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수 항균제는 표면 살균 아닌 오염 확산 방지 수단…공정별 검증·모니터링 강조
공급업체 승인·환경 모니터링·실측값 기록 등 예방관리체계 구체화
미국 수출기업, 염소·과초산 농도만 맞추는 방식에서 공정 검증 중심으로 전환 필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로 섭취하는 신선편이 농산물의 미생물 위해를 줄이기 위한 산업 지침을 내놓고, 원료 공급망부터 세척공정, 제조환경, 냉장 보관·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친 위험기반 예방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세척수에 사용하는 항균제는 농산물에 부착되거나 조직 내부로 침투한 병원체를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염된 농산물에서 세척수를 거쳐 다른 제품으로 병원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공정관리 수단이라고 명확히 했다. 단순히 정해진 농도의 항균제를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품목과 설비, 유기물 부하, 유량, 처리시간 등 실제 생산조건을 반영해 공정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FDA는 2026년 8월 ‘바로 섭취하는 신선편이 농산물의 생물학적 위해 최소화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미국 식품안전현대화법(FSMA)에 따른 현행우수제조관리기준(CGMP)과 식품 예방관리 규정(PCHF)을 신선편이 농산물 제조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적용 대상은 절단·다지기·박피·채썰기·슬라이스·나선형 절단 등의 물리적 가공을 거친 뒤 별도의 가열공정 없이 유통·섭취되는 과일과 채소다. 절단 상추, 슬라이스 멜론, 다진 셀러리와 양파, 채썬 당근, 코울슬로 믹스, 과일 샐러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수분활성도가 0.85 이하인 아몬드·호두·피스타치오·피칸·마카다미아·땅콩 등 저수분 농산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농장 자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농장과 식품제조시설의 성격을 함께 가진 혼합형 시설에서 이뤄지는 신선편이 가공은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절단 순간 높아지는 위해…소량 오염도 대량 제품으로 확산
FDA가 이번 지침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원료에 존재하던 소량의 병원체가 절단과 혼합, 세척을 거치며 다량의 제품으로 확산되는 위험이다.
농산물은 재배·수확·포장·보관 과정에서 오염된 농업용수, 부적절하게 처리된 동물성 토양개량제, 작업자의 불량한 위생관리 등으로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 등에 오염될 수 있다.
온전한 과일과 채소의 표면을 절단하면 자연적인 보호막이 손상되고 세포액과 영양분이 방출된다. 이 때문에 병원체가 생존하거나 증식하기 쉬워지며, 대량 혼합과 공동 세척 과정에서는 일부 원료의 오염이 전체 생산물량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
FDA는 신선편이 농산물에서 우선 평가해야 할 생물학적 위해로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병원성 대장균 등을 제시했다. 베리류와 바질·고수·샐러드 믹스·채소 트레이 등에서는 원포자충인 사이클로스포라도 공급망 관리가 필요한 위해요소인지 검토하도록 했다.
저산소 또는 가스치환 포장 제품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의 증식과 독소 생성 가능성도 평가해야 한다. 제품의 수분활성도와 산도, 호흡률, 초기 포자 수준, 고유 미생물군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척수 항균제가 제품 살균한다”는 오해 경계
이번 지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세척수 관리다.
FDA는 세척수에 투입하는 염소계 물질이나 과초산(PAA)이 농산물 표면 또는 조직 내부의 병원체를 충분히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척수 항균처리의 주된 목적은 오염된 농산물에서 떨어져 나온 병원체가 물속에서 살아남아 비오염 제품으로 옮겨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항균제 농도뿐 아니라 △검증에 사용할 대표 또는 최악조건 품목 △관리 대상 병원체와 대체 미생물 △제품 투입량과 세척수량의 비율 △제품과 세척수의 유속 및 체류시간 △수온과 pH △절단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부하 △항균제 투입·혼합 방식 △공정 내 측정 위치와 측정 주기 등을 반영해 세척공정을 검증해야 한다.
유기물이 축적되면 항균제의 유효농도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초기가 아닌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도 관리기준이 유지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공정 검증 결과는 해당 시험에 사용된 품목과 설비, 운전조건에 한해서만 유효하며 다른 품목이나 공정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FDA는 신선편이 로메인 상추 세척공정의 예로 유리염소 최소 10ppm, 세척수 pH 최대 7.5를 제시했다. 신선편이 양파에는 과초산 최소 50ppm을 임계한계로 설정하고, 실제 운전범위는 60~80ppm으로 관리하는 사례를 담았다.
이 수치는 모든 시설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정 기준이 아니라, 해당 예시 공정의 과학적 문헌과 검증시험을 바탕으로 설정된 값이다. 각 제조업체는 자사 품목과 세척설비, 생산조건에 맞는 임계한계를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기준 이탈 제품 ‘재세척’으로 해결 못 해
FDA는 항균제 농도나 pH가 임계한계를 벗어났을 때의 조치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관리기준을 벗어난 시점부터 마지막 정상 측정 시점 사이에 생산된 제품은 생산라인에서 분리하고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영향을 받은 세척·후속 공정의 식품접촉면은 세척·소독하며, 센서 고장이나 약제 투입 이상 등 이탈 원인을 조사해 재발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항균제 농도가 임계한계에서 벗어난 세척수에 노출된 농산물을 다시 세척하는 것은 적절한 시정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발생한 교차오염을 재세척만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균제와 pH 센서를 사용하는 자동화 공정은 연속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정확도 확인·교정을 실시해야 한다. 수동 측정 방식은 검증 결과를 토대로 측정 주기를 설정하되, 최소한으로 확인된 주기보다 더 자주 측정해 관리기준 이탈 가능성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원료 안전은 공급업체 단계에서…고위험 농장은 현장실사 원칙
세척공정이 원료에 존재하는 병원체를 제거하는 완전한 살균단계가 아닌 만큼, FDA는 승인된 공급업체로부터 원료를 구매하고 위험도에 따라 검증활동을 실시하는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급업체 승인 시에는 재배·수확·포장 과정의 식품안전관리 절차,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병원체 검사 결과, 리콜·행정처분 이력, 문제 발생 시 시정조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심각한 건강상 피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해요소가 공급업체에 의해 관리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원료 사용 전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이후에도 최소 연 1회 적격 심사원이 점검하도록 했다. 다만 위해 특성과 공급업체의 관리성과 등을 근거로 다른 검증활동이 적절하다고 서면으로 판단한 경우에는 조정할 수 있다.
유통업체나 중간상이 원료를 단순 보관·운송할 뿐 직접 재배하거나 제조·가공하지 않았다면 식품 예방관리 규정상 ‘공급업체’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선편이 제조업체는 거래 상대방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원료를 재배한 농장까지 추적해 승인·검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리스테리아 환경관리와 콜드체인도 예방관리 대상
신선편이 농산물은 포장 전 제조환경에 노출되고 이후 병원체를 사멸하는 공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FDA는 이런 제품의 위해평가 과정에서 환경성 병원체를 반드시 검토하도록 했다.
특히 습식 가공환경에서 장기간 생존하며 서식처를 형성할 수 있는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는 세척·소독관리와 환경 모니터링을 연계해야 한다. 설비를 세척하기 어려운 구조로 방치하거나 원료구역과 완제품구역 사이의 작업자·도구 이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병원체가 제조환경에 정착해 반복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시간·온도 관리도 주요 예방수단이다. 절단 후 방출되는 세포액이 병원체 증식을 돕기 때문에 가공 중 대기, 완제품 보관, 운송, 판매 단계에서 냉장조건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업체는 위해요소 분석을 토대로 온도관리를 일반위생관리로 운용할지, 모니터링·시정조치·검증·기록이 수반되는 예방관리로 설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적합·부적합’ 표시보다 실제 측정값 기록해야
FDA는 식품안전계획과 현장 기록의 구체성도 요구했다. 제조업체는 위해요소 분석, 예방관리, 공급망 프로그램, 리콜 계획, 모니터링, 시정조치와 검증 절차를 서면으로 마련해야 한다.
온도는 ‘41°F 이하’ 또는 ‘적합’으로 표시하는 대신 실제 측정한 ‘37°F’를 기록해야 한다. 유리염소도 ‘20ppm 이상’이나 ‘통과’가 아니라 ‘22ppm’과 같이 실측값을 남겨야 한다. 측정 날짜와 시간, 담당자 서명 또는 이니셜도 활동과 동시에 기록해야 한다.
이번 지침은 미국에 신선편이 과일·채소와 샐러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항균제의 종류와 투입농도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원료의 위해도와 공정의 최악조건을 반영한 검증자료, 공급농장 관리, 환경 모니터링, 냉장유통 기록까지 연결된 예방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FDA가 요구하는 것은 세척을 통한 ‘제품 살균’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원료에서 유입된 병원체가 세척수와 설비, 작업자, 제조환경을 통해 확산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그 효과를 기록으로 입증하는 관리체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