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단맛 중독’ 방치하면 건강보험 무너진다”... 설탕부담금 도입 목소리
“아이들 ‘단맛 중독’ 방치하면 건강보험 무너진다”... 설탕부담금 도입 목소리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4.08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식 차등 부과로 기업 변화 유도해야”
농경연 주최 정책 토론회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농촌경제연구원이 7일 aT센터에서 개최한 ‘가당 음료 설탕 부담금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대사 질환 예방을 위해 가당 음료에 대한 ‘혈당 부담금’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의 당 섭취는 개인의 기호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야 할 ‘시장 실패’의 영역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7일 aT센터에서 개최한 ‘가당 음료 설탕 부담금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대사 질환 예방을 위해 가당 음료에 대한 ‘혈당 부담금’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공개되면서,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강력한 환경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OECD 수준 육박한 소아 비만... ‘액상 당’이 주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두봉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음료 섭취량이 2019년 224g에서 2023년 275g으로 급격히 늘었다”며 “특히 10대 청소년의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은 하루 16.7g으로 전 연령대 중 최고치”라고 우려했다.

발제를 맡은 연세대 의대 박은철 교수는 가당 음료의 생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음료에 포함된 단당류는 고체 음식과 달리 소화 과정 없이 즉각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며 “이는 당뇨병 발생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며, 성인 비만으로 이행될 확률이 75%에 달하는 소아 비만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116개국 시행... “영국식 모델이 해답”

현재 전 세계 116개국이 이미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영국식 차등 부과 모델’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이는 음료 100ml당 설탕 함량이 8g 이상인 제품에 더 높은 부담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박은철 교수는 “이 정책의 본질은 소비자 가격을 올려 못 마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음료 속 설탕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영국에서는 제도 시행 전 유예 기간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성분을 변경해 설탕 섭취량 감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내 주머니 인상은 반대”... 소비자 이중적 인식은 과제

하지만 정책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성진 박사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도 도입 찬성(38.3%)과 반대(40%)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제조업체에 세금을 물리는 것에는 찬성하면서도, 본인이 지불할 음료 가격이 오르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중적 인식’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 사용이 늘거나 다른 고열량 식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69%에 달했다. 박 실장은 “가격 인상 요인이 최소 10~20%는 되어야 소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확보된 재원을 공공의료나 청소년 건강 증진에 투입한다는 신뢰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건강보험 구조 회복해야”

전문가들은 혈당 부담금이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바로잡는 도구라고 역설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나쁜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를 공동 부담하는 현재의 건강보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영 원장은 “부담금 제도는 단순 세수 확보를 넘어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복합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사례 기반의 증거를 통해 정교한 정책 설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