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나물이야기_브로콜리 김치·장아찌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나물이야기_브로콜리 김치·장아찌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10.0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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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배 역사 짧지만 생산량의 80%가 제주산...감귤 대체작물로 심기 시작
각종 영양 풍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슈퍼푸드...친환경 무상급식 제공
한라산표식품, 버리던 이파리로 브로콜리 김치·장아찌 개발 상품화 가능성 열어
제주농기원, 연중 재배 가능한 '탐라그린' '뉴탐라그린' 국산 브로콜리 품종 개발
다양한 조리법과 분말·진액제품 외 비타민제·고추장·볶음장 등에 첨가 변신 가도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제주는 전국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작된 곳이다. 그보다 앞서 전국 최초로 ‘친환경 학교급식’을 시작한 곳도 제주였다.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도 의회나 도청 주도가 아니었다. 제주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주민발의’로 조례안을 내고 통과시켰다. 제주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된 이듬해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놓고 한창 논란을 빚고, 주민투표에 부쳐지고 또 그것이 무산되면서 시장이 물러나는 등의 진통을 겪었으니 당시 제주 시민사회가 얼마나 진취적이었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때의 주역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재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아이도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작은 아이는 작년까지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어린이집 역시 친환경 무상급식의 혜택을 봤다.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게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는 것이어서 지역 경제면에서도, 생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이들 점심 식단을 살펴보면 계절별로 제주에서 나는 농산물들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가 있다. 제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유통경로가 짧고 그만큼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 농민들은 제값도 받고 아이들이 다니는 교육기관들은 저렴하게 농산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보통 당근이나 시금치 무 파 감귤 등은 이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그리고 그 중에 브로콜리도 있다.

브로콜리(출처_산해식품 홍보사진)

브로콜리는 그리 익숙한 채소는 아니었다. 평생 입맛이 결정된다는 어릴 때는 아예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브로콜리 재배 역사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곽정호 박사 논문에 의하면 '1952년에 De cicco 등이 도입되어 소개됐으나 시험 재배 수준이었으며 군납용으로 일부가 재배됐다. 1980년대 초부터 일부 농가에서 재배가 시작됐으며, 그 면적은 미미했다. 생산품이 일부 호텔의 서구식 레스토랑에 납품됐다. 1990년대에 강원도 고랭지 재배가 시작됐으며, 2000년대에 제주도와 충북 등으로 확산됐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의 브로콜리 재배역사는 매우 짧다.’(문서현 기자, 디톡스 효과…자연의 품격 '브로콜리'. 제주도민일보 2018.12.6.)

그런데 그 짧은 재배 역사를 지나 현재 제주도가 우리나라 브로콜리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8년 기준 브로콜리 전체 재배면적은 1642ha로 이중 제주도가 재배면적으로는 전국 대비 85%, 생산량으로는 80%를 차지한다. 수지가 안 맞는 감귤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대체작물로 브로콜리를 심기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이 추세가 된 것이다.

브로콜리를 이야기할 때 꼭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2002년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라는 사실 말이다. 귀리, 블루베리, 녹차, 마늘, 연어, 아몬드, 적포도주, 시금치, 토마토와 함께 브로콜리가 뽑혔다.

‘브로콜리의 베타카로틴, 제아잔틴, 카로티노이드 및 비타민 A, B, C, E 성분은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유명하며 특히 비타민 C는 레몬의 2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또한 카로틴과 철분 함유량은 양배추보다도 높고, 특히 항균 및 항암 효과가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류의 물질이 풍부하다. 브로콜리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K, 칼슘, 마그네슘, 아연 및 인 성분은 뼈와 치아를 유지에 도움을 주며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칼륨은 혈관 확장제 역할을 해 정맥과 혈관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혈류 및 산소 공급을 증가시키며 마그네슘과 칼슘은 혈압 조절과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 피부 건강적으로도 알칼리성 채소인 브로콜리는 신체의 pH를 조절하고 활성산소 제거 효능과 가려움증이나 습진과 같은 독소 관련 피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같은 글 인용)

브로콜리를 먹는 방법은 재배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다양하게 발달한 편은 아니다. 보통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거나 한다. 하지만 최근 브로콜리 이파리를 활용한 브로콜리 김치와 장아찌가 상품화돼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브로콜리김치와 브로콜리장아찌(출처_한라산표식품)

보통 우리가 먹는 브로콜리는 꽃 부분이어서 많은 이파리들은 그냥 버려졌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를 상품화한 농업회사법인 한라산표식품의 설명에 따르면 섬유질이 풍부한 브로콜리 김치는 쉽게 숨이 죽거나 흐물거리지 않고 오랜시간 푸른 빛과 신선한 식감을 유지해 새롭고 신선한 맛의 김치를 선보이고 싶을 때 브로콜리 김치가 딱이란다.

또 브로콜리 장아찌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특유의 아삭함과 상큼함으로 입안이 개운해지고 새콤달콤한 맛은 아이들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업체는 설명을 덧붙였다.

브로콜리는 재배나 보관이 좀 까다로운 편이다. 초반에 외국에서 들여온 종자가 제주의 토질이나 재배 환경과 맞지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재배시기도 주로 12월~5월로 한정돼 있어 이를 장기 보관하는 것도 문제였다.

브로콜리밭(출처_산해식품 홍보사진)

그래서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연중 재배가 가능한 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2015년 ‘탐라그린’ 2017년 ‘뉴탐라그린’이라는 국산 브로콜리 품종을 개발해 외국산 종자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중이다. 이 밖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예냉 및 저온저장 기술 개발 등 브로콜리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브로콜리를 우리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브로콜리를 다양하게 활용한 것도 이제 겨우 시작단계다. 아이들 식단을 보면 브로콜리무침 브로콜리볶음 브로콜리숙회 등이 자주 나온다. 시중의 상품으로는 분말이나 진액이 개발되고 비타민제에 가미돼 나오기도 하며 고추장이나 볶음장에 첨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늘 진취적인 기운이 넘쳤던 제주에서 앞으로 제주 브로콜리를 어떻게 더 변신시켜 나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브로콜리를 발견하고 “브로콜리, 네가 왜 거기서 나와?”하고 놀랄 수도 있지 않을까?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유명 인디밴드는 자기네 이름을 이렇게 지은바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 제주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자산들은 아직 많다. 브로콜리 너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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