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에 낙농가단체 반발
정부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에 낙농가단체 반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11.1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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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생산쿼터제 수급 문제 흡수 가능한 올바른 대안' 평가 속
"주체별 이익 상충하더라도 거부하지 말고 참여해야" 입모아

정부가 현행 원유가격 연동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시는 우유와 가공유 등 원유의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학계, 유업계는 소비자와 유업체의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 취지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나, 이해 당사자인 낙농가단체는 낙농산업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해 난항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오송컨벤션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농산업발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원유가격차등제 도입과 원유거래 방식 개편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농식품부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우유업체가 마시는 원유(음용유) 186만 8,000톤을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당 1,100원에 구매하고, 가공유 30만 7,000톤은 900원 수준에서 구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쿼터 내에서 단일 가격을 적용했던 음용유와 가공유를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면, 우유업체 평균 구매 단가는 낮아지는 대신 국내 생산 증가에 따른 자급률 제고로 낙농가 소득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정부는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에 대해 100∼200원/ℓ 지원한다. 그럴 경우 낙농가 소득(추정치)은 현행 1억 6187만원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후에는 1억  6358만원으로 오른다. 또한 생산 및 자급률 추정치도 현행 204만 9000톤, 48.5%(‘19년 기준)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시 221만 8000톤, 50.4%로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정부가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에 예산을 지원하면 유업체의 평균 구매단가가 현행 ℓ당 1062원에서 1039원으로 낮아져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자 연합과 유업체가 원유를 직거래하되 유업체가 원유 구매계획을 사전 신고하고 낙농진흥회가 전년 원유 사용실적, 수요 변화, 자급률 등을 고려해 승인 및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거래하는 개편방안도 제시했다.

원유가격을 결정하고 수급을 담당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체계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소비자·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이사회 개의 조건을 폐지하되 △의결 조건은 강화하고 △이사 선임 절차를 총회에서 이사회로 위임하며 △정관 제·개정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20년간 유제품 소비가 46.7% 증가하면서 수입량이 272.7% 늘었으나, 국내 원유 생산은 오히려 10.7% 감소해 자급률이 29.2%p 떨어졌다.”면서, “이러한 진행 상황을 볼 때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쿼터제와 연동제로 인해 원유가격이 수급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게 결정되어 상시적인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정부는 예산지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면서 “낙농진흥회 원유가격 결정 규정은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이익단체 위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소비자와 학계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6일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식품부가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공공기관형태로 재편해 ’22년 10월 용도별차등가격제(안)을 밀어붙이기식으로 도입하고, ’24년부터는 낙농진흥회 집유사업 폐지와 함께 생산자와 수요자간 자율 원유거래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낙농말살전략이라며 반박했다.

낙농육우협회는 "농식품부의 용도별차등가격제(안)는 현 음용유사용량 기준으로 낙농가의 쿼터를 16% 삭감하고 그만큼 줄어든 소득에 대해서는 원유 증산(삭감된 쿼터의 108%까지 800~900원 또는 100원 지급)을 통해 유지하라는 것이 골자"라며, "이는 규모확대에 따른 생산비 상승은 물론 환경문제로 생산기반을 확대할 수 없는 여건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특히 ’24년부터는 진흥회 집유사업을 전면폐지하고, 농가와 유업체간 자율 원유거래시스템으로 개편한다는 것에 대해 "지금도 유업체는 원유환산 70만톤의 유제품을 수입(’20년 기준)하는 상황에서 매년 음용유 사용량을 줄이고 수입량을 확대함으로써 쿼터삭감과 유제품 수입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원유가격 개선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부 김태경 민생경제정책관은 원유가격이 국민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결정이 중요하다.”면서, “농식품부가 수급상황을 반영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소비자현합 김천주 이사장은 “우유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에서 유통비가 문제”라고 지적했고, 소비자단체협의회 이정수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소비상황과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시장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정동영 상임이사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장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윤성식 교수는 “음용유 중심에서 가공유 제품으로 틀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 방안과 관련해 “제도가 합리적이라면 주체별로 다소 이익이 상충하더라도 거부하지 말고 참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정경수 교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쿼터제의 수급 문제를 일부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올바른 대안으로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생산자·수요자·소비자에게 어떤 이익과 손실이 있는지 조밀하게 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동국대학교 지인배 교수는 농식품부가 제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농가와 유업체도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하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유가공협회 이창범 회장은 “낙농산업 특성상 발생하는 계절편차 12만 1000톤에 대해 음용유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나, 시장 수요 변동시 음용유 물량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원유구입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제도 개선의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임근생 상무는 “가공유는 400~500원 정도에 공급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생산자는 생산비를 낮추고 정부는 예산을 늘리고 유업체는 자구책을 강구해 국산 유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제도가 시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정재연 상무는 “시장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국제질서에 맞게 편승할 수 있는 제도가 적용되면, 생산자·수요자·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다.”면서, “낙농진흥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활발한 의사 개진을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체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원유가격을 내리면서까지 낙농진흥회를 열지 못하게 파행시킨 사례가 없어 의사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정부의 낙농진흥회 개편 방안에 불만을 표했다. 더 나아가, "농가 손실을 전제로 하는 방안은 수용이 불가하고 낙농가 의견을 받아들여야 무리 없이 정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맹광렬 회장은 “정부가 낙농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면서, “농가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것은 쿼터가 문제가 아니라, 진입하려는 젊은 세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진낙농축협 이경용 조합장은 정부가 자급률을 51% 이상으로 설정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전체적인 틀을 만든 것에 공감”하며, “낙농산업에 비전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우유 사혁 상무는 “제도개선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농협경제지주 조재철 상무는 “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없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마련해 교육·홍보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낙농진흥회 최희종 회장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안)이 인상적이며 뜻깊다.”라고 밝히며, “이해당사자 협의를 통한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실무 추진단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2주 후에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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