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6차산업화 성공한 당진사과연구회영농조합법인 현상익 회장
[탐방] 6차산업화 성공한 당진사과연구회영농조합법인 현상익 회장
  • 김현옥/김주은 기자
  • 승인 2018.04.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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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사과농가가 109ha 재배면적서 '해나루' 명품 사과 3200톤 생산
국내 최초 소규모 선과장 GAP 인증... 현장 중심 개별 농가 인증 견인
HACCP 공장 갖추고 100% 국산사과주스·사과칩 생산 학교급식 공급
미국 말레이시아 이어 거대 무슬림 시장 진출 위해 할랄인증도 획득
◇ 현상익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회장의 '해나루사과' 사랑은 유별나다.
해나루사과를 원료로 자체 가공공장에서 만든 사과주스와 사과칩에 대한 자랑이 끊이질 않는다.

“하루에 해나루 사과칩 3~4개와 사과주스 1병이면 변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우리 손녀에게 먹여본 결과이니 자신 있게 말합니다.” “해나루 사과주스는 100% 착즙제품입니다. 사과의 갈변을 방지하기 위해 비타민C만 첨가해도 ‘사과함량 99.8%’라고 표시해야 하는데, 과즙 100%라는 것은 이러한 비타민조차 넣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 현상익 대표의 ‘해나루사과’ 사랑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까지 앞세울 정도로 유별나다. “해나루 사과주스는 고온순간살균(HTST) 방식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사과의 향긋한 뒷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달기만하고 향이 없는 끓여서 만든 사과주스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의 해나루 사과제품에 대한 자랑은 좀처럼 끊이질 않는다.

‘해나루’는 바다(海)와 나루의 합성어로, '갯바람을 맞고 자란 농산물'이란 뜻을 담고 있는 당진의 통합브랜드다. 그렇다고 당진에서 생산되는 모든 사과를 ‘해나루사과’라고 부르진 않는다. 오직 당진사과연구회에서만 생산되는 제품만 ‘해나루사과’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명품사과로 대접받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초, 서울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당진농업기술센터. 여기서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을 지낸 이학동 자문위원을 만나 임종석 기술보급과 과수특작팀장의 안내로 이동한 곳이 바로 충남 당진시 순성면 아찬2로에 위치한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이다.

◇  (왼쪽부터) 임종석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과수특작팀장, 현상익 회장, 이학동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자문위원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작목반 연구회는 대부분 농업기술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목적의 공동학습단체 성격을 띤다. 하지만 당진사과연구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회원들이 생산한 사과로 고부가가치 가공제품을 만들어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당진사과연구회의 이같은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경영은 여타 연구회가 본받아야할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1999년 설립돼 올해로 19년째 맞는 당진사과연구회는 현상익 회장이 20여 농가와 함께 일궈낸 결실이다. 연구회 회장과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불철주야 당진 해나루사과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그가 그동안 쏟은 땀과 열정은 국내 최초 소규모 선별장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국내 최초 사과주스 HACCP 공장, 국내 최초 스파우트 포장 사과주스 생산 등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적잖게 붙여놓았다.

 

◇ 현상익 회장이 2017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산업사업자'로 인증받았음을 자랑하고 있다. 기술자문역을 맡고 있는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이학동 자문위원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청송, 예산 등 사과로 유명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당진 ‘해나루사과’의 가치가 훨씬 높다”며 의 강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는 현상익 회장은 "만일 혼자서 농사 짓고 판매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해나루사과'의 브랜드 가치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여럿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니 이렇게 공장도 짓고 가공사업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자랑은 모든 회원들이 20년동안 재배기술을 습득하고 한단계 한단계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히 협력해온 결과 우리 규모에 맞게 적당한 규모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공동'의 의미를 수차례 강조했다.

'해나루사과' 농가의 6차산업화를 이끌어낸 현상익 회장을 만나 영농 및 경영 철학과 미래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은 어떤 곳인가?

"109ha 재배 면적서 연간 사과 3200톤 생산, 300톤은 고부가 사과주스·사과칩으로 가공"

▶ 1999년 조직된 농진청 품목별 연구모임인 당진사과연구회 회원들이 농가 발전과 소득 증대를 위해 2006년 10월 설립한 법인단체다.

◇ 해나루사과연구회 영농법인 사무실 외벽은 지난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간 프리미엄 사과주스 생산을 위한 노력 덕분에 현재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가공장 건물에 새 사무실을 마련해서 사용하고 있다.

109㏊의 대규모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연간 약 3200톤 가량의 공동브랜드 ‘해나루사과’를 생산, IFP(과실종합생산)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법인의 조합원 수는 69명으로, 체계적인 공동학습과 공동선별, 공동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탑프루트 기준 선별을 위한 ‘해나루사과’ 공동선과장을 준공하고, 비파괴당도선별 및 포장라인 설치로 최고품질 사과 유통기반을 조성했다. 이를 발판으로 같은 해 독일에 해나루사과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 국내 최초로 소규모 GAP 인증을 받은 당진사과연구회 공동선과장. 이 곳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개별농가에서도 GAP 인증을 획득하고 자체적으로 사과 선별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동 선별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 국내 최초로 소규모 GAP 인증을 받은 당진사과연구회 공동선과장. 이 곳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개별농가에서도 GAP 인증을 획득하고 자체적으로 사과 선별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동 선별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2009년 충남 우수농산물 인증 Q마크 취득, 해나루사과 재배 농업인 생산이력제 등록, 농촌발전대상(유통분야) 수상, 탑프루트 전국 최우수단지 수상, 농진청 ‘탑프루트’ 사업(최고 품질 과일 생산을 위한 연구 지도 유통 통합 지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엔 GAP인증(농산물우수관리인증, 농산물 우수관리시설지정), 대한민국 친환경대상 수상에 이어 2011년엔 전국 탑프루트 종합평가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를 발판으로 해나루사과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2012년 해나루사과 주스 가공장 준공하고, ISO22000(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 등 식품공장이 갖춰야할 조건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 해나루사과 가공공장은 비록 소규모이지만 HACCP·ISO 인증을 획득하고 철저한 안전 및 품질 관리로 운영된다. 오른쪽 아래는 저온저장창고.

이 모든 것들이 6차산업사업자로 인증받게 된 배경이다.

-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무엇이 다른가?

"국내 최초 소규모 공동선과장 GAP 인증 이어 HACCP·할랄·6차산업사업자 획득 프리미엄급 사과 주스·칩 공급"

▶ 2008년에 마련한 공동선과장은 2016년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인증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소규모 시설 인증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만해도 선별장 GAP 인증은 150~200억 대규모 시설에만 적용됐기 때문에 우리같은 소규모 농가법인 선별장은 인증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작업자들이 위생복을 입고, 별도의 출입구를 사용하는 등 수차례 수정하면서 법적 규격에 맞는 설비를 갖추고 담당 공무원을 설득한 끝에 인증을 받아냈다. 이를 계기로 현대백화점과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에 ‘해나루사과’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 현상익 가공장 내부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 가공장 작업장 평면도
◇ HACCP 및 ISO 기준에 의해 제품의 안전성 및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 해나루사과주스 사과칩 가공공장 입구엔 작업자들의 경각심을 고취하는 복장 규정 등 준수해야할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당진사과연구회 선별장 GAP 인증이 실용 모델이 되어 개별농가들도 일정한 규격만 갖추면 GAP 인증을 허용하는 현장 중심의 행정을 바뀌면서 대형 선별시설은 유명무실하게 됐다. 탁상행정이 개선된 사례여서 뿌듯하다.

◇ 국내외 식품시장 공략을 위한 6차산업화 인증(왼쪽)과 할랄 인증

지난 2011년부터는 생산량의 약 6%에 해당하는 300톤 가량을 가공해 사과 가공제품인 사과주스를 연간 약 210톤 씩 생산 중인데, 2015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에 이어 작년 12월에는 할랄(Halal) 인증, 올들어 1월초엔 6차산업 인증을 받아 해외시장 공략기반을 마련했다.

- 농업기술센터 품목별 연구회에서 가공식품 회사까지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FTA시대 1차농산물로는 승산 없어...곤파스 태풍 피해 자구책으로 프리미엄주스 생산 고부가 실현"

▶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이제 1차 농산물만 가지고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6차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엔 연구회 회원들이 생산한 사과물량을 선별해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에 원과로 공급해왔다.

그러던 중 2년 연속 태풍(곤파스)이 덥치면서 농가에 타격을 주었고, 사과농사만으로는 어렵겠다는 판단 아래 자구책을 찾은 것이 주스 가공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이다.

그동안에는 점박이나 착색도가 떨어지는 등 상품성이 낮은 사과는 일반 주스공장에 15kg 한 박스에 3000원씩 헐값에 판매했으나 자체 가공시설을 갖추고 프리미엄 주스를 생산해서 직접 판매한 결과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얻었다.

당진사과연구회가 만드는 스파우트포장 사과주스는 잔류농약, 중금속 등의 검사를 거친 ‘100% 국산 착즙액’으로 프리미엄급이어서 학교급식에도 공급한다.

◇  '100% 착즙' 제품인 해나루 사과주스. 사과의 갈변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비타민조차 첨가하지 않았다.
◇ 당진사과연구회는 국내 최초로 사과주스에 HTST(고온순간살균) 제조 방식의 스파우트 포장을 적용해 영양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린이가 먹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일부 비회원 농가가 생산하는 사과도 ‘해나루’ 브랜드로 생산되지만 파우치 포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 당진사과연구회는 비회원 농가의 사과를 원료로 가열제조 방식 파우치 포장 사과주스를 생산, 회원 농가의 프리미엄급 스파우트 제품과 차별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결건조 시설을 설치하고 사과칩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최근 한 홈쇼핑업체에서 사과주스와 칩 공급을 요청해와 검토 중이다.

◇ 현상익 회장이 동결건조설비 앞에서 사과칩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판되는 동결건조 사과칩은 대부분 두께가 아주 얇고, 한입 크기의 작은 조각 형태인데 반해, 해나루 사과칩은 약 0.5cm 두께의 원형으로 생산돼 양도, 식감도 풍부하다.
◇ 현상익 회장이 동결건조설비 앞에서 사과칩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판되는 동결건조 사과칩은 대부분 두께가 아주 얇고, 한입 크기의 작은 조각 형태인데 반해, 해나루 사과칩은 약 0.5cm 두께의 원형으로 생산돼 양도, 식감도 풍부하다.

- 해외 수출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과 앞으로의 계획은?

"7~8개국 수출로 해외시장 감각 익혀...미국 말레이시아 필두로 중동시장 공략 채비"

◇ 탑프루트 대통령상을 수상한 '해나루사과' 간판 앞에서
당당하게 자부심을 표명하고 있는 현상익 회장.

▶ 작년 10월 상품성이 우수한 프리미엄급 사과를 LA와 말레이시아에 시범 수출한 상태다. 그동안 7~8개국에 사과를 수출한 적이 있으나 대부분 수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시장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이뤄질 것이다. 

공동선과장을 마련한 이후 지금까지 9년 걸렸다. 매년 한가지씩 차근차근 공부하고 개선하면서 스펙을 쌓아온 결과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사과자조금을 조성해 공동홍보는 물론 해외시장 견학 등을 통해 회원들의 눈높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 회원들의 시장을 보는 눈이 1000%는 높아졌다.

그동안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해외에 사과를 수출하면서 회원들의 자부심이 굉장히 커졌다. ‘해나루사과’가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브랜드가치가 높아지니 대형유통업체 MD들이 찾아오고, 백화점에 입점되니 가락시장 경매가가 20% 올라가는 현상까지 경험했다.

처음엔 수출에 겁을 먹었지만, 몇 번 해보니 미국 시장을 제외하고는 자신감을 갖게 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거대 인구의 무슬림 시장 진출을 위한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학동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자문위원 코멘트

"당진사과연구회 영농조합법인은 고령화 시대 조직체 중심의 농업 롤모델"

◇ 이학동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자문위원

당진사과연구회 회원들은 고품질의 제품 생산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지난해 가을 이 곳 회원들이 전국에서 농사를 잘 짓는다고 소문난 장수 김천 등의 농가를 견학하는 데 동행하면서 이들의 학습 열의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농가 현장에서의 정보 교류는 물론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시간을 아껴가며 최신 기술에 대해 토론하는 것으로 보고 감동을 받았다.

농진청에서 품목별 연구회를 육성할 때인 1999년도부터 연구회를 조직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시켜온 노고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농협조직과 같은 큰 단체도 아니고, 조그마한 군 단위의 연구회에서 자조금으로 부지를 조성해 선과장과 주스가공 공장을 지어 사과칩 설비까지 갖췄다는 것은 대단한 열성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품목별 연구회를 보면 일반적으로 작목반 형태이고 사과박스를 공동구매하는 정도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반해 당진사과연구회는 공동브랜드와 안전성을 확보한 가공공장을 보유하고, 제품포장 디자인에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적인 경쟁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 당진사과연구회는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는 데만 수백만을 들일 정도로 제품의 고품질화를 위한 비용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학교 급식에 납품되는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을 선정했다.

일례로, 사과칩의 경우 양질의 과일만 선별해 지금까지 시중에없던 둥그런 형태로 독특하게 가공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교체한 후 작년 12월 론칭과 함께 행담도 휴게소에서 판촉행사를 벌인 결과 아기를 동반한 젊은 주부들로부터 없어서 못 팔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령화되는 우리나라 농업이 조직체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방향성을 당진사과연구회가 제시했다는 점에서 모델 케이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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