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교체했는데도 주방이 왜 이렇게 덥죠?” 여름철 외식업 컨설팅 현장에서 점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여기서 현장 종사자들은 주방의 온도가 단순히 에어컨 성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에어컨은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는 장비일 뿐이다. 그 냉기가 공간 안에서 제대로 순환하고, 뜨거운 공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맞물려야 비로소 냉방이 완성된다. 실내기만큼 중요한 것이 실외기이고, 배기만큼 중요한 것이 급기이기 때문에 냉방은 단순히 기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꾼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에어컨은 멀쩡한데, 왜 주방은 사우나가 됐을까”
몇 년 전, 새 건물에 입점한 한 음식점을 컨설팅한 적이 있다. 모든 시설이 최신식이었고, 에어컨도 충분히 설치돼 있는 상태여서,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여름철 주방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조리사들은 “사우나 안에서 요리하는 기분”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작업자들의 피로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당연히 조리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냉방이 아니라 ‘공기의 길’이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니 원인은 예상 밖의 곳에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실외기 구조였다. 실외기가 열을 제대로 배출해야 하는데, 배관 동선 자체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주방에 냄새와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강한 배기 시스템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외부 공기를 안으로 공급해주는 급기 시스템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나가는 문만 있고, 들어오는 문은 없는 셈이었다. 배기팬은 계속해서 내부 공기를 빨아내는데 들어올 공기가 없으니, 주방은 점점 압력이 무너진 진공 상태처럼 변해갔다. 홀의 시원한 공기조차 주방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했고, 대신 문틈 사이로 뜨거운 외부 공기만 밀려 들어왔다.
결국 공간 자체가 냉방을 거부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런 설명을 하면 많은 분들이 “그럼 에어컨 용량을 더 키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하고 묻는다.
하지만 냉방 용량은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일 뿐이고, 공조 설계는 그 공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내는 능력이다. 공기의 흐름이 무너진 공간에서는 아무리 큰 장비를 설치해도 냉기는 작업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후드 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결국 남는 것은 커진 실외기와 늘어난 전기요금뿐이고, 현장은 여전히 덥고 작업 환경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운 주방은 결국 식품 안전까지 흔든다”
문제는 단순히 ‘덥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시 그 매장은 회초밥을 만드는 업장으로, 주방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식재료는 곧바로 위험온도 구간에 노출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수산물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생물 증식 위험도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작업자의 위생 관리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현장에서는 결국 “더워 죽겠는데 마스크까지 어떻게 계속 쓰냐고요.”라며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극심한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지친 환경은 위생 기준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결국 열악한 작업 환경이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보이지 않는 설계가 현장의 수준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 가면 가장 먼저 가만히 서서 공기의 흐름부터 살펴본다. 후드의 위치는 어떤지, 급기구는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실외기가 숨을 쉴 공간은 확보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 흐름만 살펴봐도 이 주방이 한여름을 버틸 수 있을지 어느 정도 판단이 선다.
외식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먼저, 주방이 제대로 숨 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급배기 설계를 놓치면 주방은 매년 사우나가 되고, 실외기 자리를 잘못 잡으면 에어컨은 제 성능을 내지 못한 채 전기만 먹는 고철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적 오류가 한 번 자리 잡으면 나중에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영업이 시작된 뒤에는 공사 자체가 부담이 되고, 비용도 훨씬 커진다.
주방 냉방은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설계의 힘이며, 결국 그 설계가 식품 안전의 수준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