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乳가격 '용도별 차등제' 도입 추진...음용유와 가공용 다르게 적용
原乳가격 '용도별 차등제' 도입 추진...음용유와 가공용 다르게 적용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12.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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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原乳)가격 결정체계가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제'로 바뀐다. 또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도 개편된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국산 원유가격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낙농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낙농산업 발전대책'을 30일 발표했다.

하지만 생산자단체들이 이러한 정부 개선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원활한 제도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낙농산업은 지난 20년간 원유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위축돼 왔는데, 이는 생산구조를 결정하는 관련제도가 소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에 기인한다.

현재 낙농산업은 원유 쿼터제,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 보전을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원유 쿼터제는 젖소 사육 농가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원유량을 쿼터로 정해, 그 범위내에서 유업체가 전량 사들이도록 함으로써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쿼터제는 매일 생산되지만 부패가 빨라 보관이 어려운 우유의 특성과 생산자가 수요자(유업체)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안정적인 생산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쿼터제는 콜드체인이 구비돼 있고, 유가공기술이 발전한 현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된데다, 음용유에만 적용하는 경직성 때문에 음용유 소비가 줄고 가공유제품의 소비가 증가하는 현재의 소비 변화 상황에서는 원유생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뿐더러 국산 가공유제품이 값싼 수입유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원유 가격을 생산비에만 연동해서 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도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최근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데도 원유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가격은 리터당 1,083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미국 491원, 유럽 470원에 비해 두배 이상 높고 그 격차도 지난 20년간 계속해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업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원유량보다 30만~35만여톤 많이 생산되는 잉여 쿼터량의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유업체 구입가격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차액보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그 지원 총액이 336억원이었으며 쿼터 보유농가당 약 7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용도 구분 없이 쿼터 내 원유에 음용유 가격인 리터당 1100원 수준을 적용하는 구조가 우유 자급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키로 했다.

음용유는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더 싼 값을 적용하되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유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하게 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205만톤 수준을 생산해 쿼터 내 201만톤은 리터당 1,100원, 쿼터 외는 리터당 100원을 농가가 수취하는 구조를 총 222만톤을 생산하되 리터당 1,100원을 적용하는 음용유로 187만톤, 리터당 900원을 적용하는 가공유로 31만톤, 리터당 100원을 적용하는 쿼터 외 4만톤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최대 5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지금까지 쿼터제와 생산비연동제가 유지돼 온 근본 원인은 낙농진흥회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판단,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진흥회의 이사회 구성을 현재 15명에서 23명을 늘리고 정부, 학계, 소비자, 변호사, 회계사 측 인원을 추가하는 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생산자 측이 반대하면 이사회 개의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사의 3분의 2 이상 참석'이라는 개의 조건을 삭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관련,  현재 학계, 소비자, 유업계 측은 정부안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생산자단체는 원유생산량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 쿼터 감축과 낙농가 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생산자율권 보장을 위해 생산자 중심의 전국단위 MMB(Milk Marketing Board: 생산자 대표조직이 모든 유업체와 가격 물량을 협상해 결정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제도 개편안에 역점을 둔 것이 농가소득감소 방지에 두었으며, 실제 조사결과 낙농가의 생산증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가공유의 구매가격은 음용유보다 낮아지지만 더 많은 물량을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되므로 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편과 관련해 생산자 단체 및 유업계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권역별 낙농가 현장 설명회, 소비자 및 유업계 간담회 등을 열 예정이다.

또 낙농가의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조사료 수입 쿼터 확대, 농가사료구매자금 및 시설현대화지원 확대, 낙농가의 분뇨처리지원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고, 유업체가 국산 가공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R&D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 ’22년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20∼30년 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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