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끊기지 않은 콜드체인
식품접객업소 위생 점검을 하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음료 냉장 쇼케이스 옆 작업대 위에 '냉장보관' 표시가 붙은 샌드위치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실외 기온은 30℃를 훌쩍 넘고 있었지만 제품은 냉장고가 아니라 작업대 위에서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하여 "왜 제품을 상온에 두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점주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곧 배달 기사가 가져갈 거예요."라며 웃으며 답했다.
잠시 뒤 배달기사가 매장으로 들어와서 샌드위치를 배달 가방에 담는 모습을 보니 별도의 보냉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출발하시나요?"하고 묻자 기사는 "아니요. 다른 주문도 몇 군데 더 들렀다가 갑니다."라고 말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가 아니라, '이 샌드위치는 과연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는 순간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최근 식품안전 현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조 공정이 아니라 유통 방식이다. 배달 서비스가 일상이 되면서 음식은 매장을 떠나는 순간 음식점 관리 책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동 과정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잠깐인데 괜찮지 않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냉장식품을 잠시 작업대 위에 올려놓는 일, 배달기사를 기다리며 몇 분 상온에 두는 일, 여러 주문을 함께 배송하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는 일 정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식품안전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잠깐'이다.
사람에게는 몇 분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미생물은 사람처럼 시계를 보지 않는다. 온도와 시간이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냉장식품이 일정 시간 상온에 노출됐다가 다시 냉장 상태로 돌아간다고 해서 이미 진행된 변화가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냉장은 시간을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관리 방법일 뿐이다.
그래서 식품안전에서는 오래전부터 시간과 온도(Time-Temperature Control)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실제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냉장고 온도계가 몇 도를 가리키고 있는지가 아니라, 식품이 적정 온도를 벗어난 상태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뒤 작업대 위에 놓여 있는 시간, 조리가 끝난 후 출고를 기다리는 시간, 배달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 모두가 식품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 요소가 된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개정한 '식품위생 일반원칙(CXC 1-1969)'도 식품안전을 특정 공정이 아니라 식품사슬(Food Chain) 전체의 연속적인 관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원료 입고부터 제조와 보관, 운송, 판매를 거쳐 소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관리가 느슨해지면 최종적인 안전성과 품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콜드체인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콜드체인을 냉장차나 냉장창고처럼 '냉장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본질은 설비가 아니라 끊기지 않는 관리의 연속성에 있다.
공장에서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된 제품이라도 출고를 기다리며 상온에 오래 놓여 있고, 배달 과정에서 적정 온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받는 제품은 제조 당시의 상태와 같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된 지금은 콜드체인의 마지막 구간,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중요한 관리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는 앱에서 주문 버튼을 누른 뒤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마지막 20~30분이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모든 클레임의 원인을 배달에서 찾을 수는 없다. 제품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매장의 보관 상태가 원인일 수도 있으며, 소비자가 음식을 받은 뒤 장시간 차량에 두거나 즉시 냉장 보관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식품안전은 누군가의 책임을 따지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관리의 연속성이 어디에서 끊어졌는지를 확인하고, 그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식품안전은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에도, 작업대 위에서 배달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배달 가방으로 옮겨지는 순간에도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그 마지막 과정까지 관리가 유지될 때 비로소 소비자는 제조 당시와 같은 품질의 제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주문하는 것은 샌드위치 한 개가 아니다. 그 음식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식탁에 오를 때까지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은 관리의 연속성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산자와 판매자, 배달 종사자, 소비자가 함께 이어가는 식품안전 시스템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