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2)_감귤주스②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2)_감귤주스②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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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박정희 대통령 연두순시서 수익성 높은 감귤재배 장려 지시로 급발전
저장성 낮고 무역자유화로 수입 오렌지에 밀려 감귤 농업 저조...가공으로 눈돌려
삼다수 생산 제주도개발공사 비롯 롯데칠성도 제주도공장서 감귤주스도 생산
한라봉·레드향·천혜향·황금향 등 다양한 원료 활용한 제주주스 제품으로 진화

이러한 급진적인 발전은 감귤이 다른 작물이나 과수보다 월등히 수익성이 높은데 기인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 정책도 큰 역할을 하였다. 1964년 2월 연두 순시차 제주도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는 여건이 다른 지역인 만큼 전국 공통 사업인 식량 증산은 염두에 두지 말고 수익성이 높은 감귤재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정부의 특별 지원을 계기로 1965년부터 감귤재배 붐이 일기 시작하였으며, 1968년부터 감귤 증식 사업을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책정하여 저리 융자로 감귤원 조성 자금을 지원하게 되면서 1969년부터 획기적인 증식이 이뤄졌다.  

… (중략) …1973년 감귤 재배 농가는 36,073농가로 제주도 전체 농가 39,822농가의 91%나 되고 있다. … (중략) …1989년에는 75만 톤을 생산하여 제주에서 감귤을 재배한 이래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하였다.’ (이성돈, 제주 감귤재배의 역사, 헤드라인제주, 2020.01.23.)

한 때 제주에서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라고 불렸다.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어도 아이를 대학공부시킬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그야말로 감귤농업의 초호황기 시절 이야기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의 폭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남아도는 감귤 처리도 골치였다. -겨울철 귤을 박스 째로 사본 이들은 안다. 귤은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며칠만 지나면 금방 곰팡이가 피거나 박스 아래쪽에서 무게에 눌린 귤들이 곯기 시작한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역자유화에 따른 오렌지 수입은 감귤 농업을 더욱 나락으로 이끌었다.

실제 가까이서 지켜보면 귤밭에서 상품화되는 귤의 비중은 매우 적다. 상품화되지 못한 귤을 그냥 따가도 좋다는 허락하에 아이들과 귤밭에서 많은 귤을 땄었다

그러한 상황에선 필연적으로 감귤 가공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우선해 떠올린 아이디어가 감귤주스라는 것은 굳이 전문적이지 않아도 쉽게 추론 가능한 상식선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에선 현재 감귤주스도 생산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에는 1977년 12월에 준공된 롯데칠성의 제주감귤가공공장도 있다. 이밖에도 사실상 모든 대형 음료 기업이 감귤주스를 취급하고 있다. 감귤과즙 50%주스가 대부분이지만 100%주스도 적지 않다. 어디 대기업 제품 뿐인가? 중소기업 제품도 많고 하다못해 동네 카페에 수제 감귤주스도 흔하다.

이 모든 물량을 감당할 만큼 제주의 감귤은 현재도 풍부하다. 실제 가까이서 지켜보면 귤밭에서 상품화되는 귤의 비중은 매우 적다. 그보다 몇 배 많은 양의 감귤이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 되지 못한다.

상품화되지 못한 귤이라고 해서 결코 맛이 떨어지는 것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일부는 규정된 크기보다 너무 커서 팔 수 없고 반대로 어떤 것은 너무 작아서 팔 수 없다. 맛에는 문제가 없는데 껍질에 흠이 있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 것도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감귤들이 감귤선과장을 거쳐 탈락하거나 아예 귤밭에서부터 골라내지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 중 상당수가 감귤주스가 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페트병 음료를 기준으로 오렌지주스보다 감귤주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로 오렌지는 귤에 비해 단맛이 강하고 귤은 오렌지에 비해 신맛이 강한데 반해 필자의 입맛에는 오렌지주스가 신맛이 더 강해보이고 감귤주스가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져 감귤주스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시중의 감귤주스 제품은 오렌지주스의 자극적인 신맛을 다운시키되 너무 달다못해 텁텁한 느낌이 드는 망고주스와는 달리 상큼한 느낌을 살려 입맛에 착 달라붙는다.

식품전문지 기자로 음료업계를 취재할 때 “우리나라는 음료 시장의 무덤”이라고 한탄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래도 그런 척박한 시장에서 음료 시장의 터줏대감들인 오렌지주스와 포도주스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것은 물론 콜라나 사이다같은 탄산음료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진열돼있는 제주감귤주스의 저력이 참 대단하지 않은가. 신통방통해 보일 때가 많다.

제주 감귤은 주스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가공품으로 거듭나고 있고 감귤 자체도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진화가 거듭되면서 제주감귤주스도 한라봉주스, 레드향주스 천혜향주스 황금향주스 등등으로 또다른 변신이 진행 중이다.

제주는 관광객들을 상대하기에 그 어떤 지역보다도 카페가 활성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야시장도 유명세를 타고 있고 푸드트럭같은 가판대도 많다. 이곳에서 수많은 바리스타들이 커피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자기들만의 독특한 음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제주 감귤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 시도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제주 감귤의 맛도 더 풍부해지리라 기대를 해본다.

음료시장의 무덤이라는 우리나라, 하지만 최남단 제주도에선 오늘도 생생한 현장의 음료 연구소(?)들이 활기차게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제주 감귤주스의 진짜 다양한 맛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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