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보자를 ‘식품테러범’으로 몰고 있는 ‘던킨도너츠’와 SPC그룹의 운명은?
[데스크칼럼] 제보자를 ‘식품테러범’으로 몰고 있는 ‘던킨도너츠’와 SPC그룹의 운명은?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10.05 0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옥 편집국장
김현옥 편집국장

제조설비를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아 곰팡이와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계에서 제품을 생산 공급한 ‘던킨도너츠’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던킨도너츠가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후 회사 측이 제보자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적반하장식 부적절한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6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던킨도너츠는 SPC그룹 계열 비알코리아의 브랜드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제보 영상이 공개된 후 소극적이고도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해 화를 키우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달 29일 KBS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제공한 제보 영상을 근거로 안양공장 도넛 제조환경의 비위생 문제를 보도하자 이튿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즉시 회사 차원의 현장 확인과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의 점검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뒷짐 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2차 사과문을 통해 제보 영상에서 조작 의심 및 식품 테러 정황이 발견돼, 제보자로 추정되는 직원의 식품 테러에 해당하는 계획적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며 갑자기 공세적인 입장으로 돌변했다.

와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의 안양공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 이어 김해와 대구, 대전 신탄진, 제주 등 비알코리아 나머지 4개 공장에 대한 불시 위생점검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평가를 실시한 결과 모두에서 기계 작업장의 위생관리 미흡등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강은미 의원은 이미 당국의 조사를 통해 던킨도너츠가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SPC측이 영상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 수사 의뢰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SPC그룹의 부도덕한 태도에 일제히 비난과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대기업 제품은 위생관리를 믿고 먹는 건데 가장 중요한 소비자와의 신뢰가 깨졌다(화학충)’ ‘식품공장이 저 정도면 온갖 핑계를 대더라도 해명될 수 없다(joonswar PS)’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위생 무시하다가 문제 생기면 그냥 날라갈 수도 있다(Jaewon).’ ‘영상에 나오는 공장은 정말 최악이다(두번먹어포카칩)’ ‘SPC그룹사인 삼립 샤니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도 위생점검하라(타간로크)’ ‘SPC그룹에서 나오는 식품은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 모두 전수조사 해야 한다(우리동네슈퍼맨)’ ‘직원이 고의적으로 청소를 안 했다 쳐도 책임자들 역시 단 한 명도 위생관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임환혁)’고 반문하는 등 회사 측의 주장이 억지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바츠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은 "4년전 BR코리아 음성공장의 레이아웃 변경을 위한 공사로 인해 판넬의 먼지가 날리는데도 도너츠 반죽기를 돌렸으며, 커피원두 보관소에 쥐 배설물도 보여 위생이 엉망이었다"고 이 회사가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SPC그룹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끝까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이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여 부도덕한 기업이 문을 닫게 해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본사의 관리 소홀로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던킨 가맹점주들은 무슨 죄냐, 생계유지를 위해 운영하는 점주들도 많을텐데 너무 불쌍하다.’ ‘가맹점주의 영업피해는 본사가 다 배상하라’며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힘들어질 가맹점들의 어려움을 걱정하기도 했다. 

비알코리아에 대한 불신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삼립 샤니 등 SPC그룹 산하 계열사로 불똥이 튀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룹 산하 모든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해당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일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하지만 사안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비알코리아는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채 경찰 수사를 통해 누명을 벗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위생관념 부재도 그렇거니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직원이 사건을 조작해서 해를 끼치려 한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면피하려는 SPC그룹의 잘못된 위기대응 태세는 기업의 이미지만 추락시킬 뿐이다. 그동안 소비자의 사랑으로 성장 발전해온 대기업으로서의 책임이나 고객을 우선하는 마음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산업에서 안전관리는 기업의 생존문제와 직결될 수 있고, 나아가 산업 전체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회지도층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양심과 회사를 키워온 소비자에 대한 고마움 정도라도 갖는다면, 생산 현장의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마당에 순순히 승복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미덕일 것이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해명도 변명도 쓸 데 없는 상황인데, 현실 자체를 부정하려고만 하는 기업에게서 우리는 과연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식품의 안전은 과학으로 풀어야 하고, 안심은 신뢰의 문제라는 것은 식품의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전문가들이 구호처럼 외쳐온 말이다.

소비자의 안심을 얻기 위한 식품산업의 노력들이 전 세계 선진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 평가체계와 책임 있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국민과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기업의 노력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