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 이야기_광어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 이야기_광어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8.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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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세계 최대 광어 생산지 천혜의 환경...생산량 절반이상 차지
1986년 양식에 성공... 고급어종이 저렴하고 질좋은 '국민 횟감' 등극
양식이지만 개량기술 발달로 외관이나 맛도 자연산과 구분 힘들어
바이오플락 IMTA 등 생태통합양식기술 접목 ‘친환경’ 광어 업그레이드 필요
제주광어 홍보물_출처_제주어류양식수협
제주광어 홍보물_출처_제주어류양식수협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은 무료함을 달래고자 어부들이 잡아온 물고기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특징을 하나하나 적어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책을 남겼다. 제주의 물고기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갑자기 선생이 떠올랐다. 섬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수다 in Jeju’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였을까, 아니면 물고기라는 소재를 맞닥뜨리니 그랬을까. 감히 정약전 선생의 고뇌와 삶의 깊이를 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제주는 섬이다. 그런데 섬이 워낙 크다보니 살다보면 섬이라는 걸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러나 역시 제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바다가 섬의 일부가 아니라 섬이 바다의 일부다. 그만큼 제주에선 바다의 이야기가 넓게 펼쳐진다. 그러니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까. 바다의 넓이만큼이나 아득하기만 하다.

제주의 물고기하면 많이 알려진 것만 해도 참 여러가지다. 옥돔구이가 인기가 높고, 한동안 안 잡혀 더더욱 귀하게 여겨졌던 은갈치도 대표적이다. 고등어회도 흔하게 맛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횟감 중 최고라 부르는게 값이라는 제주 특산 ‘다금바리’도 있다. 겨울철 방어는 또 어떠한가. 그리고 무태장어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거리다. 그 밖에도 한치와 문어도 많이 잡히고 전복, 오분자기, 소라, 딱새우도 흔하다.

이중에서 가장 먼저 ‘광어’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한다. 왜 광어부터 이야기해보고 싶었을까. 난생 처음 횟집이라는 데를 가서 처음 먹어본 것이 광어회였다. 제주에 와서 일년 사시사철 끊임없이 열리는 각종 축제들 중 가장 처음 가본 축제가 ‘제주 광어대축제’였다. 회 맛을 알 나이도 아닌데 벌써부터 우리집 아이들이 가장 잘 먹는 회도 광어회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갖다 대 보아도 근거가 빈약하긴 한데, 이러한 일상적인 이유들이 모여 광어는 ‘국민 횟감’이 되었다. 바로 이 지점이 광어를 가장 첫 소재로 택한 이유다.

회를 먹는다는 것은 비싼 요리를 먹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나마 비교적 저렴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어종이 광어와 우럭이다. 그래서 수중에 돈은 별로 없는데 갑자기 회 생각이 나면 큰 고민없이 선택하는게 광어회다. 그럼 광어는 왜 값싼 회가 되었을까? 광어는 원래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고급 어종이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고급 횟감으로 여전히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런 광어가 국내에선 1986년부터 양식에 성공하면서 흔해지게 된 것이다. 흔해지면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 뿐이지 맛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러니 맛좋은 광어를 값싸게 먹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광어를 찾는 것이다.

다양한 광어 요리 (출처_제주어류양식수협)
다양한 광어 요리 (출처_제주어류양식수협)

제주는 전 세계 광어 생산량의 5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광어 생산지이다. 제주에만 무려 400여개의 광어 양식장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양식 광어는 국내 광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광어 수출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회나 초밥의 원조국인 일본에서도 제주의 광어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제주는 겨울철 최저수온이 12℃ 이상, 여름철 최고 수온이 28℃ 이하로 유지돼 광어 서식에 가장 적합한 수온인 연중21℃ 전후를 유지시키기가 쉽다. 세계 최대 광어 생산지가 되기에 천혜의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제주에서 자연산 광어를 찾는 것은 넌센스(nonsense)다. 제주 사람들은 광어를 먹으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스레 양식 광어라 생각한다. 유독 육고기는 토종에, 물고기는 자연산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제주까지 와서 고작 양식 광어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 분들에겐 다른 회도 많으니 그걸 드시라고 권한다. 다만 육지에서 먹어본 광어회는 대부분 제주산이었다는 사실은 알아야한다.

토종이라고 해서 돼지고기, 닭고기가 다 맛있는게 아니며, 토종에서도 장점만을 취합해 더 맛좋게 개량한 실용종을 보급하는게 현실이라고 앞서서 수차례 언급한바 있다.

물고기도 사정은 똑같다. 자연산이라고 해서 다 맛있는게 아니며, 자연산에서도 장점만을 취합해 더 맛좋게 개량해 나가는 것이 양식 기술의 핵심 목표다. 그래서 광어의 경우 자연산과 양식간 맛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구분하기가 어렵다. 구분하기가 어려우니 양식을 자연산이라고 속여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자연산 광어는 아래쪽이 온통 하얀 반면 양식 광어는 황토색이나 검은 얼룩이 생긴다. 이걸 흑화(黑化)현상이라고 하는데 2009년에는 무흑화(無黑化) 기술까지 개발되면서 이러한 구분조차 큰 의미가 없어졌다.-

자연산 광어는 제철이 있다. 보통 9월에서 12월까지를 제철로 본다. 그런데 충남 서천에선 5월에 자연산광어축제를 연다. 5월이면 광어가 산란에 들어가는데, 바로 그 산란 직전이 광어가 제일 살이 올라 맛이 좋기 때문이다. 산란을 위해 광어가 몰려들기 시작하면 광어가 많이 잡히기도 하니 이 때가 자연산 광어 축제를 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다만 일단 산란을 하고 난 광어는 산란 직전의 광어와 비교해 맛이 현격히 떨어진다. 광어가 스스로의 모든 에너지를 산란에 다 써버렸기에 살도 빠지고 맛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산이라고 해서 양식 광어보다 더 맛이 좋은게 결코 아니란 이야기다.

다만, 요즘 제주 광어 양식업계가 여러모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일단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했다. 같은 음식을 오래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소비패턴의 변화로 사람들은 다른 횟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입산 연어와 방어가 특히 광어 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히 가격은 하락되고 채산성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실제로 양식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래서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나마 키우던 광어들도 폐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폐사의 주 원인중에는 폭염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수온 조절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점액포자충 같은 기생충에 의해 말라죽는 여윔증상 같은 것들도 있다. 양식장들마다 이를 막아보고자 구충제를 써보지만 이 구충제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 영세한 업체들 몇 곳은 불법으로 공업용 포르말린을 구충제로 쓰다가 발각이 됐다. 이것이 더더욱 양식광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채질을 했다. 자연산이라고 기생충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연산이라고 중금속 등의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양식에서의 이러한 불법적 행태는 소비자들의 외면과 비판을 더더욱 부추겼다.

광어 양식업계의 이러한 어려움들을 타개하고자 현재 많은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수입산 연어나 방어에 관세를 더 부과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광어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광어의 여러 요리를 개발 및 홍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군납 등 대량 소비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광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있다. 다 일리있는 이야기들이다. 아무렴,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는 있는 법이다.

여기에 양식수산업에 문외한인 필자가 구태여 한마디 더 보태본다면, 농축산업에도 ‘친환경’이 고부가가치로 화두이듯, 양식수산업에도 이러한 개념으로의 적극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 자꾸 이렇게 저렇게 소비만 늘리려고 한들 과연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까. 시장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고효율 소량생산 체제로 바뀐지 이미 오래다.

최근에 바이오플락 기술이나 IMTA 같은 생태통합 양식기술 등이 양식 수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한다. 머지않아 광어 양식에 어떻게든 접목이 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래서 앞으로는 ‘친환경’이라는 테마로 한층 업그레이드 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명성을 이어가게 될 제주 광어를 기대해본다.

사람은 익숙함에 곧잘 질리기도 하지만 그 익숙함으로 돌아오려는 회귀 본능 역시 강하다.

우리에게 광어회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온 이에게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면 그 충성도는 더 오래간다.

지금 제주 광어가 분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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