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 외식비는 부담, 맛은 포기 못해…美 ‘냉동 파인 다이닝’ 뜬다
[마켓트렌드] 외식비는 부담, 맛은 포기 못해…美 ‘냉동 파인 다이닝’ 뜬다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6.09.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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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달러 레스토랑 메뉴 닮은 9.99달러 냉동식품 인기…외식과 가정식 경계 붕괴
세계 각국 메뉴·셰프 레시피로 고급화…K-푸드도 만두·바비큐 등 프리미엄 냉동식품 기회

미국 소비자들이 비싼 외식 대신 집에서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즐기는 ‘냉동 파인 다이닝(Frozen Fine Dining)’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트라 시카고무역관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냉동 조리식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단순히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하던 냉동식품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와 유명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메뉴,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 고품질 식재료를 앞세운 제품들이 냉동매대를 채우면서 ‘외식의 경험’을 집으로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기농 식료품 유통기업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은 이러한 변화를 ‘냉동 파인 다이닝’으로 정의하고 2026년 주요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미국 냉동식품 시장이 2025년 약 899억 달러에서 연평균 7.7% 성장해 2033년 약 16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식과 아시아 음식 등 에스닉 푸드가 프리미엄 냉동식품의 주요 메뉴로 자리 잡고 있어 K-푸드 업계에도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Grand View Research)

외식물가 3.6% 오를 때 냉동 조리식품 가격은 0.4% 하락

‘냉동 파인 다이닝’이 부상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가격이다.

미국 농무부 경제조사국(USDA ERS)은 2026년 미국 외식 물가가 전년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가정용 식품 물가 상승률 전망치 2.5%보다 1.1%포인트 높다.

외식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어서 2024년 4.1%, 2025년 3.8% 상승하며 지속적으로 가정용 식품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2024~2026년 전년 대비 상승률 비교. 2026년 수치는 전망치
(출처: 미국 농무부 경제조사국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Economic Research Service))

반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냉동 및 동결건조 조리식품 가격은 같은 기간 0.4% 하락했다.

외식비 부담은 커졌지만 맛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결국 레스토랑 수준의 메뉴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냉동식품이 그 틈새를 파고든 셈이다.

맞벌이 가구와 직장인을 중심으로 조리 시간을 단축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장기간 보관으로 식재료 폐기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냉동 간편식은 2025년 미국 냉동식품 시장 매출의 34.4%를 차지하며 가장 큰 품목군으로 성장했다. 냉동 간식의 성장세는 더욱 빠르다.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약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49달러 ‘노부’ 메뉴를 9.99달러에?…냉동식품도 ‘듀프’ 열풍

냉동식품 고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트레이더조(Trader Joe’s)가 올해 선보인 ‘와일드 알래스칸 블랙 코드 세이블피시 위드 미소 마리네이드’다.

자연산 알래스카 은대구를 미소와 쌀술, 설탕으로 만든 양념에 재운 냉동제품으로 두 조각에 9.99달러다. 소비자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하기만 하면 된다.

(출처: 트레이더조)

흥미로운 점은 이 제품이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고급 일식 레스토랑 노부(Nobu)의 대표 메뉴인 ‘블랙 코드 미소’와 비교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부 메뉴 가격은 약 49달러. 트레이더조 제품은 공식 협업 상품이 아니지만 같은 어종에 유사한 미소 양념을 사용하면서 가격은 약 5분의 1에 불과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노부 듀프(Nobu dupe)’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명품과 유사한 디자인과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듀프’ 소비가 식품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냉동식품도 이제 ‘싼 대체식’이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서 경험했던 맛을 집에서 재현하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의 맛이 냉동매대로…‘에스닉 푸드’가 고급화 견인 

냉동 파인 다이닝 시장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흐름은 에스닉 푸드(Ethnic Food)다.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은 특유의 향신료와 식재료가 필요해 미국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만들기는 쉽지 않다. 냉동식품은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면서 몇 분 만에 현지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시카고 다운타운 홀푸드마켓 매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미챙스(Mimi Cheng’s)의 ‘코리안 글레이즈드 비프 덤플링(Korean Glazed Beef Dumplings)’은 목초 사육 소고기와 캐러멜라이즈드 양파에 한국식 양념을 결합했다.

라오반(Laoban)은 닭고기와 생강, 채소를 조합한 ‘진저 치킨 덤플링(Ginger Chicken Dumplings)’을 선보이고 있으며, 케빈스 내추럴 푸드(Kevin’s Natural Foods)는 ‘타이 스타일 코코넛 치킨’과 ‘코리안 바비큐 스타일 치킨’ 등 아시아 각국의 조리법을 냉동식품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출처: KOTRA 시카고무역관 촬영)

KOTRA 시카고무역관과 인터뷰한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와 식재료가 필요한 해외 음식은 직접 만들기 어렵지만 냉동제품은 조리가 간단하면서도 현지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어 외식을 대신하는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orean BBQ’가 하나의 맛이 됐다…K-푸드에 열린 냉동매대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식품업계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Korean’은 더 이상 낯선 국가명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Korean BBQ’, ‘Bulgogi’, ‘Gochujang’처럼 소비자가 맛을 예상할 수 있는 하나의 메뉴와 풍미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만두와 바비큐, 치킨, 볶음밥, 면류 등은 냉동식품으로 구현하기 쉽고 미국 소비자에게 이미 어느 정도 친숙하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높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존 제품을 냉동해 수출하기보다 미국 소비자가 외식에서 경험한 한식 메뉴를 가정에서 재현한다는 관점에서 제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코리안 바비큐’, ‘고추장’, ‘불고기’처럼 인지도가 높아진 표현을 제품 전면에 활용하고, 고단백이나 글루텐프리 등 실제 제품에 해당하는 특성을 명확하게 전달한다면 프리미엄 냉동식품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

맛만큼 중요한 냉동 유통망…SNS가 ‘두 번째 매대’

제품 경쟁력만으로 미국 시장 진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홀푸드마켓과 트레이더조 등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가 세계 각국의 프리미엄 냉동식품을 확대하면서 현지 유통망 확보와 안정적인 냉동 물류체계가 핵심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도 중요한 판매 채널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에스닉 냉동식품의 시식 후기와 조리법, 유명 레스토랑 메뉴와 비슷한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특히 트레이더조의 블랙 코드 제품처럼 소비자가 유명 레스토랑 메뉴와 비교해 ‘○○ 듀프’라는 별칭을 붙이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현상은 프리미엄 냉동식품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 역시 현지 크리에이터와 연계한 시식 콘텐츠, 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 조리 영상, 레스토랑 메뉴와의 비교 콘텐츠 등을 활용한다면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 K-푸드, ‘간편식’보다 ‘집에서 즐기는 외식’으로 팔아라

미국의 냉동 파인 다이닝 트렌드에서 한국 식품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냉동식품의 ‘프리미엄화’ 그 자체보다 소비자가 냉동식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냉동식품의 핵심 가치는 간편함과 가격이었다. 이제는 여기에 외식 경험과 새로운 맛, 고품질 식재료라는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이는 K-푸드에 유리한 변화다. 미국 소비자가 식당에서 불고기와 코리안 바비큐, 만두, 고추장 메뉴를 경험할수록 그 맛을 집에서 간편하게 재현할 수 있는 냉동식품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을 겨냥한 K-푸드의 전략도 ‘한국산 냉동 간편식’이라는 제품 중심 접근에서 ‘집에서 즐기는 한국 외식 메뉴’라는 경험 중심 상품으로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외식비는 줄여도 맛과 경험은 포기하지 않는 미국 소비자. 이들의 냉동고가 K-푸드의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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