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동일한 구조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가 SPC그룹 계열 전 공장에 47대나 설치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기계 노후화 및 공업용 절삭유 사용 의혹까지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SPC 전체 생산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SPC그룹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시화공장에는 동일 기종의 컨베이어가 총 8대 설치돼 있으며, 이는 전체 47대 중 약 17%에 해당한다.
계열사별로는 SPL이 20대로 가장 많고, SPC삼립 11대, 비알코리아 10대, 파리크라상 3대, 샤니 2대, 호남샤니 1대 등이 보유 중이다.
사고는 지난 5월 19일 새벽, 시화공장의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발생했다. 윤활유를 뿌리기 위해 기계 내부에 진입한 A씨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에 상반신이 끼여 현장에서 숨졌다.
해당 설비는 3.5m 높이의 원형 프레임 구조로 제품을 냉각시키는 장치로, 원래는 외부 주입구를 통해 자동으로 윤활유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료 근로자들은 “기계가 노후돼 자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직접 뿌리는 일이 빈번했다”고 진술했다.
논란이 커지자 SPC그룹은 지난 6월 18일 모든 계열사 공장에 노사안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노사 및 외부 안전 전문가와 함께 합동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부 점검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우려한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SPC의 규모가 커졌지만 안전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외부 전문기관이 중심이 되어 기계 설비와 근무 방식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수사 과정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윤활유가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 당시 A씨가 금속 절삭유 용기를 들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경찰은 해당 용기 내 윤활유 성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감정 중이다.
공장 측은 “용기는 절삭유용이지만 내용물은 식품용 윤활유”라고 해명했고, SPC그룹 역시 “인체에 무해한 ‘푸드 그레이드’ 제품으로, 제품과는 접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과 별개로 식품 생산 현장에서 공업용 윤활유 용기가 사용된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식약처도 윤활유 관리 실태 점검을 검토 중이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까지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권도 진상 규명에 나섰다. 김소희 의원실 관계자는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국정감사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반드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식품 제조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가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