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는 이제 겨울·봄철 대표 과일을 넘어 사계절 내내 가장 많이 판매되는 과일로 자리 잡았다. 고당도·대과 중심의 생식 소비 패턴 속에서 신선 딸기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소매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가격과 달리 산업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 시장 구조의 왜곡과 가공 시장의 부재는 농가 소득 안정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가격은 오르는데, 왜 폐기 물량이 늘어나는가
최근 국내 딸기 가격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소매가격은 100g당 약 2,820원으로 전년 대비 16% 상승했고, 5년 평균 대비 약 24% 높은 수준이다. 도매가격 역시 2kg 기준 약 4만5980원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호황’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확 후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 생식용 시장만으로는 증가한 공급을 흡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과채류 산업의 성장은 생식 소비 확대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산업 규모를 실질적으로 키우는 힘은 가공 영역에서 나온다. 가공은 단순한 부가 공정이 아니라, 제품 다양화와 유통 확장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핵심 축이다.
“더 달게, 더 크게” 전략의 한계
최근 딸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배 농가는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대응 전략은 여전히 생식 시장에 집중돼 있다. 더 달고, 더 크고, 더 보기 좋은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도와 크기를 이유로 딸기 가격을 계속 올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글로벌 환경을 보면 이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중국 등 주요 생산국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중국산 딸기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대량 생산과 가공 원료 공급 측면에서는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 일본 품종을 도입해 개량에 성공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훨씬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격만으로 버티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케이크 위의 딸기는 ‘가공’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딸기 가격 급등에는 겨울철 베이커리 업계를 중심으로 한 딸기 케이크 수요 증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후 변화,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수요 확대가 가격을 자극한 측면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내 딸기 소비 구조는 여전히 생식 위주다. 디저트 시장이 성장했다고 하나, 잼·스프레드·냉동 원료 등 본격적인 가공용 소비 비중은 매우 낮다. 케이크 위에 올려지는 생딸기는 소비 형태만 달라졌을 뿐, 산업 구조상 생식용 수요의 연장선에 가깝다.
딸기를 ‘재료화’해야 산업이 산다
이제 딸기를 재료화해야 한다. 가공용 딸기 시장이 형성된다면 산업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고당도·대과 중심의 생식 기준에서 벗어나 저장성, 조직감, 향, 안정성 등 가공 적합성을 기준으로 한 원료 생산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생산비 부담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산 냉동 딸기가 이미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국내산 원료의 진입 장벽은 높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생산 단가 문제가 아니다. 가공·유통과 연계된 전략이 부재한 결과다.
생산은 늘었지만 이를 흡수할 후속 시장을 설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농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소량 생산’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비싼 농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소비가 늘어나야 생산이 유지된다. 그 선순환 속에서 농가의 안정적 소득도 가능하다. 현재의 고가 딸기 시장은 버티고 있는 상태일 뿐, 소비 위축이나 수출 환경 변화가 발생하면 급격한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샤인머스캣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요한 것은 ‘비싸고 좋은 농산물’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의 품질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전략 전환과 함께 가공 적합 품종 개발, 원료 수급 체계 구축, 가공업체와의 연계,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결국 시장은 생산자의 의지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움직인다.
더 맛있는 품종 개발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과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농식품 산업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과제다.
■ 최낙삼 소장 프로필
-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 한양대학교 경영컨설팅학과 박사수료
- 국가직무개발(NCS)전문위원
- 중소기업협회 1인창조기업 멘토(상품기획)
- 강서시장 활성화 전문위원
- 어촌뉴딜300〮어촌신활력 사업단 전문위원(해양수산부)
<저서>
홈쇼핑으로 대박터뜨리기(2004/아라크네)
MD,WHO&HOW (2008/커뮤니케이션북)
잘나가는 MD(2011/커뮤니케이션북)
아이엠MD(2013/책미래)
써먹는 MBA(2013/라온북)
저성장시대에 상품기획을 잘하는 10가지 방법(2017/새빛)
CSV, 기업은 어떻게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2017/커뮤니케이션북스)
대한민국 농가농촌을 위한 상품기획의 정석(2019/새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