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8)_고소리술과 오메기술③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8)_고소리술과 오메기술③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7.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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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명품 오메기떡으로 빚은 오메기술을 고소리에 증류시킨 것이 고메기술
1940년대 고소리술은 주곡인 겉보리가 원료...오메기술은 차조로 만든 귀한 술

오메기술은 오메기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다. 오메기떡은 오메기술 이야기에 은근슬쩍 얹혀가기엔 제주를 대표하는 ‘떡 중의 떡’이기에 나중에 따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만 짧게라도 설명을 하고 넘어가보자면,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를 빚어 팥고물을 입혀 만드는 떡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메기떡이 아주 쉽게 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떡을 구입해보면 보통 냉동상태다. 그러니 오래 보관하기 어려웠던 그 옛날 오메기떡이 남으면 바로 그것으로 술을 빚었던 것이다.

보통 이 오메기술을 고소리에서 증류시킨 것이 고소리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래전 직접 술을 빚었던 제주 어머니들은 오메기술 자체가 귀한 술이었기에 차마 오메기술로 고소리술을 만들 수는 없었다고 한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출처_제주샘주)

[“아이코, 오메기술은 막 귀한 거라 그걸로 어떵(어떻게) 고소리술을 만드느냐게. 오메기술로 고소리술 만들지 않아서(않았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고소리술의 정체성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5명 남짓 만났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이렇다.

지금 현재 어르신들 나이가 70~80대니까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적어도 1940년대 이후의 고소리술은 차조로 빚은 오메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술이 아니었단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으로 고소리술을 만들었을까? 어르신들은 다시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겉보리!”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민속주, 가양주들은 그 지역에서 났던 주곡으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쌀이 지금처럼 흔해지기 이전 제주의 어르신들은 보리를 주곡으로 드셨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주의 고소리술은 보리로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그렇다면 오메기술은? 궁금해져서 또 어르신들에게 그럼 오메기술도 겉보리로 만드냐고 물어보았다.

“오메기술은 귀한 술이라서 차조로 만들어야해.”] (김진경, ‘제주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술, 고소리술’, 제주의소리. 21.2.5)

물론 지금은 고소리술을 만들 때 보통 오메기술을 밑술로 쓴다. 그렇다고 오메기술이 고소리술보다 못한 술은 결코 아니다. 고소리술은 고소리술대로 오메기술은 오메기술대로 각각의 가치가 높은 술이었다. 오히려 고소리술은 증류주 특성상 어떤 술이라도 끓이면 얻을 수 있었던 반면 오메기술은 차조라는 정해진 재료로만 만들어야 하는 귀한 술이었다는 반전이 있다.

제주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성읍민속마을에는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의 초대 보유자로 인정된 김을정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있다. 김 할머니는 지난 3월 향년 97세로 별세하셨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오메기술은 딸이, 고소리술은 며느리가 전수받아 각각 대를 이어가고 있다.

초대 고소리술 보유자 김을정 할머니 생전 모습과 오메기술의 원료인 차조(출처_성읍마을)

제주의 고소리술이 귀하냐, 오메기술이 귀하냐 따지는 것은, 딸이 귀하냐 며느리가 귀하냐 따지는 것 만큼이나 허망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오메기술이나 고소리술이나 제주를 대표하는 귀한 술이라는 것이겠다. 평가는 직접 맛보고 내려도 늦지 않다.

성읍민속마을 무형문화재전수관 내 오메기술 담그는 과정 전시물(출처_세계자연유산제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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