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FOODEX 현장에서 읽은 글로벌 식품 산업의 새로운 흐름

아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FOODEX JAPAN 2026'이 지난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52회를 맞은 FOODEX는 단순히 새로운 식품을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아시아 식품 산업의 흐름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박람회다. 이번 전시에는 약 80여 개 국, 35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위해 치열한 홍보 마케팅 전쟁을 치렀다.
올해 전시를 돌아보며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진 변화는 식품 산업의 경쟁 구조였다. 그동안 완제품 중심으로 전개되던 식품 산업의 경쟁이 재료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변화는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냉동식품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었고, 식품 원산지는 국가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또한 완제품보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분말·농축 소재 등 ‘식재료형 상품’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 이제는 식품산업이 완제품 판매 중심에서 다양한 식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식재료 플랫폼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기도 하다.
냉동식품, ‘저장식품’에서 ‘미래 식사 인프라’로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냉동식품의 위상이었다. 글로벌 냉동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간편식(HMR) 시장 확대와 함께 식품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시에서는 ‘Frozen of Future’라는 이름의 별도 존이 마련되며 냉동식품이 단순한 저장식품이 아니라 미래 식생활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로 제시됐다.

육류 요리와 튀김류, 면 요리, 디저트까지 냉동식품만으로도 완전한 식사가 가능할 정도의 상품들이 냉동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냉동기술은 이제 식품을 오래 보관하는 수단을 넘어 맛과 품질을 유지한 채 식사를 재구성하는 산업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식품 산업이 조리 과정 전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Made in Japan’보다 ‘홋카이도’… 식품 원산지 단위 바뀌어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식품 원산지의 단위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Local Specialties in Japan’ 전시장에서는 ‘Made in Japan’이라는 국가 브랜드보다 홋카이도, 후쿠오카, 나라와 같은 지역 이름을 강조한 파빌리온이 눈에 띄었다.
이미 홋카이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독립적인 식품 원산지로 자리 잡으며 지역 특산물과 식문화를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는 식품 산업에서 원산지의 의미가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 자산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전시에서는 더 많은 지역이 다양한 상품과 이야기를 담아 등장했다.
전통식품도 ‘문화 콘텐츠’로… 미소가 보여준 지역 식문화 전략
전통식품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전시에서는 전통 방식의 일본식 간장(쇼유)이 소개되었다면 올해는 일본 된장인 미소가 중심 주제로 등장했다. 일본 전역에서 생산되는 미소의 종류와 숙성 방식, 색과 향의 차이를 지도와 함께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구성됐다.

이는 전통식품을 단순한 소비재로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식문화와 연결된 산업 콘텐츠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완제품보다 ‘식재료’… 전시장에 늘어난 소재형 식품
올해 FOODEX에서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 변화는 완제품보다 ‘소재형 식품’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분말, 페이스트, 농축액, 튜브형 양념 등 다양한 형태의 식재료 상품들이 등장했다.
이 제품들은 특정 메뉴를 완성하기 위한 완제품이라기보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는 식품 소재(ingredient)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수산물의 분말화 기술이었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단순한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분말이나 오일 등으로 분리해 식재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말은 국물 베이스, 조미료, 가공식품 원료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어 수산물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힌다. 이는 신선식품 중심이었던 수산물 산업이 소재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식품은 메뉴가 아니라 플랫폼”… 식품 산업 경쟁의 기준 달라져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된다. 냉동식품은 조리 기반과 맛을 제공하고, 지역 브랜드는 식품에 이야기를 부여하며, 분말과 농축 소재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만든다. 여기에 건강함을 추구하는 방향성 역시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식품은 이제 하나의 메뉴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라 여러 식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와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완제품 중심의 경쟁에서는 개별 상품의 맛과 가격이 핵심 경쟁력이지만, 식재료 중심의 경쟁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요리와 식문화에 연결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FOODEX JAPAN 2026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 전시회였다.
앞으로 식품 산업의 경쟁력은 단일 제품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을 하나의 메뉴로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식과 식문화 속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식재료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 산업이 ‘제품 산업’에서 ‘식문화 플랫폼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이번 FOODEX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5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K-Food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궤를 함께 맞춰야 할 시점이다.


(좋은상품연구소)
■ 최낙삼 소장 프로필
-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 한양대학교 경영컨설팅학과 박사수료
- 국가직무개발(NCS)전문위원
- 중소기업협회 1인창조기업 멘토(상품기획)
- 강서시장 활성화 전문위원
- 어촌뉴딜300〮어촌신활력 사업단 전문위원(해양수산부)
<저서>
■ 홈쇼핑으로 대박터뜨리기(2004/아라크네) ■ MD,WHO&HOW (2008/커뮤니케이션북)
■ 잘나가는 MD(2011/커뮤니케이션북) ■ 아이엠MD(2013/책미래) ■ 써먹는 MBA(2013/라온북)
■ 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2017/새빛) ■ CSV, 기업은 어떻게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2017/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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