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접어둔 제주바다이야기..."부채새우를 아시나요?"
[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접어둔 제주바다이야기..."부채새우를 아시나요?"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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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랍스터 맛 해산물...5~6월이 제철
중국 요리에 사용되는 갈래곰보·고장초도 생소한 해초류
우뭇가사리에 섞어 한천 만드는 꼬시래기는 무쳐먹기도
식용불가 괭생이모자반·구멍갈파래 해조류로 바다 몸살

아직도 우리는 우주를 다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사실은 우리가 우주를 다알지 못하는 만큼이나 바다도 다알지 못한다. 바다는 지구의 70%를 차지한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대해 적어도 70%는 아직 다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물고기 이야기에 이어 해산물 이야기를 꽤 오랜 기간에 걸쳐 다뤄보았다. 감히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같은 글을 써보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제주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늘어만 갔다.

딱새우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서귀포 쪽에 부채새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머리가 꼭 부채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보면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이 살짝 위압감마저 준다. 랍스터 맛이 난다는 부채새우의 제철은 수온이 따뜻해지는 5~6월 사이인데 지금껏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고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긴한데 아직 제주 사람들도 부채새우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부채새우는 머리가 꼭 부채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보면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이 살짝 위압감마저 주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랍스터 맛이 난다고 입소문이 났다. (출처_어부의바다 업체홍보사진)

그래서 이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해 어느 정도 글을 이어갈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하질 않았다. 직접 접해본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험담이 많을 수 없었고 당연히 정보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껏 억지로 써봤자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검색 가능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한계가 느껴졌다. 도감이나 백과사전 쓰는 것도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억지로 쓰기보다는 그 정도는 제주 바다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이주민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이 훨씬 솔직해보였다.

해초비빔밥이나 해초샐러드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중국요리에 고명으로 이용되는
갈래곰보나 고장초 이야기도 못다 한 이야기로 남겨둔다.

해초들을 소개하면서 요즘 해초비빔밥이나 해초샐러드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중국 요리에 고명으로 이용되는 갈래곰보나 고장초에 대한 이야기도 미처 하지 못했다. 중국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가 넷 달린 것은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제주 사람들이 바다에서 얻어지는 자원을 대하는 모습은 이에 견줄 수 있다하겠다. 육지 사람들에겐 생소하기까지 한 이러한 해초들은 제주에서 오랫동안 식재료로 활용이 되었던 것들인데 이제와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니 제주 사람들로서는 새삼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해초들에 대한 정보는 아직도 많지 않다.

갈래곰보는 닭 벼슬을 닮았다. 하지만 어떤 정형화된 모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는 도사까노리(とさかのり,鷄冠菜)라는 식재료가 있다. 보통 회 접시의 데코레이션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닭벼슬을 닮은 해초다. 그렇다면 도사까노리는 갈래곰보를 뜻해야 한다. 하지만 도사까노리는 일부에서는 갈래곰보를 뜻한다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갈래곰보가 아니라 고장초를 뜻한다고 한다.

육안으로 보기엔 갈래곰보가 더 닭벼슬을 닮아보이고 고장초는 갈래곰보에 비해서 잎이 얇아보이긴 한데 둘 다 적색과 녹색을 똑같이 띠고 있어 이 둘의 구분이 쉽지만은 않다. 다만 회 접시 데코레이션에 쓰이는 것이라면 갈래곰보보다는 고장초가 맞을 듯 싶다. 하지만 고장초에 대한 정보도 그리 많지가 않다.

보통 육지에서 벼목에 속하는 줄풀을 고장초라고도 부르니 이에 대한 정보는 더욱 혼동이 된다. 그동안 얼마만큼이나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었는 지를 대변해주는 정보의 부재 상황이다. 다만 이 둘을 해초모듬 등으로 판매하고 있어 접근성은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진 편이긴 하다.

꼬시래기에 대한 언급도 하지 못했다. 지난번 우뭇가사리를 소개할 때 꼬시래기도 함께 소개해야 했다. 꼬시래기는 우뭇가사리와 섞어 한천을 만드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나중에 알았기에 뒤늦게 별도로 소개하기엔 이야기 거리가 많진 않았다. 다만 꼬시래기는 삶아놓으면 면발처럼 보여 무침 등으로 활용된다.

제주 바다는 근래들어 괭생이모자반이나 구멍갈파래 같은 식용불가능한 해조류들이 바다를 뒤덮는등 여러 가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괭생이모자반 제거 작업 모습(출처_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꼬시래기는 우뭇가사리와 섞어 한천을 만들거나 삶아놓으면 면발처럼 보여 무침 등으로 활용이 된다.(출처_웅이보따리 업체홍보사진)

이렇게 제주 바다 먹거리 이야기들을 좀 더 쓸 수는 있겠으나 이쯤에서 실력이 들통나기 전에 마무리하려한다. 제주 사람도 다 알지 못하는 제주 바다 먹거리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이주민 주제에 애초부터 어림없는 수작이었다.

제주 바다는 근래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이나 구멍갈파래 같은 식용불가능한 해조류들이 바다를 뒤덮는다. 하필이면 괭생이모자반이 한참 뒤덮을 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도 서빈백사에서 아이들과 놀았는데 괭생이모자반이 내뿜는 하수구 수챗구멍에서나 날 법한 악취에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괭생이모자반 수거작업(출처_제주특별자치도청)

구멍갈파래도 비슷하다. 가장 심한 곳은 성산일출봉 근처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곳에 구멍갈파래가 잔뜩 썩어가는 냄새는 도저히 견디기가 어렵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제주 바닷속은 사막화가 진행되어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럼에도 해변의 백사장은 모래 유실로 골치라는 것이다. 점점 심각하게 앓고 있는 제주바다에는 또 해파리로 혼동하게끔 만드는 아주 불쾌한 느낌의 점액질 덩어리인 살파(Salpa)류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러한 변화들의 원인에 대한 분석들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늘 부분적인 추정이 대부분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는 제주의 바다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바다를 그동안 너무 함부로 대해왔다. 그리고 그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제주 바다의 이러한 변화들이 앞으로 제주에 어떤 영향을 몰고 올지 미처 짐작조차 못할 지경이어서 더 걱정이다.

다 알 수 없기에 늘 대자연 앞에 겸손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그 교훈을 따라 제주의 바다가 들려준 먹거리 이야기도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인간의 탐욕이 청정 제주바다를 아프게 했다. 제주 바다를 더 잘 소개하려는 글 욕심도 이 쯤에서 내려놓는게 마땅한 듯 싶다.

(다음 편부터는 제주 나물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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