 어디로 이동했는지까지 보지 않으면 실제 위험을 놓칠 수 있다.

계란을 익혀도 ‘교차오염’은 남을 수 있다

특히 머랭이나 일부 디저트처럼 생난백이나 생난황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가열 공정에서는 원료 자체의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이라도 오염된 원료가 들어오면 이후 별도의 가열공정이 없기 때문에 미생물을 제거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계란을 충분히 익혀 사용하는 메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란지단 자체는 충분히 가열됐더라도, 조리 후 작업자의 손이나 장갑, 칼과 도마, 작업대를 통해 다시 오염될 수 있다면 식중독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식품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계란을 익혔다”는 사실이 아니라, 계란이 냉장고에서 나와 조리되고 다른 식재료와 만나 최종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오염 가능성이 어떻게 통제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난좌를 작업대 위에 오랫동안 그대로 두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계란을 모두 사용했다면 난각과 난좌를 신속하게 작업공간 밖으로 치우고, 계란을 만진 손과 장갑, 조리도구와 작업대를 세척·소독한 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런 행동들은 얼핏 보면 너무 기본적인 위생수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고는 대부분 거창한 설비 고장보다 바로 이런 기본적인 과정이 느슨해지는 순간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계란 한 알이 아니라 ‘계란이 지나가는 길’

계란 관리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는 계란을 냉장 보관하고 있는지, 유통기한은 적절한지, 충분히 익혔는지를 주로 확인한다. 물론 모두 중요한 관리 항목이다. 하지만 계란이라는 원료가 작업장 안으로 들어온 뒤 어떤 경로를 거쳐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작업자와 도구, 작업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살펴보지 않으면 관리의 빈틈이 생길 수 있다.

계란이 놓였던 작업대에서 곧바로 채소를 다듬고, 난각을 만졌던 장갑으로 조리된 식품을 만지고, 생계란 작업에 사용한 도구를 충분히 세척하지 않은 채 다음 공정에 사용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가열공정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안전성이 다시 무너질 수 있다.

결국 관리해야 할 것은 계란 한 알이 아니라, 계란이 작업장 안에서 지나가는 전체 동선이다.

HACCP의 출발점은 결국 GHP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의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도 이런 관점에서 기본위생관리(GH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HACCP이라고 하면 흔히 가열이나 냉각 같은 중요관리점(CCP)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CCP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그 앞뒤를 받쳐주는 기본위생관리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온도와 시간으로 가열해 살모넬라를 제어했다고 하더라도, 작업자의 손 위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조리 전후의 도구가 구분되지 않고, 작업환경에서 교차오염을 막지 못한다면 위해요소는 얼마든지 다시 식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결국 CCP는 식품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선이지만, 그 방어선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바탕은 GHP다.

살모넬라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세균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든 미생물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접근만으로는 현실적인 관리가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위해요소가 식품으로 들어오는 경로를 줄이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다른 식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계란을 적정 조건에서 보관하고 충분히 가열하는 것은 물론, 난각과 난좌를 작업공간에 오래 두지 않고 사용 후 신속히 제거하며, 작업자의 손과 장갑을 교체하거나 세척하고, 칼과 도마 등 조리도구를 용도에 맞게 구분해 사용하는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작업장의 청결을 유지하고, 이러한 절차를 모든 종사자가 같은 기준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교육하는 과정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식품안전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된다.

처음 베이커리에서 마주했던 장면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계란을 충분히 익혔느냐만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일 수 있다. 그러나 계란을 깨뜨린 손이 그다음에 무엇을 만졌는지, 난좌가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사용한 도구와 작업대는 어떻게 관리됐는지까지 질문을 넓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식품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가열로 위험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원료가 들어와 음식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에서 위해요소가 이동할 길을 하나씩 끊어내는 일이다.

결국 살모넬라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도 특별한 기술에 있지 않다. 계란을 만진 뒤 손을 씻고, 난각과 난좌를 바로 치우고, 도구를 구분하며, 작업대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너무나 익숙한 기본을 매일 같은 기준으로 지키는 것. 바로 그 반복되는 기본위생관리(GHP)가 식품안전의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다.

이아름 식품기술사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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