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설탕부담금은 사실상 ‘세금’…효과·부작용 신중히 검토해야”

설탕과다사용부담금 도입을 둘러싸고 소비자단체와 식품산업계가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설탕과다사용부담금 국회토론회’에서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산업계 관계자들은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단체 “구조적 식품 환경 개선 필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당음료와 고당 식품 소비 증가는 개인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며 “청소년과 저소득층이 특히 취약한 상황에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설탕과다사용부담금은 단순 세금이 아니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재원은 청소년 건강 증진과 공공의료 강화 등 공익 목적에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다 사용 제품에 한해 적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단체 “예방 중심 정책 필요”
김미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회장)는 “당뇨와 심혈관질환은 발병 이후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예방 중심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만성질환 증가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설탕 과다 섭취를 줄이는 정책은 환자 입장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산업계 “당류 저감 이미 협력 중…재정수단보다 종합대책·사회적 합의 필요”
식품업계는 국민건강 증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서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가 명칭과 달리 사실상 세금에 해당하며, 건강 개선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 위축과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욱 식품산업협회 본부장은 “부담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측면에서는 세금과 동일하다”며 “정책 도입에 앞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당류 섭취는 이미 WHO 기준 이내
산업계는 설탕 과다 섭취가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1일 총열량 대비 7%대 수준으로 WHO 권고 기준인 10% 미만에 해당한다”며 “우리나라의 비만율도 OECD 평균 대비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만과 만성질환은 설탕 섭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라며 “생활습관,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계는 이미 정부 정책에 협력해 당류 저감 노력을 지속해 왔고, 저당·대체당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도 엇갈려…“역진성·효과 과장 우려”
해외 설탕세 사례의 효과 역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산업계의 입장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경우 관내 판매는 감소했지만 인근 비과세 지역에서 구매가 증가해 실질적 소비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됐으며, 덴마크는 “고열량 식품세 도입 이후 원정 쇼핑 증가와 산업 위축 등의 부작용으로 1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캐나다의 뉴퍼들랜드 래브라도주에서는 2022년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역진성 문제에 따른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2025년 7월에 제도를 폐지했으며, 호주에서는 청량음료 소비는 감소했음에도 성인 비만율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이 본부장은 “설탕세는 선진국보다 남미·아프리카·동남아 등에서 세수 확보 목적으로 시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식품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설탕세의 역진성 및 부작용을 우려해 도입을 지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계는 국민 건강 증진과 소아·청소년 비만 해결이라는 정책 목표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설탕과다사용부담금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건강권 강화 논리와 산업 영향 우려가 본격적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