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닭고기 이야기⑤-제주 대표 토종닭 '구엄닭' 이야기
[류양희의 수다 in Jeju] 닭고기 이야기⑤-제주 대표 토종닭 '구엄닭' 이야기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3.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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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읍 구엄리 지명서 비롯...체구 작지만 튼실한 날개 근육 100m까지 날아
쫀득하고 담백하며 씹을수록 고소 깊은 맛...국물 식으면 고형으로 변해
부화율 95%...토종 유정란 비린내 없어 '초밀란' 제조용으로 인기
제동목장, 천혜의 자연환경서 제주재래닭 사육... AI 발생 때 진가 발휘

제주의 대표적 토종닭인 '구엄닭'은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의 지명에서 비롯됐다. 제주특별자치도청 홈페이지의 관련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80년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마을에서 기르던 토종닭 26마리를 보전해 제주 재래닭의 명맥을 이어오다 이중 일부를 구엄리에서 대량으로 증식하게 된 것이 바로 구엄닭의 시작이다.

제주 재래닭 (사진=제주도 축산진흥원)

구엄닭은 체구는 작지만 튼실한 날개와 근육을 바탕으로 보통 100m씩 날아다니는 야생성이 강한 닭이다. 구엄닭은 쫀득쫀득하고 담백하며 씹을수록 고소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닭을 삶은 국물은 식으면서 사골국물처럼 고형으로 변하는 것이 뚜렷하다.

구엄토종닭은 모성 본능이 강해 알을 품고 부화, 사육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구엄닭의 토종 유정란은 암수 비율을 15:1로 엄격히 관리해 수정율을 85% 유지하고 실제로 부화시켜 본 결과 90%의 높은 부화율을 나타냈다. 달걀 비린내가 없어 달걀을 안 먹던 사람도 토종 유정란은 먹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호응도가 높다는 게 농장주의 설명이었다.

고혈압,당뇨병 및 관절염과 변비에도 좋고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진 ‘초밀란’은 전통 식초에 유정란을 껍질체 담가 만드는데 달걀 비린내가 없는 구엄닭의 토종유정란은 그래서 ‘초밀란’ 제조에 각광받고 있다.

구엄닭 농장들의 미생물 발효농법으로 만든 보조사료 역시 유명한데 피를 맑게 해주는 가시오가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마늘, 칼슘을 보강해주는 성게가루와 게껍질까지 들어가있어 웰빙닭으로 손색이 없다.

앞에서 유래를 언급하며 설명하기도 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제주의 재래닭이 전부 구엄닭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의 재래닭 일부가 구엄리에서 커서 구엄닭이 됐으니 같은 닭에서 시작된 건 맞다. 그러니 구엄닭은 제주의 재래닭에 지역 이름을 붙여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AI 등에 대비해 도내 애월읍 구엄리 뿐만아니라 조천읍, 남원읍, 안덕면, 색달동 등 농가 7곳에 분산시켜 기르도록 했다. 색달토종닭처럼 각각의 농장마다 지역이름이 붙어 유명해진 닭들도 있다.

우리 작은 아들의 친구네는 남원의 재래닭 사육농가인 조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살림 생협 쪽으로 유정란을 유통시키고 있다. 한살림 생협에 유통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제동목장의 제주 재래닭과 유정란 (사진=e-skyshop)

조천읍에서 제주 재래닭을 사육하고 있는 곳은 교래리의 제동목장이다. - 제동목장은 한진그룹 소유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총수 일가의 온갖 불쾌한 구설들은 제동목장과 관련해서도 몇가지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논점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애써(!) 생략하겠다.- 그런데 이 제동목장이 지난 제주 AI 발생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렵사리 복원한 재래닭 뿐만아니라 제주 재래닭도 문제는 AI였다. 해마다 발생해온 AI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철새나 철새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적은 있어도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어서 ‘청정구역’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 제주시 오일장에서 구입한 오골계가 재앙의 시작이 될 줄은 미처 아무도 몰랐다. 오골계는 전북 군산에서 들여와 판매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제주도 AI사태의 시작이었다. 오일장에서 팔았으니 이후의 유통경로도 다 파악이 안됐고 여기저기서 의심신고들은 이어졌다.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될 위험에 놓여진 것이다. 결국 최초 신고 후 45일간 34개 농장에서 가금류 14만 5095마리가 살처분됐고,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사육중이던 제주 재래닭 572마리도 이때 전량 살처분되고 말았다.

당시 제주의 AI 피해는 고스란히 교래의 토종닭 유통 특구에도 전해졌다. 도내 피해가 워낙 큰데다 타시도의 닭들도 반입이 금지돼, AI여파로 인한 매출 감소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토종닭을 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동목장의 제주 재래닭 (사진=e-skyshop)

이런 상황가운데 제동목장은 사건 발생 초기 교래리와 'AI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대응 협약식'을 갖고 제동목장에서 키우는 제주 재래닭과 토종닭을 토종닭 유통 특구인 교래리에 제공했다.

또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축산진흥원에 병아리 상태의 제주재래닭 700마리를 지원해 제주 재래닭 종(種)보존을 이어가도록 했다.

당시 제동목장은 약 1만여 마리의 토종닭이 있었고 순수 혈통의 제주재래닭도 2000 마리나 보유하고 있었다.

제동목장은 1100㏊(332만 7500평)에 이르는 광활한 목장 한가운데 닭 사육장이 있어 반경 2.5km 이내에는 관련 사육농가가 없다보니 재래닭 보존에 있어서는 천혜의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가 이뤄진 토종 닭고기를 AI 여파에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니 토종닭 유통 특구로서 교래리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교래리에서 손꼽을 수 있는 닭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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