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나물이야기_유채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나물이야기_유채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8.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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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품종 도입후 샐러드용 기름 수요 대비 제주에 증산 재배 시작
겨울 한복판 1월경 여린잎 잘라 나물이나 김치로 무쳐 먹는 '지름나물'
농진청 '탐라유채' '탐미유채' 품종 기능성 강화 식용유 개발 기술이전
유채나물 백반정식엔 노란 꽃망울나물까지... 육지인의 '신기한 경험'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미지가 노란 유채꽃밭이다. 사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밭.(사진=류양희)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있다. 만년설을 연상시키는 눈 덮인 한라산과 그 아래 노란 감귤밭, 이국적 풍경의 에메랄드빛 제주해변, 푸른 초원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 등이다. 그러고보니 흔하디흔한 달력 그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렇다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노란 유채꽃밭이겠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기 이전엔 신혼여행지로 제주도가 각광받았고 제주 신혼여행을 오면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은 필수 코스였다. 그러니 제주의 유채꽃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추억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것이다.

봄이 되면 육지에서도 이곳저곳 유채꽃밭이 조성돼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그래도 여전히 유채꽃하면 제주도다. 제주에 살아도 언제나 봄 유채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지난봄에도 여전히 제주에선 유채꽃이 피었다. 하지만 봄을 그리워하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유채꽃밭은 곧 갈아엎어졌다. 전염병으로 인한 비극적인 봄풍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유채꽃의 최후를 공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유채꽃의 전성기만 보았지 유채꽃이 진 다음의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지난봄,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유채꽃밭은 곧 갈아엎어졌다. (출처_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처)<br>
코로나19로 인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지난봄,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유채꽃밭은 곧 갈아엎어졌다. (출처_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처)

그렇다면 그 많은 유채꽃은 꽃이 진 다음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그냥 버려진다. 똑같이 갈아엎는다. 지난봄에는 조금 그 시기가 빨랐을 뿐이다. 농촌진흥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채 총 재배면적은 3370㏊에 달하지만 이중 경관용 재배가 3020㏊였다. 그러니 경관용의 쓰임이 다 되면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카놀라유’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유채가 다 카놀라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유채씨에는 독성물질인 에루스산(erucic acid)과 갑상선비대증을 일으키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가 들어있다. 이러한 유채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78년 캐나다 정부에서 품종개량을 통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에루스산을 줄인 LEAR(low erucic acid rapeseed)라는 신품종을 개발하여 카놀라(Canadian low erucic acid, low glucosinolat rapeseed, canola)라는 명칭을 붙였으며, 여기서 추출한 기름을 '카놀라유'라 하였다.’(두산백과)

그럼 제주의 유채를 카놀라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채로 심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또 채산성이나 제반 시설 등 생산여건 등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서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채재배가 시작된 것은 1956년 일본에서 유채 우량품종을 도입하여 증식한 것이 효시이다. 처음 자가소비용으로 재배하다가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샐러드용 기름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적극적인 증산시책을 추진하면서 제주에서도 재배가 시작되었다. (중략) 1990년에는 완전자급을 달성하였으나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값싼 원료의 수입으로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재배면적이 급감하여 겨우 관광목적으로 유지되는 수준이다.(중략) 제주지역 유채 품종은 1965년까지는 제주재래종을 재배하였고 1966년에 품종을 도입 재배하게 되었다. 1980년 제주지역 유채는 8,150ha에 이르며 감귤과 함께 제주지역을 대표하는 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다. 콩과 함께 많이 소비되었던 유지작물로, 식용유 생산과 함께 양봉농가의 꿀을 생산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이성돈, 제주 특용작물 재배의 역사. 헤드라인제주 2020.06.04.)

유채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50~60년대이겠으나 그 이전에 유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유채는 제주에서 자생했다. 그리고 유채를 오랫동안 식용해왔다. 그리고 지금의 카놀라유는 아니지만 전통 방식의 유채기름을 사용해온 것도 오래됐다. 제주에서는 그래서 유채를 ‘지름(기름)나물’이라 불렀다. 이는 유채로 나물도 만들었고 기름도 짜서 썼다는 이야기다.

유채나물(출처_투데이푸드 업체 홍보사진)

‘유채는...(중략) 지름나물이라고 불렀고 이는 식용나물로 이용했다는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유채라는 작물은 1월 경 겨울의 한복판에 여린 잎이 솟아 올라오면 이 잎을 잘라 나물로 먹고 그 이후에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고 종자를 뱉어낸다는 것이다. 그냥 두어도 꽃대가 올라오고 여린잎을 잘라버려도 꽃대가 올라오니 이를 안 먹을 이유가 있겠는가? 더구나 우영밭의 나물이(배추) 눈을 맞아 억세어진 시기에 나물이 귀해 톳이나 모자반을 나물처럼 먹어야 했던 상황에서 부드러운 지름나물은 그 가치가 클 수밖에 없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으며 특히 나물로도 무쳐먹지만 신선한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고마운 재료라 아니 할 수 없겠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 배추를 솎아 먹듯이 유채도 잎을 솎아 먹는다는 사실은 유채 산지인 제주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이를 말해 주면 신기해한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유채꽃을 식용으로 이용했다는 증언도 확인된다. 생식으로 또는 튀김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요즘 식용꽃이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볼 때 이를 냉동 보관하여 식용꽃으로의 산업화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양용진의 제주음식이야기, 제주의소리 2010.04.16.)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유채의 산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미 ‘탐미유채’ ‘탐라유채’ 품종을 개발한 바 있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엔 기능성 성분이 강화된 고급 식용유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산업체에 기술이전까지 한 바 있다. 당시 농진청의 추산에 따르면 경관용 유채 1㏊를 자원 순환할 경우 경관직불금 170만원, 유채기름 생산 280만원, 유채박 50만원, 바이오디젤 10만원 등 총 510만원의 농가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앞으로 제주의 유채의 활용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채나물을 백반정식의 반찬으로 먹어본 적이 있다. 심지어 노란 꽃망울까지 양념에 무쳐져 올라와있었다. 보통은 꽃망울이 지기 이전에 잎으로 나물을 만들지만 꽃망울 질 때까지도 나물로 만들기도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 같은 대사증후군 예방에 좋다며 함께 식사한 이들이 강력히 권하긴 하는데, 꽃이 눈으로 보긴 좋아도 그것을 먹으려니 거부감이 살짝 들었다. 흡사 ‘금붕어 매운탕’을 먹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주 어릴때는 길거리에서 사루비아꽃도 따서 먹어보기도 했고 아카시아꽃도 자주 먹어봤다. 밭길을 걸을 땐 무꽃이나 배추꽃도 따서 먹어봤다. 유채는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교잡종이다. 무꽃이나 배추꽃 먹었을 때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래부터 먹던 것을 꽃이 예뻐 경관용으로 용도를 확장한 것인데 이것을 알리없는 육지 것이 이제와 유채나물을 먹어보려하니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어쩔수 없는 외지인이라는 방증이겠다.

상술한 바와 같이 유채꽃은 보암직한 꽃이기도 하지만 먹음직도 한 꽃이다. 그리고 화석에너지의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 인류를 자원순환으로 지혜롭게 인도할 만한 탐스러운 꽃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아야 제주 유채꽃을 제대로 보는 것이겠다.

제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제주여행에 나선다면 우선 유채꽃을 눈에 한가득 담고, 유채나물로 입맛을 돋우고, 유채꿀로 절정의 맛을 음미하고, 향기로운 유채꽃차로 입맛을 정리하면 어떨까... 아마도 유채꽃의 발단-전개-절정-결말을 다 경험해보는 색다른 시간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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