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타치온 필름·스틱 젤리 등 한국 제품 Qoo10 타고 확산…온라인서 오프라인으로 영토 넓혀
홍국 사태 이후 GMP·기능성 표시 관리 강화…“화제성 다음은 안전성·과학적 근거가 승부처”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관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먹고 마시며 몸 안에서부터 관리하는 시대로 일본의 뷰티 소비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콜라겐과 비타민, 유산균을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수면과 스트레스, 장 건강, 체지방 관리까지 미용과 연결한다. 물 없이 먹는 구미와 젤리, 입안에 붙이면 녹는 필름까지 등장하면서 ‘이너뷰티’는 건강기능식품의 한 영역을 넘어 일본 소비자의 일상적인 뷰티 루틴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장에 K-뷰티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한국의 이너뷰티 제품을 ‘마시는 한국 코스메(飲む韓国コスメ)’라고 부른다. 쿠션 파운데이션과 립 틴트 등으로 일본 시장을 흔든 K-뷰티 열풍이 이제 화장품에서 식품과 서플리먼트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KOTRA 후쿠오카무역관이 분석한 일본 이너뷰티 시장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용+건강’의 융합이고, 또 하나는 한국 이너뷰티 제품의 부상이다. 여기에 구미·젤리·필름 등 간편한 제형과 SNS, 온라인 유통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TPC마케팅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이너뷰티 시장은 2024년 1092억5000만 엔에서 2025년 1121억 엔으로 2.6%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 최대 뷰티 리뷰 플랫폼 앳코스메(@cosme)의 서플리먼트 리뷰에서 ‘이너케어’라는 단어의 출현 빈도가 최근 1년간 10년 전보다 약 17배 증가했다는 사실도 달라진 소비자의 관심을 보여준다.
■ 홍국 사태에도 ‘미용 서플리먼트’는 성장
일본 전체 서플리먼트 시장만 놓고 보면 상황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후지경제는 2025년 일본 서플리먼트 시장을 전년보다 0.4% 증가한 1조876억 엔 규모로 추산했다. 2024년 고바야시제약의 홍국(紅麹) 원료 건강 피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렸고 정기구매 해지가 잇따르면서 시장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축소됐다.
2025년 들어 인바운드 수요 등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한번 떠난 정기구매 고객의 복귀는 더디다.
그런데 이런 조정 국면에서도 ‘미용’을 내세운 서플리먼트는 성장하고 있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의 미용 목적 보충제 시장은 628억 엔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하고, 2026년에는 641억 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시장은 콜라겐이다. 음료나 요리에 섞어 먹기 쉬운 콜라겐 파우더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용 서플리먼트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피부 수분 유지를 내세운 기능성표시식품이 많은 히알루론산도 주요 소재다.
최근에는 리포좀 기술로 흡수율을 강조한 비타민C 제품이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SNS를 타고 구미와 젤리 같은 ‘식품에 가까운 서플리먼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 피부만 관리하지 않는다…수면·스트레스·장 건강까지
일본 이너뷰티 매장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제품이 내세우는 기능이다. 예전에는 미백이나 피부 탄력 등 ‘피부 미용’ 자체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건강과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TPC마케팅리서치에 따르면 미용과 건강 기능을 함께 내세운 상품은 2022년 18개에서 2025년 35개로 늘었다. 피로 회복과 장 건강은 물론 수면 개선, 운동기능 저하 대응, 펨케어까지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제품을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가 선명하다. 폴라(POLA)의 ‘인너 리프티아 더 리퀴드’는 피부 탄력 유지에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의 질 개선을 결합했다. 코세(KOSE)는 효모 프로틴을 배합한 ‘Nu⁺Rhythm’을 선보였고, ‘하이치올C 플러스EX’는 기미 대책과 숙취 개선을 함께 소구한다.
대형 식품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메이지는 2025년 9월 콜라겐 펩타이드 5000mg에 항노화 소재로 주목받는 NMN 250mg을 더한 제품을 내놓으며 ‘콜라겐+에이징 케어’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겨냥했다.
제품 형태도 달라졌다. 물 없이 먹는 파우더에서부터 하루분의 철분·비타민·콜라겐을 물 한 병에 담은 ‘모리나가 서플리먼트 워터’까지 등장했다.
핵심은 ‘얼마나 특별한 기능이 있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쉽게 매일 먹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 편의점까지 들어온 이너뷰티…‘특별한 관리’에서 ‘일상 루틴’으로
변화는 제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 편의점과 슈퍼의 일반 식품 매대에서도 체지방 관리 차 음료나 장 건강과 체지방 관리를 함께 내세운 드링크 요구르트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별도로 시간을 내 서플리먼트를 챙겨 먹는 방식이 아니라 평소 음료나 식품을 섭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편의점의 변화도 흥미롭다. 세븐일레븐은 2026년 6월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점포 안에 파우더룸을 도입하는 실험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식품과 건강, 뷰티의 경계가 유통 현장에서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다.
■ “마시는 한국 코스메”…K-뷰티 열풍이 식품으로 옮겨
이런 일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움직임은 더욱 흥미롭다. 닛케이 트렌디는 ‘2025년 히트 예측’ 13위에 ‘마시는 한국 코스메’를 선정했다. 쿠션 파운데이션과 립 틴트 등으로 이어져 온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다이어트와 미백, 피로 회복, 부기 관리 등을 내세운 이너뷰티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 각 사 Qoo10 공식몰, 아마존 JP 일본 미용 매체 보도 종합]
그 중심에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Qoo10이 있다. Qoo10의 주 이용층인 20~30대 여성은 미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너뷰티 상품과 궁합이 좋다. 연 4회 진행되는 대형 할인행사 ‘메가와리’는 한국의 서플리먼트와 젤리 제품이 일본 소비자에게 처음 알려지는 중요한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입점 브랜드는 이너뷰티 카테고리에서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Qoo10 측에서도 아직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은 ‘블루오션’으로 평가할 정도다.
■ 입안에 붙이는 글루타치온…한국이 없던 시장을 만들어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에스터포뮬러의 글루타치온 필름이다. 입안 점막에 붙이면 물 없이 녹는 구강용해필름(ODF)에 리포좀화한 글루타치온을 담은 제품으로, 기존 정제나 음료와 다른 ‘붙이는 서플리먼트’라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2021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억 장을 넘어섰다. 일본에서도 SNS와 뷰티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셀리나, 핏업 등 한국 브랜드의 글루타치온 제품이 Qoo10을 중심으로 잇달아 판매되며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했다.
특히 글루타치온은 일본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소재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이 새로운 소재와 제형을 결합해 시장의 빈틈을 먼저 파고든 사례로 볼 수 있다.
식품에 가까운 형태에서는 푸드올로지의 ‘콜레올로지 컷 젤리’가 눈에 띈다. 칼로리 관리에 히알루론산 등 미용 성분을 더한 스틱 젤리로, 석류맛을 내 디저트처럼 즐길 수 있고 개별 포장으로 휴대성을 높였다. 한국 올리브영 어워드 수상 실적을 갖고 일본에 진출해 일본 패션지 ‘CanCam’의 ‘2025년 화제의 뷰티’ 이너케어 아이템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 이너뷰티의 경쟁력이 단순히 ‘좋은 성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형과 맛, 휴대성, 패키지와 SNS 화제성을 하나로 묶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 온라인에서 검증하고 오프라인으로…K-이너뷰티의 일본 진출 공식
온라인에서 시작된 한국 이너뷰티는 이제 오프라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주요 뷰티 매체들이 한국 이너케어 제품을 다루고 있으며, 로프트의 ‘K코스메 페스티벌’은 2026년 봄 136개 브랜드, 670종 규모로 열렸다. 색조와 스킨케어 제품을 통해 형성된 K-뷰티에 대한 신뢰가 ‘먹는 뷰티’로 이동할 수 있는 유통 기반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UN Comtrade]
무역통계에서도 한국 식품의 존재감은 확인된다. UN Comtrade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이 한국에서 수입한 기타 조제식료품(HS 21류)은 1억841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건강식품·서플리먼트 등이 주로 포함되는 HS 2106 품목이 1억3062만 달러로 71%를 차지했다. 다만 HS 2106에는 건강식품 이외의 기타 가공식품도 포함돼 있어 이를 이너뷰티 제품의 수입액으로 직접 해석해서는 안 된다.
■ 커지는 시장만 봐서는 안 돼…홍국 사태 이후 높아진 ‘규제의 벽’
일본 이너뷰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규제다. 일본에는 한국의 ‘건강기능식품’과 정확하게 대응하는 단일 제도가 없다.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식품은 특정보건용식품(토쿠호), 영양기능식품, 기능성표시식품 등 보건기능식품으로 한정된다.
특히 기능성표시식품 제도는 2015년 도입 이후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2024년 홍국 사태를 계기로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
2024년 9월부터 건강 피해 정보에 대한 행정 보고가 의무화됐으며, 2026년 9월부터는 정제와 캡슐 등 서플리먼트 형태 제품에 GMP 기반 제조관리가 완전히 의무화됐다.
일반 식품으로 판매하면서 ‘미백’이나 ‘피부 재생’ 같은 효능·효과를 내세울 경우 약기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와 첨가물이라고 해도 일본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통관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을 만든 뒤 규제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일본 기준에 맞춰야 한다.
■ K-이너뷰티 일본 공략, ‘화제성→검증→신뢰’가 관건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KOTRA가 제시하는 현실적인 경로는 비교적 명확하다. SNS에서 먼저 화제를 만들고 Qoo10의 메가와리 등을 통해 구매와 리뷰를 축적한 뒤, 실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올리브영 랭킹이나 어워드 수상 경력 등 국내에서 이미 검증됐다는 사실도 일본 바이어를 설득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제품 전략에서는 더욱 분명한 차별화가 요구된다.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처럼 이미 일본 대기업이 강력한 브랜드와 유통망을 구축한 시장에서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필름·젤리·구미 등 새로운 제형, ‘맛있어서 계속 먹을 수 있는’ 기호성, 글루타치온과 같은 새로운 소재, 수면·스트레스·장 건강을 결합한 복합 기능 등으로 시장의 빈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홍국 사태 이후 달라진 일본 소비자의 눈높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KOTRA 후쿠오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소비자는 이너뷰티 제품에서도 안전성과 근거를 중시하기 때문에 성분 함량과 시험 데이터를 명확히 제시하는 브랜드가 결국 오래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제품은 제형과 맛, 패키지 감각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초기에는 온라인에서 화제성을 만들고 이후 정규 유통에 맞춘 표시·품질 체계를 갖추는 순서가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뷰티 시장은 지금 ‘바르는 미용’에서 ‘먹는 미용’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K-뷰티의 성공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K-뷰티라는 이름과 SNS 화제성만으로 장기적인 시장을 만들기는 어렵다.
필름·젤리·구미처럼 재미있고 간편한 제형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새로운 소재와 맛으로 첫 구매를 만들어낸 다음, 성분 함량과 시험 데이터, 품질관리와 일본 규제에 대한 철저한 대응으로 신뢰를 쌓는 것.
‘바르는 K-뷰티’에 익숙해진 일본 소비자의 관심을 ‘먹는 K-뷰티’로 옮겨오기 위한 다음 승부는 결국 화제성을 지속적인 구매와 신뢰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