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우리나라 농축산물 수출액은 약 130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식품 수출액은 99억 8,000만 달러, 전후방 산업 수출액은 30억 5,000만 달러다. 최근 10여 년간 K-뮤직·K-무비·K-뷰티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K-푸드 역시 가공식품 중심으로 수출 품목이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발표한 ‘2023년 기준 쌀가공식품제조업 실태’에 따르면, 쌀가공식품 판매 총액은 8조 1,748억 원으로 2010년 이후 매년 성장했다. 2017년 4조 9,000억 원 대비 67.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7,200만 달러에서 3억 100만 달러로 318.1% 상승했다.
엔데믹 이후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간편식 트렌드가 급속히 확대됐고, 즉석밥·가공밥·떡류·죽류 등 주요 품목이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 즉석밥뿐 아니라 냉동 김밥, 떡볶이, 쌀스낵·쌀디저트 등도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중화권·유럽·중동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쌀가공식품은 '밥과 김치'로 대변되는 한국 식문화를 상징하는 품목으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결합해 향후 수출 확대가 더욱 기대된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수출 가공식품의 국산 농수축산물 사용 비중은 31.9%에 불과하다. 특히 K-푸드 수출의 대표 품목인 즉석밥은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이 80% 이상(8540만 달러)이지만, 대부분 정부의 TRO(저율관세할당물량)로 들어온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 쌀을 사용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정부 비축창고에 재고가 쌓여 있음에도 시중에서는 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 쌀가공식품 산업의 급성장과 정부의 식품기업 민간 신곡 쌀 활용 확대를 위해 양곡 공급을 축소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의 흐름을 감안하면 정부는 외국산 곡물 수입 확대보다는 정부양곡 공급을 줄이고, 국내산 곡물 사용을 유도하는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쌀가공식품업계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마케팅·브랜딩 강화, ‘가성비’에서 ‘가심비’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1. 상표(Brand) 전략 점검
수출을 계획한다면 우선 대상 국가에 상표 등록이 필요하다. 또한 신규 브랜드는 처음부터 국내외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universal)’한 이름과 디자인으로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 K-푸드의 해외 확산 속도에 비해 국내 쌀가공식품 브랜드는 지나치게 한국어 중심이거나 발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글로벌 시장에서 시간·비용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2. 우선 매출처는 내수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수출만을 목표로 한 상품기획은 섣부르다. 해외에서 K-푸드는 ‘한식’이라기보다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충분한 존재감과 검증을 거친 상품이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유지된다. 즉, 내수와 수출 양쪽에서 통할 수 있는 콘셉트로 기획해야 한다.
3. 쌀의 ‘소재화’ 전략
쌀은 식품용·공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쌀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며,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쌀을 많이 쓰는’ 제품보다 쌀을 기능성·가공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쌀의 분류·추출·가공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면 쌀가공산업 전체의 확장 가능성이 커진다. 기술 접목이 필수적이다.
4. 소규모 기업은 ‘좁고 깊게’
작은 기업일수록 카테고리를 넓게 가져가기보다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카테고리에서 히트상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기획·생산 전문기업과의 연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단일 기업의 기술과 자원만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OEM·전문 기획사 활용은 숨기거나 꺼릴 일이 아니다.
K-푸드와 쌀가공식품 수출의 본질: ‘K’를 입히는 것
K-푸드는 한식 자체가 아니라 한국적으로 변모된 식품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치킨이 한국에서 양념치킨으로 재탄생했듯, 중국에서 유래한 호떡·만두도 한국적 조리법과 변형을 거쳐 새로운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맥락에서 ‘마끼’는 마끼이고 ‘김밥’은 김밥이다.
앞으로 쌀가공식품의 경쟁력은 이러한 ‘한국적 변형’ 즉, K-라이제이션(K-ization)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K-푸드 수출 확대가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내산 원료, 특히 쌀과의 구조적 연결을 강화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