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vs 낙농가, '원유가격 연동제' 놓고 격돌
유업계 vs 낙농가, '원유가격 연동제' 놓고 격돌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7.0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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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우유소비 감소 불구 생산비보다 높은 수취가격으로 산업 붕괴 우려"
낙농가, "유업체 중심 논의구조 개선 전제 합리적 대안 수용 가능" 의사 밝혀
원유생산자와 유가공업계가 '원유가격 연동제'를 중심으로한 낙농제도 개선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행 원유가격 및 거래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낙농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외치는 유가공업계와 이를 존속시키려는 낙농생산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회장 이창범)는 6일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은 저출산, 대체음료 소비 증가, FTA 확대로 인한 저가 유제품 수입급증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국산 유제품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나 원유생산비 연동제 등 낙농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낙농제도로 인해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정부의 책임 있는 제도개선 조치와 이를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농가들의 원유 수취가격(‵20년 기준 1,083원/ℓ)은 생산비(자가 노임+자기자본토지비용)보다 리터당 274원이 높아 미국의 393원, 뉴질랜드 433원, 일본 1,027원 등 낙농 선진국들에 비해 최대 3배에 달하며,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원유기본가격은 해마다 상승해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가들의 젖소 마리당 연간 순수익은 266만원으로, 하루에 1톤을 납유하는 농가가 50마리를 사육한다고 할 때 연간 순수익이 1억 원을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유가공 회사들은 농가가 지불해야 할 우유 운송비(리터당 26원)까지 추가로 지불하고 있지만 우유 소비는 해마다 감소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으로 시설투자는 차치하고 탈유가공으로 생존을 모색해 나가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유가공업계는 △원유 생산비와 원유 수취가격의 차이(리터당 274원) 제거 △원유기본가격 생산비 연동제 개선 △유지율 3.5% 환산 유량 기준으로 우유생산비 조정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낙농제도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유가공업계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유기본가격 생산비 연동제 전면부인과 원유기본가격 동결 △매년 우유공급계약량 10%씩 감축 △쿼터 양도양수귀속률 20%로 상향 조정 및 매년 10%씩 추가 상향을 결의했다.

유가공협회 오경환 전무는 “낙농생산자 대표들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낙농제도개선소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지금까지 논의해온 제도개선 대책을 전면 부정하고 이에 대한 공개토론회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낙농제도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낙농제도개선만이 낙농가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임을 명심하고 논의의 장으로 조속히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가공업계의 요구에 낙농가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7일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생산자를 공개적으로 겁박했다”고 반발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생산자들이 유업체 중심(유업체 손실보전→원유가격 인하)의 논의구조 개선을 전제로 합리적 대안이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의사를 농식품부에 전달한 와중에 유가공협회가 느닷없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전직 낙농진흥회장이자 농식품부 관료 출신인 현 유가공협회장이 ‘전관예우’를 활용해 유가공업체의 이득을 취하겠다는 모략이다”며 맹비난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유업체는 구체적 자료제시 없이 흰우유 적자만을 내세우는가 하면 일부 소규모업체의 적자 상황을 전체 유업계가 직면한 상황인 것처럼 포장하고, 그간 일방적 농가계약량 삭감을 단행해오면서 마치 농가를 위해 고통을 감내해 온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낙농육우협회는 또 “목장의 실질생산비를 반영하지 못하는 우유생산비(통계청)와 기업의 손익(모든 제비용 반영)을 단순 비교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상원유가격을 받을 수 있는 낙농가 계약량 삭감(4∼15%), 사료값 폭등(올해만 약 15%), 정부 정책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와 부채증가 등 낙농현장은 이미 폭발 직전이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낙농과 유가공업은 같은 배를 탄 동지이자 공생관계인데도 원유가격이란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한치 양보 없이 마치 원수처럼 싸우는 꼴이 볼썽사납다"면서 "글로벌 경쟁시대 우물안 개구리처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다툴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시적 안목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상호 이해하고 양보하며 배려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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