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스토리] '메종드꼬레' 한국식품 불모지 프랑스 리테일 진출 전략 ①
[성공스토리] '메종드꼬레' 한국식품 불모지 프랑스 리테일 진출 전략 ①
  • 김현옥/김민 기자
  • 승인 2019.12.1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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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 아시아식품 찾는 이유는 다양성 건강성 편의성 때문
먹기힘든 매운맛 '불닭볶음면'과 이름도 생소한 '교자만두'에 열광
한국산 브랜드 인지도 낮아 유통점주 설득과 직접 배송·진열해야
인터마르쉐 까르푸 모노프리 등 4개 대형채널 입점하는 쾌거 이뤄

 

“유럽인들이 아시아 식품을 찾는 이유는 다양성과 건강성, 편의성, 조리성 때문입니다. 매운 음식을 못먹는 프랑스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에 열광하고, 전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한국의 교자만두가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을 입증합니다.” 

지난 9일 ‘미주․유럽시장 수출확대 전략회의’에서 국내 식품회사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리테일 공략에 성공한 ‘메종드꼬레(Maison de Coree: 한국의집)’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 김직 이사의 말이다.

메종드꼬레는 그동안 프랑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교자만두’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매운맛에 질색인 현지인들에게 컵용기의 라면과 우동을 선보였는가 하면 스낵칩과 알로에베라 음료에 이어 각종 특용작물성분을 이용한 마스크팩 제품 등 이제는 식품에서 화장품 영역으로까지 제품 라인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서울에서 파리로’라는 컨셉의 메종드꼬레는 만두전문업체인 GMF가 운영하는 프랑스 브랜드다. 메종드꼬레가 우리나라 식품의 불모지 프랑스 유통매장에서 날개를 펼치기까지 시장 개척 및 성장 스토리를 김직 이사를 통해 들어본다.

'프랑스 현지 리테일 공략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는 메종드꼬레 김직 이사

프랑스에서 수입식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노프리’ 파리매장의 인터네셔널 푸드섹션에는 인도, 타이, 중국 등 모든 아시아 식품들이 진열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강력한 브랜드인 CJ(비비고)나 대상, 농심 등은 찾아볼 수 없다.(2018년기준) 그만큼 유럽에서 한국식품의 브랜드 인지도는 매우 낮은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 왜 프랑스에서 시작했나?

메종드꼬레 김직 이사
메종드꼬레 김직 이사

2015년, 메종드꼬레는 프랑스 6대 유통채널 중 4위인 인터마르쉐(Intermarche)의 5개 매장에서 무모하게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후 인터마르쉐 입점 매장 수가 50개로 늘어났고, 이어 2위 유통채널인 엘레끌레르(Eleclere)의 5개 매장에서 또다시 시작한다.

엘레끌레르에서도 메종드꼬레는 벤더 코드를 갖고 있지만 골든 매대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제품을 직접 배송하고, 진열해야 했으며, 심지어 냉장고나 매대도 직접 설치하는 일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2개 대형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과 모기업의 사업 타당성 조사 단계로서 법인 진출에 앞서 스터디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3년이 지난 2017년, 메종드꼬레는 4개의 유통채널에 들어가 전체적으로 120~130개의 매장에서 영업하고 있다. 이때부터 인터마르쉐는 매장의 중심부에 메종드꼬레 제품을 진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파리 외 수도권 지역인 일드프랑스 지역에 납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100여개의 매장에서도 메종드꼬레는 여전히 제품을 직접 배송, 진열해야 했고, 인터마르쉐의 경우 각 매장이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국의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점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프랑스 유통시장의 25~30%를 점유율하고 있는 절대 강자 까르푸의 담당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에 드디어 정말 힘들게 까르푸를 들어간다. 이 곳에서도 영업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다 보니 까르푸가 △대형 규모의 '까르푸 하이퍼'와 △우리나라 익스프레스 모델 같은 '까르푸 마켓' △편의점 형태의 '까르푸 씨티' 등 3개 채널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중에서 메종드꼬레는 까르푸 마켓에만 입점이 가능했다. 까르푸 마켓만 하더라도 180~200개의 매장이 있는데,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적은 탓에 거듭된 설득을 통해 아시아식품 코너가 있고 한국 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115개 매장에 납품하게 됐다.

인터마르쉐의 경우 이제는 거래가 원활해져 일드프랑스 지역의 170여 개 전 매장에 납품권을 취득했는데, 그렇다고 전용 매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든 sku(stock keeping unit)를 취급하는 데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제품을 납품했다가 바로 기각되는 경우도 있고, 매대 관리가 안되어 퇴짜맞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메종드꼬레는 스타트업으로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올해 ‘모노프리’ 전국 매장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모노프리 전 매장 입점’이 상징하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모노프리는 파리 어디에서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로서, 도시에 있지만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곳의 아시아식품 매출이 까르푸를 넘어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모노프리는 전국에 ‘모놉’이라는 작은 규모의 채널까지 합쳐서 330개 정도로, 까르푸의 3000개에 비하면 1/10 수준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매출실적 면에서 어깨를 견준다는 것은 모노프리의 경쟁력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메종드꼬레는 모노프리에의 입점을 매우 큰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까르푸는 일드프랑스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노프리 전 매장에 메종드꼬레가 입점한 것을 계기로 까르푸도 하이퍼, 마켓, 시티 등 3개 채널에서 물꼬를 열어줬다. 그러나 여전히 메종드꼬레 전용 매대를 갖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문해서 설득하고 있다. 

■ ‘메종드꼬레’ 브랜드 이미지 탄생 스토리

메종드꼬레는 ‘de Seoul la Paris’라는 ‘서울에서 파리로’ 컨셉으로 시작하게 됐다. 4년간의 시장 조사 및 연구와 PR 에이전시 등 소비자 관련 피드백을 통해서 한국 식품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딩을 만들었고 거기서 뽑아낸 키워드다.

브랜드 소개 문구로 처음엔 ‘dynamic pop street(다이나믹 팝스트릿)’을 사용했는데, 이는 한국을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인식이 ‘젊다’ ‘새롭다’는 것과 K-pop이나 K-beauty의 영향인지 ‘다이나믹하다’ ‘고속 성장했는데 과연 고유의 문화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여기에 Contemporary(컨템포러리)를 덧붙였다. 이 키워드는 현대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개발 중인 아시아 국가의 작은 나라라는 컨셉이 들어 있다. 메종드꼬레가 디자인이나 아트, 문화적으로 현대적인 제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컨템포러리를 키워드로 사용했다.

사실 프랑스에는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그룹이 진출해 있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프랑스 콩코드 광장의 가장 크고 비싼 6성급 호텔 전면부에 삼성이 5년째 모바일 광고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이미지를 내세우지 못하다가 올들어 최근 한글 표기로 한국을 어필하기 시작하는 등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그 이유는 프랑스에서 최근 최근 2, 3년 사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그러한 부분들이 한국의 혁신(Innovative) 이미지에 일조를 하고 있다.

메종드꼬레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한국을 방문했거나 한국에 대해 조사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이 정말 빠르고, 뭔가 특이하고 재미있는 나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 키워드로 ‘Crazy(크레이지)’ 코드를 넣어 조금 더 강하게 녹여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메종드꼬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계속 바뀌어왔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매장이나 고객이 원하면 계속 바꿨다. 처음에는 한국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전통 기와와 정자, 평상 등을 형상화했으나 너무 복잡하다는 평가여서 한글 서체를 모방한 글씨(letter)를 키웠다.

또 태극기의 궤를 형상화해 프랑스 시인이 말한 것처럼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맛을 표현했지만 프랑스 소비자들은 전혀 이해를 못해 삭제하기도 했다.

2018년에 디자인을 보다 더 세련되고 부드럽게 만든 것이 지금의 ‘메종드꼬레’인데, 브랜드에 꼬레(코리아)라는 국가 이름을 넣은 것이 직관적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드벤티지를 노린 것이다. 여기에다 한국 브랜드지만 파리(프랑스)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파리’를 넣었다. 이런 부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찬디올이나 루이뷔통 등이 모두 파리를 넣은 것을 보고, 우리도 그런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에서 모방한 것이다.

메종드꼬레 디자인 변천사
메종드꼬레 디자인 변천 과정

올해 들어서는 aT와 함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로고에 포함된 지붕이 아시아에 대한 진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뺐다. 이 작업은 제품 패키지는 물론 웹사이트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굉장히 큰 도전이었고, 어려운 결정이었다.

한국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하이테크가 발달한 나라인데도 우리나라나 아시아에는 절(temple)만 있는 줄 알기 때문에, 지붕을 빼고 브랜드 컨셉도 명확하게 ‘서울에서 파리로’로 정함으로써 “당신들을 놀라게 해주려고 서울서 파리로 왔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미지와 컨셉을 모두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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