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꿩대신 닭④_꿩·닭 백숙 맛있는 집
[류양희의 수다 in Jeju] 꿩대신 닭④_꿩·닭 백숙 맛있는 집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5.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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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꿩대신 닭’이야기 중에 샤부샤부를 소개하면서 백숙을 잠깐 언급하긴 했으나 좀더 이야기거리가 남았다.

꿩백숙은 주로 북한의 전통음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꼭 북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라이드치킨이 우리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닭요리는 백숙처럼 삶고 끓이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당연히 꿩도 그러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정해볼 수 있다.

꿩이 특히 많았던 제주에도 꿩백숙이 있다. 다만 요즘은 식당메뉴판에서 구경하기는 어렵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꿩백숙 한마리에 약 4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메뉴판에 있기도 했다한다. 문제는 가성비(價性比)였다. 꿩백숙이나 닭백숙을 제대로 먹으려면 둘다 가격대가 비슷해야 했지만 점심 한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 7000~8000원 내외인데 반해 꿩백숙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아무리 비싸도 삼계탕 한그릇에 1만2000원을 넘지 않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꿩을 그 가격에 내놓기엔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그러니 손님들은 정말 꿩대신 닭을 찾았던 것이다. 꿩요리 전문점들도 꿩코스요리 외에 사이드 메뉴로 닭백숙을 내놓고 있다. 닭백숙은 꿩코스요리의 일부로 흡수되던가 아니면 이제는 꿩탕으로 살짝 방향을 바꾼 것이 대부분이다.

닭백숙과 삼계탕은 제주 곳곳에 있다. 두 메뉴의 구분은 이젠 별 의미가 없다. 닭백숙이라고 해도 웬만하면 인삼 한뿌리는 대부분 들어가있다. 삼계탕이 주로 어린닭을 쓰고 닭백숙은 큰 닭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영계백숙이 있으니 그 구분도 무의미하다.

워낙 제주에 삼계탕집이나 백숙을 파는 식당이 많으니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가본 곳으로 제주시에는 ‘오일삼삼’이라는 식당이 있다. 왜 식당이름이 오일삼삼인지 정확하게 물어보지는 못했는데 식당간판에 적힌 전화번호 뒷번호가 ‘5133’인 것을 보고 대충 짐작했다.

이 식당은 본래 삼계탕보다 영양탕으로 더 유명하다. 이 식당을 아는 이들은 그래서 안좋은(?) 추억이 있는 모양이다. 어릴적 아버지들이 삼계탕 먹으러 가자고 꼬드겨 따라나섰다가 결국 영양탕을 삼계탕으로 속아 맛있게 먹고 돌아왔던 기억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일삼삼’에서 삼계탕을 먹고 왔다고하니 자기네들끼리 묘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정말 진짜 삼계탕먹고 온게 맞냐?’며 농섞인 반문을 한다.

오일삼삼은 식당이 깔끔하거나 세련된 곳은 아니다. 구옥형태 식당이다. 그래서 주로 도민들끼리 가는 식당이었다가 이 집에서 삼계탕을 먹은 여행객들이 하나둘 개인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서 외지인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졌다. 입맛 까다로운 필자의 장모님도 제주에 오시면 꼭 이 삼계탕 집을 말씀하시니 그걸로 맛보증은 충분하리라.

표선 솔누리 가든의
표선 솔누리 가든의 삼계탕, 검은빛이 두드러진다

표선 쪽에는 번영로 가까이 세계술박물관 인근에 '솔누리가든'이 있다. -성읍민속마을도 멀지않은 곳에 있다- 이 집의 토종삼계탕은 검은빛이 두드러진다. 주인 남편은 제주사람이고 부인은 육지사람이다. 제주에 남편따라 내려와 식당을 처음 열었을때는 제주 사람 입맛을 맞추는게 자신없어 주방을 현지인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식당이 아닌 것 같고, 자꾸 소외되는 느낌도 있는데다가 외로움도 커져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일이 많아졌단다. 그래서 스스로만의 비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과 연구 끝에 삼계탕에 흑미와 검은깨를 넣어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삼계탕의 우열을 가리는게 무의미하지만 이 집은 참 맛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표선의 '장수고을'도 닭백숙이나 삼계탕에 있어서는 어느집 못지 않다. 지난번에 소개한 적도 있지만 이 집은 채소반찬 중심의 토속 상차림 정식을 맛볼수 있어서 더 좋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제주의 나물요리나 밑반찬들을 맛볼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주인 부부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다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그래서 아는 이들은 식당가기 30분전에 꼭 미리 전화연락을 해놓는다. 30분전 예약필수!

표선엔 '고금장뇌삼계탕'집도 있다. 솔누리가든이나 장수고을보다는 한참 후발주자인데 고금장뇌삼계탕집은 점심 시간엔 자리가 없다. 이 집은 삼계탕에 장뇌삼이 들어간다는 걸로 차별화했는데, 필자가 삼까지 구별해가며 삼계탕을 즐길 줄 아는 절대 미각이 없다는게 유감이다. 다만 절대미각이 아니어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닌가. 이 곳은 순두부 돌솥밥으로도 유명해 점심시간엔 순두부 찾는 이가 더 많다.

제주사람들이, 특히나 서귀포쪽 사람들이 너나없이 최고로 치는 백숙은 '속골 백숙'이다. 서귀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중간쯤 서호동에는 속골 계곡이 바다와 이어져있다. 이 유원지에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속골계절음식점이 있다. 마을 청년회 중심으로 운영한다는데 이젠 정식으로 허가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백숙을 아직 직접 먹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여름 한 철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닭살코기 한점 뚝 베어 물면 무릉도원이 뭐 별건가 싶더라는 경험담들이 넘쳐난다. 이번 여름엔 꼭 가보리라 생각하는데 워낙 유명해 자리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란다.

꿩대신 닭 이야기를 백숙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려는데 꿩엿과 닭엿, 꿩만두와 닭만두가 남아 도저히 끝을 맺지 못하게 펜을 잡아끈다. 불가피하게 짧게라도 언급은 하고 마무리지어야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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