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축사에 첨단기술 얹는 건 넌센스… 표준 프로토콜·센서 내구성·공유 가능한 빅데이터가 핵심”

기후변화와 탄소, 식량·에너지·질병, 시장 개방까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변수들이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과 AI가 ‘해답’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이인복 교수(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장)는 11일 열린 '2025축산유통대전' 강연에서 '축산유통대전2025'에서 주제강연을 통 “스마트 축산은 현장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진단·제어·예측하자는 방향이지만, 우리 축산이 지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며 “그 동력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는 것, 즉 규모화·시설 현대화·신뢰 데이터·표준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축산 현안은 수십 년째… 스마트축산이 해법이지만 도입·운영 장벽이 크다”
이 교수는 축산 현장의 문제들이 “수십 년 동안 막대한 투자에도 완벽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먼저 짚었다. 악취, 질병, 분뇨, 지역 갈등 같은 난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기술적 돌파구로 ‘스마트 축산’이 추진돼 왔지만, 현장에서는 비용과 복잡성, 운영 난이도가 동시에 장벽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 축산의 지향점을 “정밀 사양, 데이터 기반 관리,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지속가능성, 환경부하 저감, 시스템 고도화”로 정리했다. 해외와 국내의 용어는 달라도 목표는 같다고 했다.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말 못하는 가축의 상태를 데이터로 모니터링해 제어와 예측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스마트 축산이 지향하는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가 끝나고 ‘이제 운영하세요’ 하고 현장을 떠나면 농민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현장 적용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 강조만으로는 안 된다… 노후 축사에 첨단기술 얹는 건 넌센스”
이 교수는 최근 정부와 산업계가 AX·DX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을 언급하면서도,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먼저이고, 데이터는 센싱·모니터링·ICT·자동화와 함께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축산 시설 기반을 ‘디지털 축산의 바닥 공사’로 봤다. 시설 구조 자체와 환기 설계가 먼저 갖춰져야 정밀 환경제어가 가능하고, 그 위에 ICT·AI를 접목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주장이다.


단열성이 뚝뚝 떨어지는 노후 시설에서는 정밀 환경 조절이 될 수 없으며, 그런 곳에 최첨단 장비를 붙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건 넌센스라는 설명이다.
또한 규모화의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규모가 뒷받침돼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 대비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축산 빅데이터는 선진국 수준 아니다… 표준·프로토콜·메타데이터가 비어 있다”
이 교수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지점은 데이터다. 그는 “신뢰도 있는 빅데이터가 있어야 데이터 마이닝과 알고리즘, 머신러닝·딥러닝이 가능하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빅데이터 선진국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현장 데이터의 구조부터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온도·습도 값만 폴더에 저장돼 있을 뿐, 그 데이터가 어느 농장·어느 계절·몇 마리·어떤 환기 운영 조건에서 수집됐는지 설명하는 메타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쌓여도 비교·검증·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그는 유럽의 사례를 들며 “1900년대 말부터 유럽 전체가 동일한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뽑아 서로 펼쳐놓고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현장 데이터를 “통일된 방법으로 수집·분석하는 프로토콜이 없다”고 했다.
센서 내구성 문제도 ‘현장 데이터의 취약점’으로 꼽았다. 겨울철 최소환기 조건에서 온·습도 센서가 분진·수분·암모니아로 부식되고, 연구자는 자주 교체·세척·재교정이 가능하지만 농가는 어렵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센서 개발에만 돈을 쓰기보다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공공 빅데이터, 연구자가 못 쓴다… ‘공유 가능한 데이터’가 공공성이다”
빅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을 아는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교수는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정작 내가 필요해서 요청하면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부 공개, 여러 이유로 공유가 막히는 사례가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공공 데이터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추진한 ‘축산 빅데이터 표준화’에 대해 “작년부터 기여할 기회가 있었고, 12개의 파편화된 표준을 통합해 첫발을 잘 내디뎠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연구자와 현장이 환영하는 데이터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형 데이터(온도·습도) 중심에서 비정형 데이터(영상·이미지·행동 데이터)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흐름도 짚었다. “전 세계 빅데이터의 80~90%가 비정형 데이터”라는 언급과 함께, 말 못하는 가축 모니터링은 비정형 데이터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의 진짜 가치=예측… 폭염·악취 민원도 ‘대응 시간’을 만들어야”
이 교수는 AI를 ‘실시간 대응’보다 ‘예측’에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예보, 풍향·풍속 변화로 악취 민원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 농가가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모델이 대표적이다. AI가 현장에 주는 가치가 ‘대응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또 디지털 트윈에 대해서도 “현장 적용이 미진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모델링·시뮬레이션·빅데이터·AI가 3차원 공간에서 결합되는 플랫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양돈에서 1000두 규모의 객체 인식과 상태 모니터링을 구현하려면 카메라 수뿐 아니라 컴퓨팅 용량 비용이 커 “고비를 넘기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지적했다.
“기술은 통합돼야 성과가 나온다”… 다목적 환기 시스템이 보여준 ‘현장형 효과’
이 교수는 “개별 기술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이 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다목적 환기 시스템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 환기 방식은 겨울에 최소환기로 운영되면서 사육환경 악화, 에너지 부담 증가, 질병 취약, 악취 배출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통합 환기·에너지 회수·환경 제어를 결합하면 사육환경 개선, 에너지 절감, 방역 강화, 악취 저감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돈사 실험에서 사육환경 개선을 통해 “출하 주기가 평균 7주 단축”된 경험을 언급했고, 비육돈 현장 실증에서도 폭염기 대조구 대비 “출하가 5주 빨랐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기술의 목적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생산성·비용·환경을 한 번에 개선하는 현장 성과로 입증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AI는 가야 할 길이지만, 공존이 필요하다… 사람의 현장 지식이 빠지면 거짓말이 쌓인다”
이 교수는 AI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공존의 시대”를 강조했다. 스마트팜 과제 성과평가 과정에서 AI를 활용했지만, 결과를 펼쳐보니 “맨 거짓말”이었고, 원인은 AI가 아니라 “보고서 자체에 실제와 다른 내용이 곳곳에 있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사람은 현장을 아니까 ‘왜 사업화도 안 했는데 했다고 쓰지’ 같은 걸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사람의 현장 지식과 경험이 녹아들지 않으면, AI가 거짓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교수가 제시한 ‘지속 가능한 디지털 축산 AI 발전’의 핵심은 화려한 기술 구호가 아니라, 기본 조건을 갖춘 뒤 통합 시스템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 규모화와 시설 현대화, 신뢰 가능한 데이터와 표준·프로토콜, 센서 내구성과 공유 가능한 공공 데이터, 그리고 AI·ICT·자동화의 균형 발전. 그 토대 위에서 예측 기반 AI가 현장 대응력을 높일 때, 디지털 축산은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