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가시엉겅퀴' 매력에 푹 빠진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의 러브스토리 ①
[이사람] '가시엉겅퀴' 매력에 푹 빠진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의 러브스토리 ①
  • 임실 오수=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6.02 14: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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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연구로 멸종위기 가시엉겅퀴 재배법 표준화 성공
화훼특작분야 국내 1인자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에 올라
엉겅퀴 효능 무궁무진...불과 5% 규명 "너무 큰 걸 건드렸다"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 기념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임실생약 심재석 대표
“임실엉겅퀴의 3대 연구 포인트는 간(肝), 피(血), 관절(關節)입니다. 임실가시엉겅퀴의 어떤 성분이 이들 신체기관에 어떤 효능을 나타내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에 맞는 건강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남들이 연구해 놓은 자료를 토대로 제품을 대충 만들어 팔고 싶지 않은 것이 임실생약의 철학이고 자존심입니다.”

보라색 꽃망울이 하나 둘 터뜨리기 시작할 무렵,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4000여평 규모의 가시엉겅퀴 체험농장에서 만난 영농조합법인 임실생약 심재석 대표의 일성이다. 농업 현장과 이론 지식을 모두 갖추고 해박한 식견으로 임실엉겅퀴에 대한 정보를 쉼 없이 쏟아 놓는 그는 누가 뭐래도 농부이면서 연구자임이 분명하다.

1981년 약용작물 재배농장을 시작으로 40 평생 생약 외길인생을 걸어온 심 대표는 1994년 임실생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2000년 건강식품제조업으로의 전환과 함께 지금까지 20년 동안 엉겅퀴 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는, 그야말로 ‘엉겅퀴에 미친 사람’이다. 정부가 지정한 '신지식농업인',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이란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심 대표는 엉겅퀴 농장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5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딱 한 달 동안 개화 시기에 맞춰 전국의 소비자들을 초청해 체험 축제를 벌이면서 엉겅퀴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가치를 홍보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지금은 임실이 치즈산업 클러스터로 유명하지만, 머지않아 ‘가시엉겅퀴’의 고장으로 맹위를 떨칠 것이란 확신마저 든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모임이 조심스럽고, 날씨마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예년보다 5일 정도 늦게 시작된 임실엉겅퀴 축제 현장을 찾아 엉겅퀴 사랑에 푹 빠진 심재석 대표의 러브 스토리를 들어봤다.

임실생약 회사 전경

약초 재배 농가가 국내 최고 가시엉겅퀴 전문업체로 변신
농부 아들로 농업을 전공한 뼛속까지 농사꾼이자 연구자

회사의 공식 이름은 ‘영농조합법인 임실생약’이다. 얼핏 보면 농업회사 같기도 하고, 제약회사 같기도 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식품 회사다. 심 대표에게 회사의 정체성과 사명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농사꾼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농업을 공부한 뼛속까지 농사꾼이지요. 광주사태가 일어난 이듬해인 1981년 전공을 살려 약용작물 재배농장을 운영하다가 ‘83년 오수생약사업소를 설립하고 경동시장, 한의원 등에 약재 공급 사업을 시작했어요.

’94년에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회사명을 임실생약으로 바꾸고 2000년부터 건강식품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굳이 회사명을 바꿀 필요가 없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한약재 원료가 식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구요.”

“엉겅퀴는 앉은뱅이도 일으킨다” 어머니 말씀에서 창업아이디어 착안
약용작물 전문가 자존심 걸고 '제대로된 遺作 만들겠다' 굳은 의지로 연구
 

임실생약은 엉겅퀴를 직접 재배하고 그 작물을 이용해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식품 회사의 경우 한가지 품목에만 매달릴 경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러한 경영의 ABC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오로지 엉겅퀴에만 집중하는 심 대표의 경영철학이 매우 궁금했다.

“물론 처음부터 엉겅퀴만 고집한 것은 아닙니다. 임실이 주산지로서, 땅두릅으로 잘 알려진 독활(獨活)을 3만 평 정도 재배해 전국생산량의 25%를 공급한 적도 있고, 88올림픽때는 임실을 작약 주산지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수입산에 밀려 실패한 적도 있지요. 이 때부터 국산 한약재는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이 땅에 비아그라가 들어오면서 한의원 사업이 일대 위기 국면을 맞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약재를 생산하는 것은 더 이상 승산이 없겠다고 판단해 99년도에 결단을 내리고 2000년부터 건강식품 제조업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 지 올해로 20년을 맞고 있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한때 건강식품 시장을 휩쓸었던 모 회사의 산수유 인기에 편승한 홍삼산수유나 의성흑마늘을 모방한 흑마늘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남이 힘들여 연구 개발한 제품을 모방해 ‘동냥질’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심재석, 소위 약용작물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기껏 남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삭이나 줍고 있으면 안되잖아~’ 혼자서 뇌까리며 상한 자존심을 부둥켜안고 죽을 때 죽더라도 한가지는 제대로 만들어 놓고 죽자는 일념으로 나만의 아이템 찾기에 나섰습니다.

그 순간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매년 가을이면 산과 들에서 엉겅퀴를 캐다 약술을 담가서 겨우내 아버지에게 드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달인 물로는 쌉사롬한 식혜를 만들어 커다란 장독에 담아놓고 우리에게 먹였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아버지가 엉겅퀴를 드신 다음 해에는 지게질을 거뜬하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엉겅퀴 한 가마니면 앉은뱅이도 일으켜 세운다.“고 하신 말씀이 귀에 맴돌았습니다.”

4000평 규모 임실생약 가시엉겅퀴 체험농장
농장 체험객들이 임실엉겅퀴를 넣어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자신만의 특화된 종자·재배법 계약 농가에 전수
17만 5천㎡ 규모 단지 조성 연간 100여톤 수매

당시만 해도 엉겅퀴는 민간요법에서나 사용되는 들풀에 불과했을 터. 이것을 사업화하려면 대량재배와 가공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텐데 그런 고민은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값싼 중국산 약초의 공세에 밀려 국산 작약 가격이 폭락하는 고배를 마신 후 엉겅퀴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국내 재배 농가를 수소문했지만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의원에서조차 약재로 사용하지 않았고, 설령 사용한다 해도 수입산이어서 일단 시장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지요.

들과 선산 등을 샅샅이 뒤지며 야생 엉겅퀴를 찾아 나섰으나 씨앗이 땅 속에 들어가야 싹을 틔울텐데, 두껍게 쌓인 낙엽에 파묻혀 발아되지 못하고 썩어 없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엉겅퀴 씨를 직접 채취해서 발아시키는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산에서는 꽃피는 개화기가 들쭉날쭉하고 영양소가 부족한 탓에 종자가 익는 정도도 일정하지 않아 발아율은 고작 5%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6년만에 국내 최초로 멸종 위기에 놓인 가시엉겅퀴의 재배법 표준화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지역 농가에 가시엉겅퀴 종자와 재배법을 전수하고 계약 농가로부터 매년 100여톤의 물량을 전량 수매하고 있습니다. 임실 지역엔 현재 17만 5000㎡에 달하는 가시엉겅퀴 재배단지가 조성돼 있을 정도이니 지역 농가의 중요한 소득 자원이 된 셈이지요. 사실 가시엉겅퀴는 재배 환경 조건에 민감해 지금도 발아율이 38%에 불과합니다.”

 

임실엉겅퀴 효능가치 무궁무진... 체험사례 속출 힘 얻어
꽃따낸 엉겅퀴는 목질화로 유효성분 없음을 과학적 확인 

이렇게 2012년 국내 최초로 가시엉겅퀴 대량재배에 성공한 심 대표는 2016년 농촌진흥청이 화훼특작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1인을 선정하는 ‘대한민국최고농업기술명인’의 자리에 오른다. 엉겅퀴의 유효 성분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개발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가시엉겅퀴의 체험 효과를 공유해주는 소비자 덕분에 사업의 가치와 의미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철저히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한다”는 심 대표의 제품 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건강식품의 개념도 잘 몰랐어요. 사업 초기 전북대 식품공학과 신동화 교수 연구실에 엉겅퀴 원료를 제공하고 제품을 공동 개발하면서 배우기 시작했지요. 동의보감 방약합편 익생양술 등 한의서를 보면 엉겅퀴의 다양한 효능이 기록돼 있습니다. 어혈을 풀어주고, 피를 깨끗하게 하며, 운동계 질환과 신진대사를 다스리고, 혈중 질환에 효험이 있다. 피고름을 삭인다. 생리가 멎지 않고 계속되는 것을 멈추게한다. 토혈 누혈 각혈을 지혈시킨다. 옹종 이뇨 안태 신경통 관절염 관상동맥질환 등에 좋다고 되어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내용조차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인용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엉겅퀴 연구를 16년간 진행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엉겅퀴는 가장 먼저 핀 꽃과 두 번째 세 번째 핀 꽃 사이의 발아력 차이가 매우 큽니다. 그래서 첫물과 두물에선 종자를 얻고, 발아력이 떨어지는 세 번째 네 번째부터는 꽃을 채취합니다. 꽃은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는데, 이것으로 식초를 만들고 이 식초를 원료로 탈모방지제를 개발했습니다. 탈모방지제는 직접 사용해본 결과 3개월 만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았지만, 당분간 식품사업에 올인해야 해서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꽃을 따낸 엉겅퀴의 줄기와 잎, 뿌리는 목질화로 유효 성분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자체 연구로 밝혀낸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엄청난 결과물입니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잡초에 불과한 엉겅퀴의 가치를 찾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밝혀낸 엉겅퀴의 효능은 5%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규명해야할 엉겅퀴의 가치가 95%나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무궁무진한 것이지요. 막상 연구를 해보니 너무 큰 것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계속>

엉겅퀴는 꽃, 종자, 잎, 줄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유용한 약용식물이다.
엉겅퀴는 꽃, 종자, 잎, 줄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유용한 약용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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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2020-06-02 19:40:11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