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의 새로운 지평 여는 기회로 삼을 것"

지난 4~8일 독일 쾰른메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인 'ANUGA 2025'에서 한국의 해조류 브랜드 ‘바다숲(Sea Forest)’이 전 세계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감태 제품으로 혁신상을 수상한 바다숲은 충청남도와 충남테크노파크의 지원 부스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송주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1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며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온 감태 채취의 의미와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의 유산, 엔지니어의 도전
송주현 대표가 감태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14년. 그러나 그 뿌리는 훨씬 오래전으로, 아버지가 40여년간 손수 채취해온 감태 전통에 있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로 직접 걸어 들어가 맨손으로 감태를 걷어 올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제게는 평생의 기억입니다. 그 일을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이 사업에 뛰어들게 한 시작이었죠.”
송 대표는 본래 엔지니어 출신으로, 휴대폰 제조와 수출을 경험한 뒤 “문제를 풀면 길이 열린다”는 공학적 사고로 식품 시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감태 산업은 만만치 않았다. 손작업에 의존하는 채취와 건조 과정, 높은 인건비, 낮은 국내 인지도 등으로 벽에 부딪쳤다. 한마디로 김보다 7~8배 비싼 가격구조가 시장 진입을 어렵게 했다.
감태, 금가루처럼 쓰이는 프리미엄 식재료
그는 과감히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자본이 부족해 국내 대중 마케팅은 엄두도 못 냈지만, 해외 전시회와 유학생 및 셰프 네트워크를 통해 감태를 알렸다.
대중화 대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쌓여 샌프란시스코의 ‘베누(Benu)’를 비롯한 세계적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감태가 고급 요리의 장식으로 사용되면서 브랜드의 입지는 차츰 넓어졌다.
송 대표는 “셰프들이 수십만 원짜리 코스 요리에 감태를 금가루처럼 올려주신 덕분에, 비록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브랜드의 격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진정성과 꾸준함 덕분에 주변에서도 “망하지 않고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며 응원의 손길을 보냈다.
자산어보에서 얻은 ‘바다숲’ 이름...생명력과 맞닿아
브랜드명 ‘바다숲’은 고전 '자산어보'의 문구에서 착안했다. “바다 숲이 생명의 기원이다”라는 표현을 접하고 감태가 지닌 생명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바다숲은 가족의 이야기와 깊이 연결돼 있다. 송 대표의 아버지는 40여 년간 직접 감태를 채취해온 장인이었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손으로 감태를 걷던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브랜드의 원형으로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별세했지만, 송 대표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영상을 볼 때마다 더 잘 이어가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투병 경험은 제품 개발에 오롯이 담겨있다. 씹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 죽이나 간식 아이디어가 그에서 비롯됐다.
특히 이번 혁신상 후보작 중 하나였던 ‘감태 캐러멜’은 아버지가 늘 입에 사탕을 물고 계시던 모습에서 탄생했다. 노년층의 입마름병(구강건조증)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탕 대신 국내산 조청을 넣어 만든 건강한 간식이다. 단순한 간식을 넘어선 헬스케어 푸드의 의미가 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감태 스토리’
바다숲은 제품이 가진 스토리와 가치로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프랑스 국영방송 TV5 몽드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전 세계에 방영하면서 ‘감태는 왜 이렇게 비싼가, 김보다 몇 배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풀어내고, 감태의 고급성과 지속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유럽 바이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몰타, 이탈리아, 스페인, 런던, 파리 등지에서 소량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건건이 거래라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송 대표는 “인지도가 쌓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며 시장 확장을 낙관했다.
이번 ANUGA 현장에서도 바이어들의 발길이 바다숲 부스로 이어졌다. “이노베이션 섹션에 전시된 제품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일부러 부스를 찾아왔다”는 바이어들이 많았고, 지나던 바이어들도 “바다숲 브랜드가 마음에 든다”며 명함을 건넸다.
즉각적인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특히 감태 캐러멜, 페스토 등 디저트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송 대표는 “아직 거래가 성사된 것은 없지만, 바이어들의 눈빛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장의 열기 속에서 감태는 더 이상 낯선 해조류가 아니라, 새로운 식재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왜 ‘혁신’인가? 32시간 숙성과 식감·소화·건강성
이노베이션 부스에서 주목받은 감태 면은 32시간 숙성 공정을 통해 식감과 소화 측면에서 가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숙성·발효 요소가 이번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바이어들이 감태에 주목한 키워드는 건강성이었다. 감태는 김 등 다른 해조류에 비해 칼륨과 칼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송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바다숲은 감태 제품으로 비건 인증을 획득했으며, 이어 면 제품의 인증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시식 반응에서 “독특하고 건강하다”, “비건에 맞는다”와 같은 코멘트가 많았다고 송 대표는 전했다.
ANUGA와 그 이후, 베를린 팝업 레스토랑으로
올해 ANUGA는 바다숲에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송 대표는 “비용 부담이 컸지만,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지원 덕분에 참가할 수 있었고, 혁신상 수상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감태 면, 감태 캐러멜, 감태 페스토 등 다양한 제품이 소개됐고, 특히 디저트류에서 바이어들의 호응이 높았다.
박람회 직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감태 풀코스 팝업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다. 현지 셰프와 협업해 감태 김밥, 감태 완탕, 감태 아이스크림까지 선보이며 “감태로 구성된 한식 기반 풀코스 경험”을 제공한다.
송 대표는 “단순 입점보다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태로 K-푸드의 새로운 길을”
송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감태는 아직 낯선 식재료지만, 비건·글루텐프리·헬스케어 같은 글로벌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며 “한걸음 한걸음 틈새시장을 넓히고, 언젠가는 아누가에서 대형 독립 부스로 채워진 ‘감태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에서 울려 퍼진 ‘바다숲’의 이름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K-푸드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