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축산] 정부, 가격 왜곡·등급 혼선·경매 축소까지 축산유통 전면 손질… 구조적 문제 해결 나선다
[기획-축산] 정부, 가격 왜곡·등급 혼선·경매 축소까지 축산유통 전면 손질… 구조적 문제 해결 나선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12.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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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한우·불안한 돼지가격·혼란스러운 계란표시 등 축종별 병목 진단
농식품부 전익성 축산유통팀장,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 재설계 방안 밝혀
전익성 농식품부 축산유통팀장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축산유통, “선진화는 됐지만 소비자 체감은 낮다”

정부가 2026년을 목표로 축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축산물 유통 구조의 전면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2010년 전후부터 약 15년간 1조5천억 원 규모의 투융자 사업으로 도축장·유통시설 현대화, 이력제·품질평가제도 도입, 양돈·양계 계열화가 진행되면서 ‘형식적 선진화’는 이뤄졌지만, 정작 소비자와 농가는 “비싸다, 불안하다, 헷갈린다”는 불만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확대, 소비자 가격 불만, 수급 불안, 표시제 혼란 등 새로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제는 단순 현대화가 아니라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전익성 축산유통팀장은 11일 '2025 축산유통대전'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에 대한 전면적 해법이 될 정부의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밝혔다. 핵심은 한우·돼지고기·닭고기·계란 각 축종별로 구조적 문제를 짚어 보고, 생산–유통–정보체계까지 함께 손보겠다는 것이다.

푸드아이콘은 이날 발표 내용을 토대로 정부가 보고 있는 축종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정리했다.

■ 한우 – “비싼데 왜 안 내려가나”… 장기 사육 관행·복잡한 유통단계 동시에 겨냥

한우에 대한 대표적인 소비자 인식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전익성 팀장은 먼저 이 가격 구조의 배경부터 짚었다. 식당 기준으로 한우 원재료비 비중은 메뉴 가격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다른 농산물, 인건비, 임대료 등이 함께 얹히기 때문에, 산지에서 도매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곧바로 메뉴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

유통 단계 자체도 가격 전가를 늦추는 요인이다. 한우는 도축–가공–포장–재고 보유를 거쳐 소매점·음식점에 공급되는데, 산지 가격이 변한 뒤 실제 판매 현장까지 물량이 바뀌는 데 최소 3주가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유통비용률이 약 50% 수준이어서 산지에서 가격이 100원 내려가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는 50원 안팎에 그치는 구조다.

정부가 검토하는 개선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유통단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지역에서 사료를 직접 OEM으로 생산하고, 정육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농가처럼 생산과 판매를 최대한 ‘직접 연결’하는 모델을 발굴·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농가가 직접 가공·판매 비중을 늘리면 유통마진을 줄이고 가격 전가 속도도 다소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생산 단계, 특히 장기 사육 관행을 바꾸는 방향이다. 국내 한우는 고급육 생산을 목표로 사육기간이 길어지면서 평균 32개월령 이상까지 키우는 구조가 굳어졌다.

반면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6~28개월령에 출하했을 때 농가 소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 체중이 커질수록 경락가격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사료비와 경영비가 누적되어 이익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전 팀장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장기 사육 구조를 서서히 개선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생산비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한우 가격도 보다 합리적 수준에서 형성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가의 오랜 관행인 만큼 단기간에 바꾸기보다는 방향 제시와 인식 전환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 돼지고기 – 경매 축소로 가격 불안, 과지방 삼겹살·수입산 공세… 도매시장·등급제·인증으로 대응

돼지고기는 ‘가격의 롤러코스터’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과거 20~30% 수준이던 경락 경매 비율은 최근 5% 미만(4%대)까지 떨어졌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10~15년 전만 해도 도매가격 변동 폭이 400~60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크게 출렁일 때 1,500원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경매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 가격의 대표성과 신뢰도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익성 농식품부 축산유통팀장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북 지역에 새로 문을 연 도매시장과, 내년에 개장 예정인 충남 도매시장을 계기로 돼지고기 경매 기능을 다시 살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양돈 농가 역시 도매시장 활성화를 희망하고 있어, 출하 물량을 어떻게 지원하고 이 가격을 ‘대표가격’으로 인정받게 할 것인지 구체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비자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과지방 삼겹살’ 문제도 뜯어본다. 유통업체는 과도한 지방과 ‘떡지방’을 제거해 판매하고 있고, 제거한 만큼 손실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생산 단계에서 품종·사양 관리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달라는 요구로 이어진다.

정부는 돼지 등급제의 일부 개선을 통해 생산자와 개량 방향에 신호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돼지고기 등급은 도축 단계에서는 의무표시지만, 소매 단계에서는 자율표시여서 소비자가 등급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등급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생산 관리 인증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수입산 공세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크게 늘어, 한때 수입 돼지고기 중 약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른바 ‘이베리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캐나다에서는 보리 사료를 먹인 돼지 등 차별화 콘셉트 상품이 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국내산 돼지고기도 특정 지역·농가·기술·품종 등 특화 요소를 인증하고, 등급제에서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라벨링·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 닭고기·계란 – 현실과 어긋난 조사 방식, 헷갈리는 번호·중량 체계… “소비자 눈높이 기준으로 재설계”

닭고기 유통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부분육 중심’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마트 진열대에서 소비자가 마주하는 닭고기 제품은 대부분이 부위별 포장육이다. 그러나 현재 가격 조사는 여전히 ‘생닭 한 마리’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유통 현실을 반영해, 생닭뿐 아니라 부분육 가격도 함께 조사하는 체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계란은 가격과 품질, 표시제까지 복합적인 혼선이 쌓여 있는 분야다. 우선 가격 조사의 경우, 이미 축산경영과 차원에서 생산자단체가 희망 가격을 고시하지 않도록 조치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런 조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11월 문대림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을 통해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헷갈림’이다. 계란 등급제가 도입된 지 18~20년이 되어 가지만, 실제 유통되는 계란 중 등급란 비중은 8%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들은 무항생제란, 친환경란, 동물복지란 같은 용어는 많이 접하지만, 정작 등급란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난각 번호도 오해의 소지가 크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포장지의 ‘사육환경 번호 1번’을 보고 동물복지에 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해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난각 맨 뒤의 ‘4’ 숫자를 보고 “왜 4번이냐”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 숫자는 등급과 관련된 표기임에도, 케이지 사육환경 번호로 오해하는 것이다. 전익성 팀장은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표시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란 중량 구분도 마찬가지다. 대·중·소 개념은 알지만, 왕란이 더 큰지, 대란이 더 큰지, 특란이 더 큰지 헷갈려 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 정부의 조사 결과다. ‘왕은 왕이라서 큰 것 같고, 특은 특이라서 더 큰 것 같다’는 식의 감각적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를, 누가 봐도 일관되고 직관적인 규격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닭고기·계란 분야의 개선 방향을 한마디로 “현실·소비자 눈높이와 맞지 않는 조사·표시 기준을 실제 거래 구조와 소비 현장을 기준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하고 있다.

■ 온라인 경매·스마트축산·가격 비교 앱… 종축 공통 인프라 손질로 “정보 비대칭 줄인다”

축종별 대책과 함께, 정부는 공통 인프라 개선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경매가격 대표성 약화에 대응해 소·돼지 온라인 경매 거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시도 중인 계란 온라인 거래나 부분육 거래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생산 안정성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폐사율 상승에 대응해, 축산물품질평가원과 연계한 스마트축산 기술 도입 지원도 방향에 포함됐다. 여기에는 최신 AI 기술뿐 아니라, 자동 센서로 축사 온도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설비도 포함된다. 기존 축사 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농가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소비자 가격 정보 공개도 강화한다. 축평원이 운영하는 고기·계란 가격 비교 앱을 활성화해, 소비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어느 매장이 얼마에 판매하는지, 어디에서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산지 가격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많이 반영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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