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객주리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객주리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1.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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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타원형에 뾰족한 주둥이 가진 '쥐치'의 제주방언
개체수 증가로 가공 시작...달콤짭조롬맛 국민주전부리 등극
'객주리조림'은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역특화 음식 추천
쫀득한 식감에 양념과 어우러져 식욕 자극하는 물회도 인기

얼마 전 제주의 ‘각제기’에 대해 소개한 바가 있다. 각제기는 전갱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객주리’를 소개하려니 초성이 몇 글자 겹쳐서 헷갈릴 수 있겠다 싶어 글의 시작부터 이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객주리’는 쥐치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실제 쥐치과에 속하는 물고기 중 ‘객주리’라는 물고기도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쥐치를 모두 ‘객주리’라 부른다.

바다 가까이에서 살면 당연히 신선한 해산물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반면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바다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신선한 해산물보다는 건어물이 더 일상적이다. 그래서 육지 사람들에게는 쥐치보다는 쥐포를 훨씬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제주시 연동 두루두루식당 수조의 객주리(출처_VISIT JEJU)

쥐치는 납작한 타원형에 주둥이는 뾰족하게 튀어나와 외모부터 비호감이어서 어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그물을 손상시키는데다가 해초나 갑각류 등을 먹어치우기에 더 천대받았다. 활용도가 마땅히 없어 개체 수가 증가하다보니 이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다가 쥐포로 가공되기 시작한게 60~70년대 일이다. 그런데 조미 가공된 쥐포의 맛을 한번 본 사람들은 그 달달함과 짭쪼롬한 맛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금방 쥐포는 국민 주전부리가 되었던 것이다.

‘1979년 5월 22일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여성 무기수 18명이 교도소 측 특별 배려로 딱 하루 외출해 용인자연농원(현재 삼성에버랜드)에 나들이를 갔다. 변해 버린 세상 모습에 놀라던 여성들은 '가장 신기한 것' 세 가지로 고속도로와 새마을 주택, 그리고 새로 등장한 주전부리 하나를 꼽았다. 노점에서 팔던 쥐포 구이였다(동아일보 1979년 5월 23일 자). 그만큼 쥐포의 역사는 오징어 등 다른 건어물보다 짧아도 한참 짧다. 원료인 쥐치는 본래 껍질이 두껍고 맛도 없어서 그물에 걸리면 어부들이 도로 바다에 내던지던 생선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오징어 값이 폭등하자 대용품으로 조미 쥐포가 개발되면서 쥐치의 운명이 뒤집혔다. 달콤짭짤하게 양념한 쥐포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거리마다 쥐치포를 구워 파는 리어카 행상이 즐비하다"는 신문 기사가 1978년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쥐포 인기가 치솟자 어민들은 너도나도 쥐치잡이에 나섰다. 1978년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모든 생선 중 쥐치가 16만1917t으로 어획량 1위에 올랐다. 그 전까지 1위이던 멸치는 2위(13만622t)로 밀렸다. 찬밥 신세였던 생선이 하루아침에 챔피언에 오르자 언론은 "바닷고기 어획 랭킹의 이변!"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남해안의 삼천포(사천시)는 쥐포 최대 산지로 떠올랐다. 1978년 이 도시에 모여든 어획량의 80%가 쥐치였다.’(2019.1.23. 조선일보, ‘김명환의 시간여행’)

그런데 이번엔 또 너무 잡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 쥐치류 어획량의 공식통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만톤 내외의 어획량이 1986년 32만7000톤으로 역대 최고 어획량을 보였고, 1991년 10만톤 이하(6만9000톤)로 어획량이 떨어졌고, 3년 뒤인 1994년에는 1만 톤(44백00톤)이하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최근 5년간 어획량은 1000~2000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명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어종으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2017.3.17. 뉴스토마토, ‘미워도 다시 한 번 말쥐치’)’

제주시 연동 두루두루식당의 객주리조림(출처_VISIT JEJU)

쥐포가 그리 오래된 식품이 아니듯이 제주에서도 객주리를 요리에 활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으로 나기 시작한 객주리조림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생선조림은 양념이 세다. 붉은 고춧가루와 간장 등 각종 양념이 잔뜩 들어간다. 고춧가루는 물론 다른 양념도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맛이 최대한 우러나게 하는 제주의 전통음식 조리법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조림 요리는 약한 불에 오래 조리기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척박한 섬에서 살기위해 늘 바쁠 수밖에 없는 일상에서는 조림이 발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보아도 조림요리는 역사가 길지 않다. 그렇다고 객주리 조림을 제주의 음식이 아니라고 할 순 없다. 객주리 조림은 틀림없이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니 객주리 조림은 전통 제주음식이라기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지역 특화된 제주 음식이라 하겠다. 아마도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등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생선과 접목시켜보는 과정을 통해 파생된 음식이 아닐까 추정된다.

물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바다에서 그물만 던지면 잡히는 객주리를 그저 버리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객주리도 물회나 회로 먹는 것은 당연했다. 객주리 회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고 그것이 고스란히 들어간 객주리물회는 양념과 어우러져 식욕을 자꾸자꾸 자극한다.

최근에 객주리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그 흔하던 객주리에도 금어기가 설정됐다. 그래서 5월에서 7월까지는 자연산 객주리를 맛보기 어렵다. 다만 객주리는 제철이 따로 없이 연중 계속인데다가 양식 객주리가 공백을 매워주고 있어 객주리를 제주에서는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쥐치 중 말쥐치는 해파리를 잡아먹는다. 쥐치의 개체수는 급감하는 반면 해파리 개체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제주에서도 객주리의 어획량을 볼 때 점점 귀해지고 있다. 그래서 객주리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객주리 양식도 늘리고 치어 방류도 늘리고 있으며 금어기까지 설정해놓았다.

그렇다면 문맥상 객주리의 소비를 촉진하는 언급은 삼가야 하는 모순에 빠져들고 마는데... 그래도 제주에서 제주음식 한 가지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점에서 객주리조림을 추천해보게 되는 것이다. 쥐포가 아닌 생물 쥐치 요리를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 아직 제주 객주리는 미식가들의 수요를 감당할만큼은 되니 맛있는 객주리 요리를 걱정없이 즐겨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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