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주를 ‘삶의 樂'이라 부르는 남선희 전통주 갤러리 관장
[인터뷰] 전통주를 ‘삶의 樂'이라 부르는 남선희 전통주 갤러리 관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7.0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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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10주년…사람과 술이 이야기 나누는 문화 공간 자리매김
매월 분야별 5개 시음주 소개... 하루 200명, 월 4천명 시음 참여
방문객과 직접 소통 데이터 양조장에 피드백... 품질 개선에 도움
“이곳 존재조차 모르는 양조장 많아, 다시 살아 숨 쉬는 현장 되길”

 

“하루 200명이 다녀가는 전통주 갤러리를 아직도 많은 양조장이 모른다는 게 믿기시나요?”

서울 북촌에 자리 잡은 ‘전통주 갤러리’는 올해로 문을 연 지 10년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통주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한 대표적인 홍보 공간이지만, 그 상징성에 비해 대외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이곳을 4년째 맡아 운영하고 남선희 관장은 “전통주 갤러리는 별도의 비용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그 존재조차 모르는 양조장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갤러리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술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 공간입니다.”

갤러리를 통해 전통주와 사람을 잇는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남 관장을 만나 지난 4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전통주가 나아가야할 길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매달 5개 양조장 선정, 체험객 피드백은 정량화된 ‘살아있는 데이터’로

남관장에 따르면 매일 수십 명이 이곳에서 시음 체험을 하며 술을 마주하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남긴다. 이 모든 자료는 정리되어 해당 양조장에 전달되어 더 나은 품질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갤러리는 매달 ‘이달의 시음주’ 주제를 정해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 등 총 5가지 전통주를 소개한다. 시음회는 하루 최대 7회, 회당 10명 정원으로 운영되며, 하루 약 200명, 월 2300~2500명 이상이 갤러리를 찾는다.

체험객들에게는 QR코드를 통해 술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일반 주류박람회와 달리 방문객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남 관장은 이 데이터를 수집해 양조장에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성별, 연령, 국적 등 기본적인 인구통계 정보부터 어떤 술에 어떤 반응이 있었는 지까지 정리해서 매달 보내드려요. 현장에서 이렇게 생생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죠.”

그러나 놀랍게도 상당수 양조장들은 아직도 전통주 갤러리의 존재를 모르거나, 자신들의 술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정작 정체된 정책 구조와 홍보 부족으로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시음회 참여 양조장 확대… 품평회 수상작부터 잊힌 지역 명주까지

참여하는 양조장은 매달 갤러리가 선정하며, 최근에는 과거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중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제품들을 재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달 주제는 ‘잊혀진 품평회 수상작’입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술맛은 훌륭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런 술들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갤러리의 역할이죠.”

전통주갤러리는 지난 5월 시음주 주제를 ‘잊혀진 품평회 수상작’으로 정하고 과거 품질 좋은 술로 평가받아 수상까지 했지만 지금은 그 인지도가 낮아진 제품들을 다시 살리기 위한 시음회를 가졌다.

술은 갤러리에서 주류도매업체나 양조장에서 직접 구매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양조장이 많다 보니 저희가 예산 내에서 구매하고, 활용 후 피드백을 주는 방식입니다.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에요.”

외국인 방문자 비율 급증… 글로벌 홍보 기능까지 확장 중

최근에는 외국인 방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글로벌 홍보 플랫폼 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갤러리는 오후 3~4시를 외국인 전용 시음 프로그램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QR 기반의 안내 서비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통한 글로벌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남 관장이 직접 제안하고 실행한 변화들이다. “한때 헌법재판소 이슈로 잠시 줄었던 외국인 방문이 다시 늘어나고 있어요. 주말이면 거의 전 회차가 만석입니다.”

외국인들은 증류주나 살균주처럼 출국 시 반입 가능한 술을 선호하며,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담긴 제품에 관심이 높다. “청자병에 담긴 이강주나 안동소주, 오미자주 등은 특히 인기입니다. 요즘 프랑스에서는 한국 청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런 병 디자인도 반응이 좋죠.”

관장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갤러리 내에 외국어 해설 도슨트 시스템, QR 안내 페이지 다국어화 등 외국인 친화적인 콘텐츠도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다.

“전통주 산업의 원스톱 플랫폼, 갤러리가 그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갤러리를 단순한 홍보관이 아닌, 양조장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해줄 수 있는 ‘전통주 산업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통주갤러리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음회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주갤러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음회가 진행되고 있다.

패키지 디자인이 필요할 때 관련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시음 데이터를 모아 피드백을 제공하며, 심지어 예비 양조인이 술을 실습할 수 있는 소규모 브루어리 공간도 조성되기를 꿈꾼다.

그의 꿈은 단순히 행정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봉천동의 개인 양조공간을 열어 제자들과 공유하고, 술 서적과 도구를 함께 나누며 교육의 장을 만들어온 그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제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재능기부예요.”

기회가 아니라 사명... 전통주의 내일을 연결하는 사람

전통주를 처음 빚게 된 건 아버지 생일상을 위한 술 한잔 때문이었다. 지금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절별 맞춤주와 역사 속 주안상, 손맛 나는 술을 소개하며, 전통주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주는 제게 낙입니다. 아직도 술을 얘기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우연히 만난 우리술과의 동행은 희노애락이 모두 녹아 있는 삶 그 자체라고 남 관장은 그 설렘을 즐거워한다.

이 갤러리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양조장과 소비자가 이어지는 허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이제 남선희 관장 개인의 열정을 넘어선 공공의 과제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갤러리를 되살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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