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람이 죽어야만 멈추는가”... SPC 반복사고가 주는 경고, 그리고 사회의 책임
[데스크칼럼] “사람이 죽어야만 멈추는가”... SPC 반복사고가 주는 경고, 그리고 사회의 책임
  • 김현옥 편집국장
  • 승인 2025.05.2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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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푸드아이콘 편집국장

2025년 5월 어느날 새벽 3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50대 여성 노동자자가 윤활유를 뿌리다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불과 2년 전 평택 SPL과 성남 샤니 공장에서 있었던 사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우리는 "유감이다. 재발 방지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만 들었다. 그 사이 또 사람이 죽고 또 죽었다. 예견된 타살이다.

안전관리 우수사업장으로 뽑히던 공장에서 사람이 끼어 죽었는데도 여전히 안전조치 하나 제대로 안지켜지고 있다. 이건 기업이 아니라 '산재공장'이다.

반복된 죽음, 변하지 않는 시스템. 사고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안전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SPC는 대체 몇번의 장례식 후에야 멈출 것인가?

결국 우리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개선되지 않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가?”

정치권과 정부, 더이상 외면하면 공범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3년. 그러나 이름만 요란했을 뿐, 처벌은 약했고, 경영진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고 기업은 웃었다.

SPC처럼 반복해서 사망 사고를 낸 기업이라면, 단순한 벌금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형사 책임을 묻고, 기업의 생산 중단까지 포함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또한 ▲중대재해이력 공개 의무화 ▲상시 안전 점검 체계 개편 ▲위험 작업장 자동 정지 시스템 등의 조치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시민과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산업재해 이력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공시를 의무화해야 하고, 사고 후 조사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무작위 정기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기준 이상 위험 작업장에는 AI·센서 기반 자동정지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 사람이 기계에 끼이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멈추게 해야 한다.

기업, ‘사과문 경영’에서 ‘책임 경영’으로

SPC그룹은 사고 때마다 장문의 사과문을 냈지만, 현장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 경영진은 단기 성과를 위한 효율 중심의 공정 운용이 결국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2인 1조 작업의 철저한 준수 ▲야간 및 단독근무 위험 평가 강화 ▲안전 관리자 실질 배치와 권한 강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

이런 기본적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기업이 ‘ESG 경영’을 운운하는 것은 사기다. 생명과 안전 없는 성장엔 사회적 정당성이 없다.

시민·소비자 단체, 침묵 아닌 행동으로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소비자와 시민사회도 ‘침묵의 공범’이 되어선 안 된다. SPC 사태 이후 진행된 불매운동은 기업에 타격을 주었고, 일시적으로 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고, 기업은 다시 본래대로 돌아갔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시민사회는 기업 재해지수 기반 ‘윤리소비 캠페인’을 전개하고, 산업재해 이력이 많은 기업을 대외에 알려 책임 있는 소비를 독려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산재 피해자 가족과 연대 조직을 결성해 유족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 감시와 제도 개선 운동에도 앞장서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기업 공시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로비와 청원 운동이 필요하다.

윤리적 소비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SPC를 포함한 중대재해 반복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그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다. 죽음이 들어간 빵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책임 있는 소비를 할 것인가? 

인간의 생명을 비용으로 환산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SPC 사건은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보다 생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노동의 가치를 가볍게 여겨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장 안의 윤활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감각을 일깨우는 윤리적 경고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음 위에 세워진 빵을 먹을 수 없다. 책임 있는 정부, 바뀌는 기업, 행동하는 시민만이 이 악순환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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