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한국의 파트너 되겠다”… 바이오 기반 산업소재 협력 확대 제안
8일 '미국대두 지속가능성 컨퍼런스'서 폴버크 Commodity & Cooperator Services 파트너
대두가 자동차 시트가 되고,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심지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냉각재로까지 활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대두산업이 식품과 사료 원료 중심의 전통적 시장을 탈피하 바이오 기반 산업소재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ESG 경영을 겨냥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미국 대두업계는 대두를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탄소중립 산업의 핵심 원료’로 재정의하며 미래 성장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대두는 더 이상 먹는 식품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대두산업이 한국 시장에 던진 새로운 메시지다.
미국대두협회가 8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한 ‘2026 미국 대두 지속가능성 컨퍼런스’에서 폴 버크(Paul Burke) Commodity & Cooperator Services 파트너는 ‘대두 바이오 기반 산업용 제품(Soy Bio-Based Industrial Products)’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하며 미국 대두산업의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식품과 사료 시장을 넘어 바이오 소재 산업으로 진출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원료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산업계는 탄소중립과 ESG 경영 압력 속에서 석유 기반 소재를 대체할 친환경 원료를 찾고 있다. 미국 대두업계는 바로 그 대안으로 대두를 제시했다.
폴 버크는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대두산업은 오랫동안 한국과 함께 성장해온 파트너”라며 “대두 기반 바이오소재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과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탁을 떠난 대두… 산업 현장으로
대두 바이오 기반 산업용 제품은 대두유와 대두단백, 대두분, 대두 유래 화학물질 등을 활용해 만든 비식품 산업소재를 말한다.
이들 제품은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해 제조업과 자동차, 건설, 에너지, 세정제, 포장재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두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친환경성 때문만이 아니다. 재생 가능한 원료라는 점 외에도 낮은 온실가스 배출, 생분해성, 낮은 독성,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 효과를 갖고 있으면서도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성능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두 기반 소재는 윤활성, 내구성, 용해성, 작업 안전성 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는 ESG가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고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건설·타이어… 이미 상용화된 대두 산업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자동차 산업이다.
대두유를 활용한 폴리우레탄 폼은 자동차 시트와 헤드레스트, 매트리스, 가구 쿠션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포드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수백만 대의 차량에 대두 기반 시트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산업용 윤활유 시장에서도 대두유 활용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유압유와 금속가공유, 산업용 그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석유계 원료를 대체하고 있으며 생분해성과 저독성이라는 장점 덕분에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건설 분야 역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두 기반 소재는 도료와 페인트, 콘크리트 실러, 아스팔트 재생제, 이형제, 단열재 등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도로 유지보수와 친환경 건축자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고무·타이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두 유래 폴리머는 타이어 제조와 운동화 밑창 등에 사용되며 친환경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AI 시대의 블루오션… 데이터센터 냉각재까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미래 기술 파이프라인이다. 미국 대두업계는 현재 대두를 활용한 차세대 산업소재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두유 기반 데이터센터 냉각재다.
AI 산업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대두업계는 대두유를 활용한 친환경 냉각 솔루션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두단백을 활용한 100% 퇴비화 플라스틱, 대두 메틸에스터 기반 배관 부식방지제 등도 차세대 유망 기술로 소개됐다.
특히 대두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은 식품 포장재는 물론 인쇄회로기판(PCB) 소재로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대두산업의 새로운 성장전략
미국 대두산업은 그동안 식품과 사료용 원료 공급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식품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탄소중립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바이오 기반 산업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대두위원회(USB)는 35년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최근에는 오하이오주의 Airable Labs와 일리노이주의 Soy Innovation Center 등을 통해 상용화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산 대두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제품에는 ‘Sustainable U.S. Soy(SUSS)’ 로고 사용을 허용하고, 미국 농무부(USDA)의 브랜디드 프로그램을 통해 마케팅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등 시장 확대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이번 발표의 핵심은 대두를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탄소중립 산업의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미국 대두업계의 시각 변화다.
과거 대두의 가치가 식품과 사료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자동차, 건설자재,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용 화학소재,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산업의 공통 과제가 된 지금, 미국 대두업계는 한국을 향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고 있다. ‘먹는 콩’을 넘어 ‘산업을 움직이는 콩’으로의 진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