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 이야기_감태(2)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 이야기_감태(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6.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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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 비슷한 초록색 녹조류 '가시파래'와는 확연히 달라
떫은 맛은 탄닌 계열 폴리페놀 성분 '플로로타닌' 때문
항산화 항염 항고혈압 항당뇨 미백 탈모 예방 등 효과 주목
식품연구원, '수면의 질 개선 도움' 건강기능성 개별인정 받아

다시마는 한류(寒流)에서 산다. 그래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도 주로 북쪽에서 산다. 제주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남쪽 바다라는 점에서 제주 앞바다에 다시마가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물론 다시마를 남해안에서 대량 양식을 하긴한다. 제주에서도 남방 다시마로 양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복 양식 등에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서 소량에 한할 뿐 제주에서 본격적인 다시마 양식을 하지 않는다. 물이 너무 따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감태도 다시마목 미역과에 속해 있긴 하다. 하지만 감태는 다시마와는 달리 따뜻한 남해안과 제주도에 분포한다.

여기서 감태라고 하면 김과 비슷하기도 하고 머리털 같이 생기기도 한 초록색 녹조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직까지 ‘감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용어의 혼동을 막기 위해 그것은 ‘가시파래’로 용어가 정리되었고, 굳이 아직도 감태라는 이름을 쓰는 이들 사이에서 ‘가시감태’로 불리기도 한다.

일부에서 '가시파래'를 감태로 부르기도 하지만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출처-마녀바스켓, 서산 감태 홍보사진)

‘감태’는 이와 달라서 갈조류다. 갈색이 두드러지고 이것을 말리면 검은색을 띤다. 그리고 넓은 잎이 가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질기다. 가시감태는 간조시에 수면 위로 노출되는 조간대에서 살지만 감태는 간조시에도 물속인 조하대에서 주로 산다.

감태는 사람이 물속에서 직접 채취하는 게 금지돼있다. 감태가 전복이나 소라 등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물고기들의 산란 장소가 되기도 해 바다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태 안에는 탄닌 계열의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떫은맛이 나기 때문에 식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바로 이 폴리페놀 성분으로 이젠 감태가 주목받게 되었다.

‘감태는 떫은 맛이 강해 직접 식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 떫은 맛을 내는 플로로타닌이라고 하는 폴리페놀계 성분이 항산화, 항염, 항고혈압, 항당뇨, 미백, 탈모 예방 등 여러 방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의 발표에 따르면 수면 유도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후코이단도 함유하고 있어 의약 및 화장품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국립생물자원관 조가연 연구관, 우리땅,우리생물-감태 ,세계일보)

한국식품연구원(KFRI)도 감태추출물이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발견했고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를 개별 인정 받은바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지속적인 연구 끝에 2019년에는 민간 기업에 관련 기술들을 이전해 주기도 했다. 감태 추출물은 수면제 부작용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잠 못드는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개발한 건강기능식품(출처-휴럼 업체 홍보사진)

이런저런 효능이 알려지면서도 여전히 감태는 직접 채취가 금지돼있어 바다 속에서 숲을 이룰 정도로 풍성해졌다. 그런 감태는 파도나 해풍에 해변으로 밀려나오게 되는데 이를 ‘풍태’라고 구분지어 부르기도 한다. 보통 늦여름 제주, 특히 서귀포 쪽 해변은 어마어마한 양의 풍태가 해변에 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때서야 감태를 거둬들이는데 이것이 어민들의 짭짤한 부수입원이 되는 것이다. 어민들의 손으로 거둬진 감태는 감태환도 되고 감태차도 되고 각종 건강기능식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샴푸도 된다.

제주 감태차

제주에 옥색을 띠는 맑은 바다만을 떠올리고 왔다가 너무 많은 각종 해초들이 해변에 밀려나와있어 불쾌한 느낌이 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바다의 일부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바다가 주는 선물일 수 있다. 감태처럼 말이다.

감태는 바다도 살리고 이젠 사람도 살린다. 그리고 제주 바다를 생업으로 두고 있는 많은 이들도 살린다. 바다에 널려있는 감태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꼭 바다가 감태를 불쑥 내밀면서 무뚝뚝하게 이러는 것 같다 “오다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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