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8)_고소리술·오메기술②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8)_고소리술·오메기술②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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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리술은 안동소주·개성문배주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증류식 소주
고소리는 전통소주 빚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맛좋은 좁쌀술 일컬어
깊은 밤 어머니의 눈물로 빚어지는 술...모주·모향주로도 불려
고소리술 이미지컷 (출처_제주술익는집)

제주와 개성, 안동의 소주가 유명한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려시대 원나라(몽골)가 주둔했던 곳이다.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는 모두 몽골에서 전수된 것이다. 

‘한반도에 증류주가 최초 제조된 시기는 13세기 고려시대 몽고(원나라) 항쟁기로 보고 있다. 소주의 전래와 증류기술에 대한 문헌적 근거는 거의 없지만 원나라 군대의 주둔지가 있었던 개성, 안동, 제주를 중심으로 많이 빚어졌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대한민국 대표 증류주인 증류식소주(batch pot distilled spirits) 제조장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동의 안동소주, 제주의 고소리술, 개성(현재는 남한지역 김포에서 생산)의 문배주가 대표적이다.’ (김태완, 증류기술과 대한민국 소주의 역사, 식품과학과 산업 12월호, 2019)

고소리는 전통 소주를 빚는 도구인 소줏고리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출처_제주술익는집)

‘고소리’는 전통 소주를 빚는 도구인 소줏고리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는 논이 적어 쌀이 아니라 밭농사를 통해 얻은 좁쌀, 대소맥, 기장 등이 주식이자 술의 재료가 되었다. 이 중에서 특히 좁쌀로 빚은 술의 맛이 좋았는데 이를 증류해 만든 술이 바로 ‘고소리술’이었던 것이다.

이 고소리술에는 제주 어머니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고소리술의 전수자로 4대째 고소리술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제주술익는집’에서는 고소리술에 대한 소개를 이렇게 하고 있다.

눈물 한 방울에 술 한 방울, 고소리술에는 제주 어머니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출처_제주술익는집)

“눈물 한 방울에 술 한 방울. 장작불 연기를 피우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나서야 고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술 한 방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제주 아낙이면 누구나 고소리술을 빚어야 했습니다. 고소리술을 닦아서 허벅에 모아두었다가 시장에 내다 판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을 했습니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척박한 제주도에서 가난을 벗 삼아 살아야 했기에 낮에는 밭농사와 물질(해녀)로 생계를 꾸려나갔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고소리술을 밤늦도록 닦았다고 합니다. 늦은밤 곤히 잠든 아이들 곁에서 살며시 잠을 청하면 아이들은 어머니 품속에서 은은히 풍기는 고소리술 향을 맡으며 ‘이제야 어머니가 하루일을 모두 끝내셨구나’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향기가 솔솔 풍기는 술이라고 하여 고소리술을 ‘모주(母酒)’ 또는 모향주(母香酒)라고도 불렀다는 옛 추억이 그리워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고소리술을 증류를 통해 얻으려면 증류하기 위한 밑술이 필요하다. 그 술이 바로 ‘오메기술’이었던 것이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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