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3)_조릿대차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3)_조릿대차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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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릿대 서식환경 교란은 가축방목 금지가 불러온 참사
뿌리로 땅고정 고밀도 군락 이뤄 고유식물·생물 다양성 훼손
'제주조릿대RIS사업단' 조릿대차 연구...항암·체지방 억제 등 규명
조릿대차, 육가공·두부·소주 등 가공식품 외 화장품 등에 적용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2016년 노르웨이에서 수 백마리의 순록들이 벼락을 맞아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했는데 순록의 사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한 쪽에서는 그대로 둘 경우 쥐들이 들끓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반대측에서는 벌어진 일이 자연현상이었으니 자연 그대로 놓아두면 스스로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노르웨이 국립공원은 후자의 의견을 들어 그대로 두어보았다. 그리고 4년여가 흐른 2020년, 놀랍게도 우려와는 달리 자연은 자연의 시계대로 흘러 자연 치유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뉴스였다. 순록의 사체들을 먹기 위해 까마귀나 독수리 같은 새들과 동물들이 현장에 모여들어 나름의 생태계를 형성하였고 쥐들은 새들을 피해 생각만큼 몰려들지 않았으며 순록의 사체들은 거름이 되어 식물들도 번성했다는 이야기다.

자연에 함부로 손을 대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회복력을 믿고 생태계가 선순환하도록 두면 자연은 놀라운 힘으로 복원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자연이란 또 묘한 것이어서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빚어진다. 자연현상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한라산에는 1980년대부터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됐다. 그런데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왕성한 식욕의 소와 말이 한라산의 풀을 뜯지 않으니 당연히 한라산은 다양한 식물종이 번성하고 희귀 식물도 더 늘어나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 한라산에는 ‘조릿대’가 뒤덮어 다양한 식물의 서식 환경을 교란하고 있다.

제주조릿대는 다른 조릿대나 섬조릿대에 비해 잎이 넓다.(출처_헬스셋 블로그)

‘제주조릿대는 한라산과 주변 지역에 자라는 벼과 식물이다. 크기는 10~80㎝ 정도로 긴 타원형의 푸른 잎을 가졌다.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어 육지부의 조릿대와 다르다.

제주도는 한라산 내 제주조릿대가 국립공원 면적의 95.3%(146㎢)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발 400m 이상 지역(442㎢)에서는 78.5%(347㎢)를 점하고 있다. 30여년 전만 해도 주로 저지대에 분포해 해발 600~1400m에서는 드물게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고지대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처럼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에 확산된 것은 1980년대부터로 추정된다. 제주조릿대는 추위와 눈에 강한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기후 온난화 등과 같은 환경변화, 한라산 내 말 방목 금지 등도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조릿대는 뿌리로 땅을 고정해 서식지를 넓혀가고 높은 밀도로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기존에 있던 한라산 고유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박미라 기자, 한라산의 고민 ‘제주조릿대가 너무해’, 경향신문, 2020.10.03.)

조릿대는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제주는 조릿대도 난리고, 범섬이나 산굼부리 같은 곳엔 일반 대나무로 인한 생태계 교란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릿대는 한라산 국립공원 면적의 95.3%를 뒤덮고 있다. 나무를 빼곤 전부다 조릿대가 뒤덮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처_헬스셋 블로그)

조릿대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심각하게 본 제주도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연구와 실험을 해왔다. 그리고 다시 한라산에 말(馬)을 방목해보았다. 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좋았다. 제주도는 말의 방목과 함께 직접 벌채도-한때 한라산에서는 벌채도 금지돼있었다.-병행하면서 본격적인 제거작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조릿대를 활용할 방법에 대해서도 오랜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조릿대차’였다.

제주 조릿대 관련 자료들을 종합해 살펴보면 조릿대차는 알칼리성이 강하여 산성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 효과가 있다. 또 조릿대 잎은 간의 열을 풀어주어 정신을 안정시켜 불면증이나 신경쇠약에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릿대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맥경화나 고혈압, 당뇨같은 성인병에도 좋고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예방 효과에도 탁월하다. 이 밖에도 체지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일찍이 이러한 부분에 착안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0년 지식경제부 지원 지역연고산업 육성사업 선정으로 '제주조릿대RIS사업단'이 출범했다. 여기엔 제주대학교와 함께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느낌 ㈜건풍바이오 ㈜콧대 등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제주조릿대차는 물론 조릿대진액 제주조릿대첨가 식육가공품, 제주조릿대 두부, 제주조릿대 비타민C, 조릿대비누, 조릿대 화장품, 조릿대바디로션도 상품화됐고 2019년 한라산소주가 출시한 ‘한라산 17’은 조릿대 숯을 활용한 정제공법은 물론 제주조릿대 잎차를 혼합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주 조릿대 맛은 어떨까? 제주의 주요 관광지 매점에 가면 한 때 페트병에 들어있는 조릿대차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냉장고에 들어있어 차가워진 조릿대차는 갈증을 해결하기엔 그만이다. 구수한 맛도 있고 단맛도 있고 쌉사름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 조릿대차도 조금만 빨리 유행을 탔더라면 충분히 히트를 쳤을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젠 찾아보기가 어렵다.(출처_헬스셋 페이스북)

우리집 큰아이가 한때 조릿대차를 즐겨마시기도 했는데, 조금 쌉사름한 옥수수수염차와 보리차맛이 난다고 했다. 수차례 밝혔듯 편식 대마왕의 입맛에 맞는걸 보면 무언가 매력적인 맛이 있는게 분명하다. 오래전 남양유업에서 나온 ‘17차’가 블루오션 상품으로 꽤 오랫동안 각광받았던 걸 떠올려보면 제주 조릿대차도 조금만 빨리 유행을 탔더라면 충분히 히트를 쳤을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관련 사업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제주조릿대RIS사업단과 제주조릿대 공동브랜드 ‘헬스셋’ 측에 취재차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모두 결번이었다. 주요 홍보활동도 2016년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페트병 음료수 제주조릿대차는 온라인판매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도 접할수 있었으나 이젠 그것 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만 몇몇 기업들은 아직도 조릿대 잎차나 진액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긴 하다. 나름 열심히 홍보를 했지만 지방 기업의 전국 마케팅은 힘에 부쳤던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결국 제품 가치에 비해 너무 안 알려졌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관련 사업은 위축되는데 제주조릿대는 우후죽순(雨後竹筍) 한라산을 점점 뒤덮어 가고 있다.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그저 제주조릿대 관련산업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하루빨리 성장해나가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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