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양잠혁신방안] ③ ‘변비 잡는 오디’...부작용 없는 위장운동 개선 소재로 부상
[기획-양잠혁신방안] ③ ‘변비 잡는 오디’...부작용 없는 위장운동 개선 소재로 부상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5.1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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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기준 오디추출물 하루 6g 섭취 시 약리 효과 확인
심장 부정맥 논란 퇴출된 기존 치료제 대신할 천연 대안
서울대-동의대 공동 연구, '오디 소화기 기능 개선 효과' 국제 학술지 발표

장폐색·변비까지 개선… 오디, 위장관 운동 촉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이현태 동의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오디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잠재적 치료제다.” 이현태 동의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가까이 양잠산물을 이용한 건강기능소재를 연구해 왔다. 

9일 제2회 양잠인의 날 기념 '양잠혁신 심포지움'에서 이 교수가 발표한 ‘오디(Morus alba fruit)의 위장관 운동 개선 효과’는 기존의 위장관 운동 촉진제들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판이 중단된 가운데 안전성과 효과를 모두 갖춘 새로운 천연 대안을 제시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의 지원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장항문외과팀과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오디의 위장관 운동 활성 효과를 in vivo(생체 내) 및 in situ(인체 조직 기반) 실험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했다.

부작용 논란 약물 ‘시사프라이드’·‘메토클로프라마이드’ 뛰어넘는 효과

오디의 약리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 교수 연구팀은 먼저 실험용 마우스(ICR 계통)를 활용한 in vivo 실험을 수행했다. 절식 상태의 쥐에게 오디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후 Evans blue 색소의 장내 이송률(Intestinal Transit Rate, ITR)을 측정한 결과 오디는 위장관 운동을 유의미하게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mg/kg 투여 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운동 촉진 효과가 관찰됐으며, 이는 사람 성인 기준으로 하루 약 6g의 섭취량에 해당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오디가 기존 약물인 시사프라이드(Cisapride) 및 메토클로프라마이드(Metoclopramide) 대비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두 약물은 한때 위장관 운동 촉진제로 널리 사용됐으나 심장 부정맥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시판이 중단되거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다.

실제 시사프라이드는 1980~90년대를 풍미하며 미국에서만 연간 10억 달러(한화 약 1.45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국내에서도 수백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나 2000년부터 퇴출됐다. 이후 수술 후 장폐색 등 장운동 저하 환자에게는 뚜렷한 대체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환자부터 변비 모델까지… 오디의 다방면 치료 가능성 입증

연구는 위장관 기능이 저해된 병태 모델에서도 진행됐다. 먼저 Atropine(부교감신경계 억제제)을 투여한 마우스에게 오디를 투여했을 때, 위장관 운동이 유의미하게 회복됐다. 이는 기존 약물과 달리, 신경계 저해 상황에서도 효과를 발휘함을 의미한다.

또한 Morphine 투여로 유도된 변비 모델, 초산(acetic acid) 투여에 의한 염증성 장 저해 모델 등에서도 오디는 이송률을 개선하며 장운동 활성 기능을 입증했다.

특히 몰핀 모델은 대장암 환자 등 통증 치료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는 환자들의 대표적 부작용인 ‘약물성 변비’ 해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러한 데이터는 오디가 단순한 소화 촉진 소재를 넘어 수술 후 장기 마비, 약물 유발성 변비, 염증성 위장관 장애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치료 타깃에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공동 연구로 인체 조직에서도 기능 입증… 작용 기전은 ‘이중 효과’

보다 결정적인 검증은 서울대학교병원과의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대장암 수술 시 절제한 환자의 소장 및 대장 조직을 활용한 in situ 실험에서 오디 추출물은 장 평활근의 자발적 수축을 유도했고, 인공 신경계가 일부 남은 장 조직에서도 연동 운동이 뚜렷하게 촉진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오디가 단순한 물리적 자극이 아니라 myogenic(근육 자극 기반)과 neurogenic(신경계 자극 기반)이라는 복합 작용기전을 통해 장운동을 조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기능성식품 넘어 의약품 개발로… 국제 학술지 게재·특허 등록 완료

이번 연구는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으며, 2023년 5월에는 오디의 위장관 기능 개선 활용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도 완료됐다.

이후 경쟁 일반의약품(예: 가스활명수, 베나치오)과의 비교 연구도 일부 진행됐으며, 오디가 이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다만 해당 데이터는 향후 특허 및 논문으로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현태 교수는 “오디는 안전한 식품소재로 이미 섭취 이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의약품 원료로의 전환 가능성도 높다”며 “앞으로 활성 성분의 분리와 기전 규명을 통해 임상시험 및 제약화로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천연물 기반 기능성 의약 연구, 다시 오디를 주목하다

한때 우리의 식탁 위를 장식하던 오디는 지금 실험실에서 천연 의약소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단순한 민간요법을 넘어, 의과학적 실증에 기반한 기능성 식품 또는 의약품으로서 오디의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소화제를 대체할 과일이 있다면, 그것은 오디다.” 이현태 교수의 선언이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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