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고기 소비 정점에 선 한국 육류 산업의 미래
[전문가 기고] 고기 소비 정점에 선 한국 육류 산업의 미래
  • 이무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6.01.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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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고령화·기후변화가 바꾸는 한국인의 육류 소비 행태
고소득 국가군에 진입 향후 고기 소비 감소에 대비한 전략 필요
장기 수요 에측 기반 정교한 고기 생산 규모 및 시스템 설계해야
이무하 서울대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식문화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러나 경제 수준이 향상될수록 소비되는 식품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식생활이 생존을 위한 주곡 위주의 식품 소비에 머물지만,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국민의 개인소득이 증가하면 식품 소비의 구성은 곡물에서 축산물로 이동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소득 수준에 따라 고기 소비량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림 1).

그림1. 일인당 소득과 고기소비량(자료:FAO/WB 2023)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의 고조, 고소득 국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 증가,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적 고려, 그리고 인구 구조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고기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AO와 OECD는 이미 2023년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부유한 국가에서 고기 소비가 눈에 띄게 정체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온실가스 배출, 건강을 고려함에 따라 2032년에는 전체 고기 단백질 소비의 41%가 닭고기로 충당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고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표 1). 일반적으로 국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지만(표 2), 농업 내부에서는 축산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표 3).

표1. 국내 국민소득변화와 축산물소비추세

(농림축산식품주요통계2025)

표2. 국가경제에서의 농업의 비중 변화 

표3. 농업 내에서의 축산의 비중변화 

그러나 경제가 더욱 발전해 선진국 단계에 진입하면 축산의 비중 역시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로 인해 축산물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연령대별 고기 소비 경향을 보면 거꾸로 된 U자 형태를 나타내는데, 노년층보다 젊은 층의 적육 소비가 많고, 중년층에서 소비가 가장 높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의 고기 소비가 높다. 결국 선진국에서의 고기 소비 감소는 소비자 행태 변화, 인구 고령화,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현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내 인구 구조를 보면(그림 2), 2026년 기준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하며,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68.8%, 14세 이하 유소년층은 9.7%로 전형적인 고령화 사회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약간 높아 여성 대 남성 비율은 100 대 99.9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향후 고기 소비 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그림2.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2026)(자료: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최근에는 국가 간 기후 협약에 따른 탄소중립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축산업계에도 출하 기간 단축이나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한 사료 개발 등 다양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축산 규모 축소가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기 소비를 줄이거나, 축산물을 대체할 식물성 식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축산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림 3과 4에서 보듯이 개인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 고기 소비는 증가하지만, 이는 무한정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점 이후에는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득과 소비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예측에 차이가 있어 FAO(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05년에는 일정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고기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그림 3), 2019년에는 지속적인 증가를 예측하기도 했다(그림 4).

그림3. 개인소득과 고기소비량의 관계(자료: FAO, 2005)
그림4. 개인소득과 고기소비량의 관계(자료: FAO, 2019)

그러나 2023년 OECD와 FAO가 공동으로 발표한 농업전망 보고서에서는 부유한 국가들에서 고기 소비가 이미 정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그림 5).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소비자들은 지구환경을 고려한 온실가스 저감을 이유로 축산물 소비를 줄이고, 윤리적 차원에서 동물복지를 고려하며, 고기 과다 소비로 인한 심혈관 질환을 우려해 소비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부유한 국가들의 고기 소비는 정체 또는 감소 추세에 놓이게 된다.

그림5. 고소득 국가들(청색)과 기타 소득 국가들(갈색 및 흑색)의 축산물소비 경향(자료:OECD/FAO 농업전망 2023-2032)

한편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건강에 유익하다고 인식되는 가금육으로 소비를 전환하면서 닭고기 수요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의 고기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속하는 저소득국, 하중간소득국, 상중간소득국에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고기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소득 국가군에 진입해 있어, 향후 고기 소비 양상은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국내 축산업계는 고기 소비 감소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작정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생산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방식은 지구환경 측면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입육은 탄소발자국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생산육보다 환경 부담이 더 크다.

따라서 장기적인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국내 고기 생산 규모와 생산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축종 간 조정 역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무하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니어과학기술연합회 연구위원이며, (사)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문가로서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의 가치사슬 활동과 관련된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한 우유 및 유제품 품질 향상을 지도 감독하고 있다.
[경력]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축산물등급판정소 이사장, 한국축산식품학회장, 한국동물자원과학회장, 한국식품연구원장, 에티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 농과대학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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