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슬로푸드협회 떼라마드레 '한국 전통음식 맛워크숍'이 남긴 것들
[기고] 국제슬로푸드협회 떼라마드레 '한국 전통음식 맛워크숍'이 남긴 것들
  • 이탈리아 밀라노=정상신 큐레이터
  • 승인 2024.10.22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탈리아 한국 입양자와 한국 전통음식' 주제로 우리의 얼과 뿌리 소개
고유 음식 근간인 된장·고추장·간장을 김치전·비빔밥·된장국 등 요리에 접목
이탈리아 요리사·학생 등 워크숍 준비 도우며 한식 만드는법 배우기도
'ㅊㄱ Cave Monaja' 철규 대표 "포도 원종자 회복하며 입양자의 뿌리에 대해 생각"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지난 9월 이탈리아 도라 공원에서 개최한 2024 떼라마드레의 부대행사인 맛워크숍에서 한국 전통음식의 하나로 소개된 비빔밥.

슬로푸드국제본부(Slow Food International)는 지난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의 Parco dora 공원에서 테라 마드레(Terra Madre, 땅 어머니) 행사의 일환으로 Salone del Gusto (맛의 살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식과학대학, 라바짜 커피, 슬로와인, 슬로커피연맹, 프레시디 음식 생산자들, 슬로팜 전시장,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음식 부스들, 그리고 이탈리아 각 주별로 소개되는 음식들, 하루에 다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식음료 제품과 요리들이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갖고 선보였다.

아울러 행사기간동안 다양한 주제들의 컨퍼런스와 맛워크숍들이 펼쳐졌다. 그 중 '이탈리아 한국 입양자와 한국 전통 음식'이란 주제로 열린 맛 워크숍(Laboratorio del gusto)은 우리나라 전통의 고유 음식을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미식가들에게 자세히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인터넷으로 40여석에 한정해 미리 접수받아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접수창이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전부 매진될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이 프로그램은 4년 전부터 슬로푸드한국협회 이진희 부회장과 국제슬로푸드협회 김민수 이사의 관심으로 입양자들에 대해 논의하다가 COVID 시기가 끝나는 시점인 지난해 가을부터 Slow Food International 담당자 Andrea와 진지한 대화와 회의를 반복하면서 구체화됐다.

한국 전통 음식들의 근간이 되는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 간장을 소개하는 자리로서, 김치전과 간장, 비빔밥과 고추장과 김치, 된장국 그리고 마지막에 전통 과자들과 숭늉 등의 메뉴를 맛보도록 함으로써 그 쓰임새를 알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입양자들과 그들의 후손에게, 그리고 고국을 멀리 떠나 살고 있는 자들과 그의 후손들에게 한국 음식이 무엇이며, 그 정신과 뿌리, 얼을 알려주어 정체성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로 기획하고 준비했다. 

이탈리에 살고 있는 한국입양자협회(Associazione degli adottati coreani in Italia)의 박흥국 회장은 한국 입양자들의 연례 모임에서 김치 등 한국 음식을 함께 만들며 제조법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또 아들이 성년이 되는 18세 생일 기념으로 처음으로 한국에 데리고 갔는데, 한국 음식들과 한국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아들이 “아빠! 내가 나의 집에 다녀가는 것 같아!”라고 말해 마음이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요리 경험이 많은 이탈리아 셰프들과 학생들이 한국 전통음식 맛 워크숍의 준비를 돕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뿌리를 찾아 국민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친구들과도 함께 느끼며 소통하게 하는 음식은 먹는 것 그 이상인 것이 분명하다는 의미다. 세계의 모든 음식들이 다 이럴 것이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한국 전통 음식을 소개하면서 세계와 이러한 사실을 공감하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 일을 위해 수고한 Slow Food Korea 협회 장현예 상임이사, 파주의 특색 있는 장단콩으로 만든 된장국과 김치를 소개한 박정희 선생, 파주 장단콩의 맛의 특징과 함께 이 지역의 DMZ를 소개할 때, 맛 워크숍에 참관한 이탈리아와 외국인들의 관심이 엿보였다.

김치전과 숭늉을 준비 소개한 박세정 선생, 한국 전통 음식으로 프랑스 부르고냐에서 다양한 소통을 하며,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간 Maison Yuga의 유홍림 선생, 주방에서 전체를 돕고 준비 회의에서 여러 조언을 주었던 한국마크로비오틱 학교의 충남지역 김명희 선생, 그리고 함께 도왔던 이혜경 선생, 오정선 선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슬로푸드한국협회 박세정 회원(앞줄 오른쪽)이 맛워크숍에서 김치전과 숭늉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맛 워크숍이 시작하기 3시간 전 주방에서는 요리 준비로 분주했다. 경험이 많아 요리 솜씨가 노련한 이탈리아 셰프들이 스스럼 없이 도왔고, 많은 이탈리아 요리 학생들도 동참하면서 김치와 한국 장류에 대해 호감을 높였다. 일련의 과정은 본의 아니게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요리법을 교육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이탈리아 학생들이 한국전통음식 맛워크숍을 위한
음식의 재료 손질에 여념이 없다

비빔밥에 들어갈 섬세한 채를 이탈리아 요리 학생들에게 부탁했는데 채소를 잘 다루어 나름 만족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두 분의 경험 많은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주방의 기구와 불 사용을 도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들은 한식에 관심이 많아 준비하는 손길이 즐거웠다며, 특히 트리에스테 도시의 미미 에 코꼬테 레스토랑 요리사는 현재 오이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맛 워크숍을 기획 제안하면서 중요하게 다루며 소개하고 싶었던 또 하나는 입양자들에게 이탈리아에서의 농업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북부, 발 다 오스타 (Val D'aosta)에서 포도밭, 와인 생산을 하며 지역의 오래된 포도 나무 종자를 찾아 복원하는 철규Peloso가 자신의 ㅊㄱ Cave Monaja 소개하며 한 이야기들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한국인 입양자로서 이탈리아 땅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며 이탈리아 땅을 배우고 이탈리아 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려 자라게 한 소중한 매개가 됐다. 더욱이 잃어가는 포도 원 종자를 찾아 회복하는 과정은 나의 원래 뿌리에 대한 관심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포도 생산품들은 한국시장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흥국 한국입양자협회장은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 입양자 가족들이 해마다 한 번 모여서 김치 등 한국 음식 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사는 농업과 음식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상신 큐레이터​​​​​​​<br>
정상신 큐레이터

■ 정상신 큐레이터는...
서양 문화예술사학을 전공한 밀라노 예품교회 담임 목사로서,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예술비평 및 전시기획 업무와
슬로푸드한국협회 이탈리아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