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EU PPWR 쇼크 ②-1] 2030년부터 ‘포장’이 시장 진입 가른다…K-푸드가 반드시 넘어야 할 10개의 문턱
[핫이슈- EU PPWR 쇼크 ②-1] 2030년부터 ‘포장’이 시장 진입 가른다…K-푸드가 반드시 넘어야 할 10개의 문턱
  • 김민 기자
  • 승인 2026.09.01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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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등급·재생원료·PFAS·과대포장·라벨링까지…포장재 교체 아닌 제품·공급망 전면 재설계
2026년 유해물질 제한 시작으로 2028년 통합 라벨, 2030년 재활용·감량 의무 본격화
식품 내용물 아닌 포장 구조가 EU 판매 가능 여부 결정…복합필름 의존 K-푸드에 부담
제조사·수입자·유통업자 책임까지 세분화…기술문서와 적합성 선언이 새로운 수출서류로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식품기업에 어려운 이유는 규제 항목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개별적인 조치로는 대응이 끝나지 않고, 포장재의 원료와 구조, 유해물질, 재생원료 함량, 중량과 부피, 소비자 표시, 재사용 방식, 생산자책임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의무는 한 시점에 동시에 적용되지 않는다. 2026년 8월부터 식품접촉 포장재의 PFAS 제한과 유해물질 최소화, 재활용 가능성의 기본원칙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2028년에는 EU 공통 분리배출 라벨이 도입된다. 2030년을 전후해서는 재활용 성능등급과 재생원료 함량, 포장 최소화, 일부 일회용 포장 제한, 운송포장 재사용 목표 등이 본격화되며, 이후 기준은 다시 강화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시행일을 외우는 것보다 자사가 사용하는 포장의 어떤 요소가 언제부터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파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포장재 한 종을 바꾸는 데에도 소재 선정과 성능시험, 생산라인 조정, 유통기한 검증, 바이어 승인, 기존 재고 소진이 필요하므로 2030년 규제라고 해서 2029년에 준비를 시작할 수는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과 식품 포장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K-푸드 기업이 제품별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규정을 10가지 문턱으로 정리했다.

① 재활용이 ‘가능해 보이는 포장’이 아니라 실제로 재활용되는 포장이어야

PPWR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모든 포장이 재활용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재활용 가능성은 포장재에 재활용 표시를 붙이거나 이론적으로 소재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포장이 수거되고 분류된 뒤 기존 재활용 공정에 투입돼 일정한 품질의 2차 원료로 회수될 수 있는지까지 평가한다.

EU는 포장재의 재활용 성능을 A·B·C 등급으로 구분할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단위당 재활용 가능성이 70% 이상인 최소 C등급을 충족해야 하며, 2038년부터는 80% 이상인 B등급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된다. 기준에 미달한 포장은 원칙적으로 EU 시장에 출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식품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복합필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라면과 스낵, 조미김, 커피, 냉동식품의 포장은 수분과 산소,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성질의 필름과 알루미늄층, 접착제 등을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물 보호에는 뛰어나지만 사용 후 각각의 재질을 분리하기 어려워 실제 재활용 단계에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포장 혁신은 무조건 얇게 만들거나 종이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단일 폴리프로필렌(PP)이나 단일 폴리에틸렌(PE)처럼 재질을 단순화하면서도 기존 복합필름이 제공하던 차단성과 내열성, 밀봉성을 구현해야 한다.

결국 소재 전환과 식품 보존기술이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재활용성과 제품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② 플라스틱 포장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가 들어가야 

PPWR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생산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소비 후 재생원료를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지금까지 재생 플라스틱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소재로 인식됐지만, 앞으로는 EU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법적 기준으로 바뀐다.

식품접촉용 PET 포장에는 2030년부터 최소 30%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하며, 2040년에는 그 비율이 50%로 높아진다. 다른 식품접촉용 플라스틱 포장과 일회용 음료병, 비식품용 플라스틱 포장에도 유형별 목표가 적용된다.

문제는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재생원료가 일반 재활용 플라스틱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소재는 오염물질의 잔류와 이동 가능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적절한 수거와 선별, 재활용 공정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만 사용할 수 있다.

EU 식품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재생 플라스틱 공급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식품기업은 포장재 업체가 “재생원료를 사용했다”고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원료가 어느 공정에서 생산됐고 식품접촉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함량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으며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는 포장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원료 공급망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③ 식품접촉 포장재의 PFAS는 2026년부터 직접 규제

PPWR의 여러 의무 가운데 국내 식품기업이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항목은 식품접촉 포장재의 과불화화합물(PFAS) 제한이다. PFAS는 물과 기름에 잘 젖지 않는 특성이 있어 종이컵과 식품용지, 패스트푸드 용기, 베이커리 포장, 기름기가 많은 식품의 내유 코팅 등에 사용돼 왔다.

PPWR는 2026년 8월 12일부터 개별 PFAS 25ppb, 합산 PFAS 250ppb, 고분자 PFAS를 포함한 전체 PFAS 50ppm을 초과하는 식품접촉 포장재의 시장 출시를 금지한다. 총불소 함량이 50㎎/㎏을 넘을 경우에는 측정된 불소가 PFAS에서 유래하지 않았음을 설명하는 자료도 요구될 수 있다.

아울러 납과 카드뮴, 수은, 6가 크롬 등 중금속의 농도 합계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이 기준은 완제품만 시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필름과 종이, 코팅제, 잉크, 접착제, 실링재 등 포장을 구성하는 여러 원료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유해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지 공급망 전체를 추적해야 한다. 특히 포장재를 여러 차례 가공하거나 해외에서 반제품 형태로 조달하는 경우에는 최종 포장업체조차 원료의 전체 구성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식품기업은 포장재 공급업체로부터 PFAS와 중금속 미함유 또는 기준 적합성을 입증하는 시험성적서를 확보하고, 원료 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자료를 갱신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발성 시험성적서 한 장이 아니라 공급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④ 포장의 무게와 부피는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줄여야

PPWR는 포장재의 중량과 부피를 제품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요구한다. 과거에도 포장 감량은 환경정책의 목표였지만, 이번 규정에서는 기업이 왜 현재의 포장 구조와 크기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달라진다.

2030년부터 기업은 제품 보호와 위생, 운송 안전, 법정 표시, 소비자 사용 편의 등 포장이 수행해야 할 기능을 고려해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소 수준으로 포장을 설계해야 한다. 내용물을 실제보다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한 이중벽과 가짜 바닥, 불필요한 층과 공간처럼 소비자의 인식을 확대하는 구조는 허용되기 어려워진다.

식품 분야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선물세트와 개별포장, 소량 제품을 큰 상자에 넣는 방식이 직접적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K-푸드는 해외 판촉과 명절 수요, 한류 상품화를 위해 여러 종류의 제품을 하나의 세트로 묶거나 장식용 내피와 완충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포장은 디자인 가치만으로 필요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포장 감량은 단순히 상자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 제품의 규격과 배열, 낱개 포장 수량, 물류용 상자의 적재 효율, 팔레트당 운송량을 함께 조정해야 전체 포장량과 물류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제품 규격을 유지한 채 외포장만 억지로 줄이면 파손률이 높아지거나 생산속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제품과 포장, 물류를 동시에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⑤ 전자상거래 포장도 ‘빈 공간’까지 관리받는다

온라인 판매의 확대는 K-푸드가 유럽의 젊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였지만, PPWR는 전자상거래 포장에도 명확한 감량 기준을 적용한다.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외부 상자의 빈 공간 비율은 원칙적으로 5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완충재로 채운 공간도 빈 공간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에서는 주문 상품의 크기와 수량이 매번 달라 표준 상자를 사용하고 남은 공간에 종이나 에어쿠션을 넣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PPWR가 본격 적용되면 판매자는 제품 크기에 맞는 다양한 포장 규격을 갖추거나, 주문 내용을 분석해 최적의 박스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제조사보다 온라인 유통업체와 풀필먼트 기업의 책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식품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낱개 제품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면 효율적인 합포장이 어려워지고, 돌출된 용기나 불규칙한 선물상자는 배송공간을 크게 차지한다. 전자상거래 포장 감축을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규격을 물류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EU 소비자에게 직접 온라인 판매하는 경우에는 현지 플랫폼이나 물류업체가 모든 책임을 대신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거래 구조에 따라 한국 기업이 생산자책임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배송 포장과 EPR 의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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