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55억톤 포장식품 시대...AI·순환경제가 식품 포장의 새 기준으로 부상
[Insight] 55억톤 포장식품 시대...AI·순환경제가 식품 포장의 새 기준으로 부상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12.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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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패키징 판매량 4조 유닛… 기술·소재·규제·인력 구조까지 재편의 파고
마르쿠수 루스틀러 인터팩 자문위원회 위원장 겸 Theegarten-Pactec 대표

식품을 둘러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인구 증가와 도시화, 소득 수준의 향상은 가공식품 소비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었고, 이는 곧 식품 포장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포장은 단순한 외형 보호를 넘어 식품의 안전과 품질을 보증하며 유통·보관·물류·소비까지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제 식품 포장은 생산 전략이자 시장 경쟁력이며, 기술 혁신 분야다.

이러한 흐름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 세계 포장식품 판매량은 2024년 기준 약 50억 톤에 이르렀으며, 향후 2029년까지 약 55억 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불과 5년 사이 약 11.1% 증가하는 규모로, 2029년 한 해에만 새로운 포장식품 판매량이 약 6,800만 톤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식품 포장 시장은 “얼마나 더 포장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포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인터팩 한국대표부인 라인메쎄가 2일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인터팩 2026' 사전설명회에서 마르쿠수 루스틀러 인터팩 자문위원회 위원장 겸 Theegarten-Pactec 대표의 '글로벌 포장산업 현황' 발표 요지를 소개한다.

인구 구조가 바꾸는 시장의 흐름...성장의 무게 중심은 선진국이 아니다

식품 포장 수요의 확대는 지역별 인구 구조와 경제 성장 단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유럽과 북미 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반면,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아시아 일부 지역은 여전히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득 상승과 고용 환경의 개선은 가공식품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포장식품 생산량을 끌어올린다.

아시아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포장식품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3억 500만 톤 규모에 이르고 있다. 향후 2029년까지 약 3억 5천만 톤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 시장 안에서 다섯 번째 규모의 국가로, 연간 약 900만 톤의 포장식품을 소비한다. 국내 주요 카테고리는 쌀·면류·파스타류이며 그 뒤를 유제품이 잇는다.

식품 소비 구조가 간편식·냉동식·가공식 위주로 재편되면서, 식품기업과 유통 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포장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장 소재 시장 확대 및 구조 변화...재활용 가능 모노 플라스틱이 대안

식품 포장 수요 증가는 곧 포장 소재 시장의 확대와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소비재 패키징 리테일 판매량은 약 4조 유닛 규모에 달하며, 2029년까지 10.1%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식품 포장은 가장 큰 비중과 수요 폭을 가진 핵심 분야다.

소재 구성 비중은 플렉시블 패키징이 37%로 가장 높고, 플라스틱 포장재는 약 28%를 기록했다. 종이·카톤류는 12%, 유리 포장재는 8% 수준이다.

소재별 성장률 전망 역시 식품포장 시장의 방향을 드러낸다. 플라스틱 패키징은 2029년까지 약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종이·카톤류는 13%, 유리는 약 6% 확대가 예상된다.

전 세계 식품 공급망은 여전히 보관 안정성, 구조 강도, 유통환경 대응력 측면에서 플라스틱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규제 환경과 ESG 흐름은 더 지속가능한 소재와 재활용 가능한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식품 포장은 '플라스틱 사용 여부'가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구조를 갖춘 플라스틱으로 가는가'라는 방향성 속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단일재질 기반의 모노 소재는 잠재력 높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종이·섬유 기반 소재는 기술적 가능성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력과 높은 제조비용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식품 포장 설비 투자 중요... 생산능력 확장보다 ‘효율’과 ‘안전’이 핵심 기준

포장식품 수요가 증가하면, 식품기업은 자연스럽게 가공 및 포장설비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게 된다.

식품가공 및 포장기계의 글로벌 교역 규모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해 2024년 기준 약 58억 유로에 달했고, 2015~2024년 사이에만 약 43% 증가했다. 이는 각국 내수 설비 투자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실제 설비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여전히 최대 수출국으로 위치하며, 중국은 높은 성장세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기술력과 기계 설계 역량을 갖춘 유럽 제조국, 생산 효율과 대량 공급 역량을 갖춘 아시아 제조국이 맞물린 구조다.

아시아 시장의 식품 포장설비 수입 규모는 2022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최근 경기 흐름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조정을 보이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2023년 기준 식품가공·포장기계 수입 규모가 약 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시장 둔화나 축소라기보다 설비 고도화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품기업의 설비 투자는 이제 단순 증설보다 에너지 효율, 고정비 절감, 품질 관리, 오염 위험 최소화, 인력난 대응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운영 개선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높은 효율을 만드는 기술, 식품 포장은 이제 공정혁신의 현장이다

루스툴러 위원장은 "식품 포장이 더 이상 출고 단계의 부속이 아니라 기술 혁신이 집중되는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식품 가공 및 포장 시장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절감하는 설비 설계 △AI와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최적화 △센서와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한 위생·오염 리스크 최소화 △머신러닝을 활용한 공정조건 자동 조정 △비전 시스템 기반 품질 검증 △설비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보전 시스템 △포장 단계에서 식품 안전성을 강화하는 능동 포장 기술 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식품기업은 이러한 기술을 통해 제품 처리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며, 불량률을 줄이고, 운영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생산 라인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단위당 생산량'은 루스툴러 위원장이 제시한 모든 식품 포장 설비 경쟁력의 핵심 지표다. 이는 이미 현실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정 시장용으로 개발된 수프 큐브 포장기는 기존 대비 생산량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 '고효율 설비 투자'가 식품기업의 수익 구조 개선과 직결됨을 보여준다.

마르쿠수 루스틀러 인터팩 자문위원회 위원장

포장도 기능성 갖기 시작... 식품 포장은 이제 품질관리 시스템

루스툴러 위원장은 식품 포장 자체가 품질관리 기능을 탑재하는 흐름도 소개했다. △수분과 산소를 조절하는 능동 포장 △항균·항산화 기능을 부여하는 내포제 △포장 내부에 센서를 탑재해 온도·압력·광 노출·밀봉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RFID 기반 제품 이력 추적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제품의 변질과 품질 저하, 위험 요소를 조기에 감지하며 식품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식품 포장은 소비자 경험을 위한 디자인 요소 외에도 보관 안정성과 안전성을 증명하는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속가능성 압력 속 소재 선택 기준 달라져... 단일 재질, 재활용 설계, 규제 대응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및 유통 규제는 식품 포장 소재와 설계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방향은 매우 분명하다. 포장은 가능한 한 재활용 체계로 회수돼야 하며, 설계 단계에서 분리배출과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흐름은 유럽을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식품 포장업계는 △단일 재질 기반의 모노 소재 전환 △분리 선별이 용이한 구조 설계 △잉크 및 코팅 선택 기준 정립 등을 이미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종이·섬유 기반 소재는 기술적으로 진전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여전히 매우 크고, 식품 보호력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주류 포장재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결국 식품 포장 업계는 소재 혁신보다 '순환 설계'에 더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재 선택뿐 아니라 패키징 구조 자체가 규제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 자산이 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인력 구조 변화와 산업의 새로운 얼굴... 미래 역량 확보는 식품 포장산업의 또 다른 과제

식품 포장산업은 기술적인 진화 속도만큼이나 산업 인력 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숙련 인력 부족과 제조업 업종 기피 현상은 이미 글로벌 공통 이슈가 되었고, 여성과 청년 인재 유입은 새로운 성장축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포장 기계는 숙련도가 낮은 인력도 운영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와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시스템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디지털 매뉴얼, VR 기반 교육, 설비 자동 가이드 시스템 등은 이제 설비 선택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필수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이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장, 인터팩

세계 최대 포장 전시회 인터팩은 이 거대한 변화와 기술 방향을 산업이 공유하는 무대다. 약 30만㎡ 규모의 전시장에 2,800여 개사가 모이며, 포장 소재 전문존에는 약 1,000여 개사가 참가한다.

식품 포장 기술, 설비, 스마트 솔루션, 지속가능 소재, 재활용 설계, 데이터 기반 공정기술까지 전 밸류체인이 한 공간에 모인다.

인터팩은 트렌드를 형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산업 변화가 가장 빠르게 눈에 보이는 현장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신기술 발표 시점을 인터팩에 맞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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