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천연벌꿀에만 '등급' 표시...사양꿀과 구분
[특별기획] 천연벌꿀에만 '등급' 표시...사양꿀과 구분
  • 강영우 기자
  • 승인 2021.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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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탄소동위원소비(‰)로 표시...마이너스 숫자가 낮을수록 천연꿀
수분함량·당비율·HMF·향미·결함·색도 등 평가 1+, 1, 2 등 세 등급 판정
사양벌꿀은 꿀벌을 설탕 사양후 채밀 숙성시킨 것...꽃꿀과 영양소 차이
정확한 품질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 신뢰도 향상...벌꿀 소비 촉진 도모
축산물품질평가원, 2014년부터 등급제 시범사업 시행...법제화 추진

국내 양봉산업이 이상기후로 인한 벌꿀 생산량 감소와 수입 개방 등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천연꿀 생산량이 전년대비 51.9% 줄면서 양봉 농가의 평균 소득도 약 208만 원으로 2017년(2,692만 원)에 비해 92.3%나 감소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정 현상을 보였다. 양봉산업은 단순히 벌꿀이나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화분, 봉독 등 양봉산물의 경제적 가치를 뛰어 넘어 생태계를 유지 보존하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한 해 국내 꿀 생산액은 5620억 원(2019년 기준)이지만, 꿀벌의 화분수정 매개체로서의 가치는 꿀 생산액의 15배 수준에 달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여 종의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 이러한 양봉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019년 8월 28일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봉산업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봉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양봉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또 신뢰성 있는 통계시스템 구축은 물론 벌꿀 질병 및 병해충 관리, 밀원식물 확충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방안 모색과 함께 품질 등급 관리를 통한 제품 고급화로 수입산 꿀과의 차별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품질 등급을 받은 천연꿀 제품 

이의 일환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꿀의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꿀 등급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꿀 등급제는 소비자들에게 시판되는 꿀 제품의 정확한 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설탕을 원료로 만든 이른바 가짜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천연꿀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꿀 등급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벌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양질의 국산 꿀 제품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양봉산업 발전 풍토를 조성하고자 한다. 

꿀 등급제는 꿀의 생산과 소분 과정에서 품질에 영향을 주는 각 공정별 요인에 대한 관리 수준 및 꿀의 품질 수준을 검사해 평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따른 벌꿀류 규격 기준 및 잔류물질 검사에 합격하고, 탄소동위원소비가 –23.5‰ 이하인 꿀을 대상으로 수분함량, 당비율(Fructose/Glucose), HMF(Hydroxymethylfurfural), 향미, 결함, 색도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 1, 2 등 세 등급으로 판정한다. 

벌꿀의 등급 판정을 위한 실험 모습

등급 판정을 받은 꿀은 종류, 등급, 생산자, 품질검사기관 등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등급제를 통해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구분하고, 등급 꿀의 실시간 품질정보 확인, 등급별 차등가격 정산으로 등급판정 결과를 거래 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며, 본사업 시행을 위한 법제화를 준비 중이다.

꿀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천연꽃꿀? 사양벌꿀? 가짜꿀?

식품공전 상 벌꿀(Bee honey)은 꿀벌들이 꽃, 수액 등 자연물을 채집하여 벌집에 저장한 것을 채밀, 숙성시킨 것으로 정의된다. 벌꿀은 꽃꿀의 주성분인 설탕(Sucrose)이 꿀벌의 소화효소에 의해 과당과 포도당으로 전화된 전화당의 상태로 벌집에 저장된 것이다. 또한 벌이 꽃꿀을 찾아다니는 밀원식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서 색, 맛, 향기 등이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주 밀원은 아까시나무이며 그 외 밤, 유채, 싸리, 메밀, 들깨, 피나무, 감귤 등이다. 벌꿀은 제품에 보통 탄소동위원소비(‰)를 표시하고 있으며 식품공전에서는 벌꿀의 경우 –22.5‰ 이하로 정의하는데, 마이너스로 숫자가 낮을수록 천연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등급꿀의 경우 탄소동위원소비의 기준을 –23.5‰ 이하로 정의하고 있다.

사양벌꿀 제품 표시 사항
사양벌꿀 제품 표시 사항

사양벌꿀은 꿀벌을 설탕으로 사양한 후 채밀, 숙성시킨 것으로, 벌들이 열심히 꽃에 있는 꿀을 모아서 만든 것과 달리 벌에게 설탕물과 같은 다른 당분을 먹여 만든 꿀로서 사양벌꿀과 꽃꿀은 영양소의 차이가 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꽃이 없는 시기에 어느 정도 설탕을 줄 수 밖에 없는데 사양벌꿀은 개화 시기에 상관없이 생산이 가능하므로 가격도 저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통해 사양벌꿀 또는 사양벌집꿀 제품에 12포인트 이상의 활자로 ‘이 제품은 꿀벌을 기르는 과정에서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해 생산한 사양벌꿀입니다.’라는 표기 토록 의무화했다.

일반적으로 사양벌꿀을 가짜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액상과당이나 사탕무 설탕으로 꿀을 만들어 시중에서 천연벌꿀로 둔갑시켜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꿀의 진위여부는 육안으로는 판별하기 어렵고 성분분석을 통해서만 진위여부를 알 수 있는데 현재는 탄소동위원소비를 통해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벌꿀을 구입할 때는 천연꿀의 값이라고 할 수 있는 탄소동위원소비율을 확인하고 사양벌꿀은 사양벌꿀 표기가 정확하게 되어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꿀을 구매해야 하나?

등급꿀은 국내산 천연벌꿀을 대상으로 검사를 거쳐 품질을 구분하고 있으며 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는 등급판정 받은 꿀의 제품에 부착된 등급판정 스티커의 유통이력번호(홈페이지) 및 위·변조 방지 태그(모바일)를 통해 꿀의 생산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복사 및 위조했을 경우 스마트폰으로 위·변조 방지 태그에 의해 이력 확인 시 정품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위·변조 방지 태그를 찍으면 꿀제품의 생산이력과 정품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꿀제품 뚜껑에 부착된 등급 라벨 
등급꿀 제품 표시

따라서 벌꿀을 구매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탄소동위원소비의 값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천연벌꿀에만 부여하는 벌꿀 등급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축평원 경기지원, 소비자 안심 'G-Honey UP 프로젝트'

양봉산업은 벌꿀과 양봉산물을 생산해 농가의 경제적 가치와 꿀벌을 통한 화분매개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양봉산업에 대한 관심 증대로 양봉 사육 가구 수는 2008년 2만 219농가에서 2019년 2만 9,026농가로 43.6% 증가하였으며, 사육 군수 역시 같은 기간 154만군에서 274만군으로 77.9% 늘었다.

꿀벌의 생태계 유지·보전의 경제적·공익적 가치는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꿀벌의 화분 매개 가치는 2012년 기준 5조 5,670억원으로 벌꿀 생산액 4,039억원의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여종 농작물 중 71%가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벌꿀 생산량은 크게 변화(′17년 평년작 대비 ′20년 8%, ′21년 51.6%)하고 있으며  베트남 등 여러 나라와의 FTA 체결로 벌꿀 수입에 따른 관세율이 낮아져 외국산 벌꿀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양봉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행히 2019년 8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국내양봉산업을 지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밀원수 확대, 양봉산업의 통계체계 구축, 양봉산물의 품질향상 및 소비자의 신뢰도 향상, 벌꿀등급제 시행, 외국산 벌꿀과의 차별화 전략, 국가적 차원에서의 통합브랜드 육성 등의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양봉협회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활동과 국민의 큰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한 정부 정책 실현과 생태계 유지·보전과 벌꿀의 생산기반 확충을 통한 양봉산업 발전 위해 밀원수 심기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일부 지자체 및 생산자 단체에서는 헛개나무, 떼죽나무, 아로니아나무 등를 심어 지역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움직임도 보이며 수입개방에 따른 국산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에서는 꿀 등급제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산 벌꿀 수입 개방에 대한 국내산 벌꿀의 품질 경쟁력 향상으로 생산농가를 보호, 천연꿀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제시, 등급별 가격 차별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투명한 유통시장 정착, 소비자의 신뢰도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꿀은 사양방법, 꽃의 종류, 등급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인증기관도 많아 벌꿀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 시키고 있다. 꿀에 대한 표시정보를 규격화하고 인증기관도 일원화하여 소비자의 혼돈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벌꿀 등급제의 활성화를 통해 꿀의 종류, 등급, 생산자 정보를 명확히 기재하여 꿀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유도해야 하겠다. 더 나아가 벌꿀 유통시장의 투명성도 확보할수 있을 것이다.

양봉산업에 대한 법률 마련과 벌꿀 등급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지만 국내산 벌꿀의 소비자 인식에 대한 문제는 미래의 양봉산업 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 하고 있다. 2019년 7월 축산물품질평가원과 소비자교육중앙회에서 진행한 벌꿀 관련 소비자인식 설문조사에서는 사양꿀의 천연꿀로 둔갑판매 52.6%, 꿀 관련 소비자 정보 부족 51.4%, 믿을 수 있는 품질마크 없음 45.2% 등 국내산 벌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축평원 경기지원에서는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자체·생산자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양봉농장에 소비자들을 초청하여 천연꿀 생산 방법, 천연꿀과 사양꿀 구분방법, 벌꿀 등급제 설명과 양봉산물 채취 체험 교육을 진행 하고 있으며 동영상컨텐츠를 제작하여 국민들의 올바른 꿀 구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벌꿀농장 체험교육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벌꿀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동영상컨텐츠 조회수는 22만명이 넘을 정도로 벌꿀 정보 전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양봉산업에서의 생산, 유통, 소비단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축평원에서는 벌꿀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벌꿀 등급제의 활성화를 위한 붐업이 필요한 시점에서 축평원 경기지원에서는 ‘소비자 안심! 「G-Honey Up」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양봉농장 체험활동, 동영상컨텐츠 제작과 밀원수 식재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양봉산업발전을 위한 다른 활동들도 기획하고 있다.

벌꿀 생산량 감소, 수입 개방, 소비자 불신 등 양봉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벌꿀 등급제를 활성화 시키고 관련 업계, 생산자 단체, 관련기관,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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